나성범 마음 확인한 NC, 박건우에 올인…함께 영입 시도 양현종은 “생각할 시간 달라”
#장정석 단장의 진심에 마음 연 나성범
KIA는 올 시즌을 마치며 현장과 프런트에서 모두 외야 보강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로 인해 유난히 외야수가 많이 나온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외부 외야수를 영입할 방침이었다. 그룹 차원에서 든든한 지원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지난 11월 24일 KIA는 신임 단장으로 장정석 전 키움 감독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이후 장 신임 단장은 KIA의 문제점으로 드러난 외야수 보강에 총력전을 펼쳤고, 그중 나성범은 이번 FA 시장의 외야수 ‘빅6’ 중에서도 가장 거물이라 허약한 KIA 타선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최적임자였다. 장 단장은 단장직에 오른 지 이틀 후 창원으로 향해 나성범을 만났다. 당시 장 단장의 창원 방문은 나성범이 KIA로 마음을 돌리는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한다.
사실 나성범은 NC 다이노스의 잔류가 당연시됐다. NC 구단은 물론 이동욱 감독은 FA 시장이 열리기 전부터 “나성범은 반드시 잡는다”고 강조했다. 나성범이 에이전트 없이 혼자 FA 협상에 나서는 점도 NC 잔류 가능성을 높였다.
그러나 12월 초부터 견고해 보였던 NC와 나성범 사이에 이상 기류가 감지됐다. KIA가 나성범과 접촉했고 긍정적인 이야기가 오갔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 즈음 프로야구의 각종 시상식이 열렸고 나성범이 미디어에 노출되면서 기자들도 나성범한테 변화의 조짐을 눈치챌 수 있었다.
장정석 단장은 처음 나성범을 만났을 때 KIA가 얼마나 나성범을 영입하고 싶어 하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즉 간절히 영입을 희망한다는 내용이었다. 구체적인 계약 규모는 두 번째 만남에서 나왔다. 이후 이런 내용들이 확산되면서 나성범의 KIA행은 일찌감치 확정된 분위기였다.
#NC 박건우 영입 발표는 ‘쐐기포’
지난 14일 NC는 두산 베어스 외야수 박건우와 계약 기간 6년에 계약금 40억 원, 연봉 45억 원, 인센티브 6억 원으로 총액 100억 원에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2009년 데뷔한 박건우는 2021년까지 통산 타율 0.326, 88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880을 기록했다. 2012년 NC 창단 멤버로 프로에 데뷔한 나성범은 9시즌 동안 타율 0.312, 212홈런, 830타점, OPS 0.916을 기록하며 NC의 중심타자로 활약했다.
클래식 스탯만 비교한다면 박건우보다 나성범한테 중심 추가 기우는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C가 꼭 잡겠다는 나성범을 두고 같은 외야수인 박건우에게 총액 100억 원을 안겼다는 건 시사하는 바가 컸다. 이미 NC도 나성범과 만남을 통해 선수의 시선이 NC가 아닌 다른 팀으로 향하고 있다는 걸 파악했던 셈이다.
한 에이전트는 “NC가 나성범에게 제시한 계약 규모가 총액 100억 원 이상이었다”면서 “당시 KIA가 나성범에게 150억 원을 제안했다는 소문이 나돈 터라 NC로선 나성범의 마음을 돌리기가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야구계에선 NC와 나성범이 이견을 보인 건 액수보다 계약 기간이었다고 알려졌다.
나성범은 NC가 박건우와 FA 계약을 발표하는 순간 오히려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창단팀 멤버로 NC에 깊은 정과 연민이 있었던 나성범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KIA와 협상에 집중할 수 있었다.
#‘퍼스트 양현종’이 ‘퍼스트 나성범’으로
순항 중이던 나성범과 KIA의 협상에 제동이 걸린 건 양현종과 KIA의 지지부진한 협상 과정이었다. 이미 나성범의 KIA행이 기정사실로 소문난 상태에서 KIA는 양현종의 FA 계약을 마무리 지은 후 나성범과 협상을 매듭지으려 했다. 그건 타이거즈 출신인 양현종에 대한 예우였다.
하지만 양현종과 FA 협상이 속도감 있게 전개되지 못했다. 보장액에서 이견이 컸던 양측은 서로 시간을 갖고 고민을 거듭하다 지난 22일 네 번째 협상을 가졌지만 끝내 최종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이날 KIA는 양현종 측에 마지막 수정안을 제시했고, 양현종 측은 조금 더 고민할 시간을 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현종과 계약을 마무리 짓지 못한 KIA는 더 이상 나성범을 기다리게 할 수 없었다. 계약서에 사인만 안 했지 큰 틀에서 합의를 한 나성범에게 연락을 취했고, 나성범은 23일 창원에서 광주로 이동해 오전에 계약서 사인 후 공식 발표하기에 이른다.
#나성범의 KIA행을 보는 시선
나성범과 함께 NC에서 동고동락했던 이호준 LG 트윈스 코치는 23일 전화 인터뷰에서 나성범과 이미 통화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성범이가 광주로 이동하면서 전화를 했더라. KIA와 사인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나도 소문은 들었는데 성범이가 직접 전화해준 마음을 알기에 고향 팀에서 더 좋은 모습 보여 달라고 덕담을 건넸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성범이가 NC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이 코치는 나성범의 KIA 합류는 여러 가지 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했다.
“성범이야말로 모범적인 선수 생활로 소문난 선수 아닌가. 성범이의 자기관리, 인성, 야구를 대하는 태도, 훈련 모습 등은 KIA의 다른 선수들에게 분명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KIA가 성범이에게 큰 계약을 안긴 건 단순히 실력만 본 게 아닐 것이다. 책임감이 강한 선수인 만큼 후배들을 잘 이끌며 팀 성적에 앞장설 것으로 기대한다.”
나성범의 KIA행으로 NC의 창단 멤버는 올 시즌까지 19명에서 9명으로 줄어들었다. 방출됐거나 방출 후 다른 팀으로 이적한 선수들 또는 나성범처럼 FA로 팀을 옮기는 사례가 이어졌다. 이 코치는 이와 관련해 “창단 멤버들이 흩어진 건 아쉽지만 NC 구단도 나름의 계획이 있을 것”이라면서 “이젠 다른 팀 코치가 된 터라 NC 얘기를 언급하기가 애매하다”며 양해를 구했다.
정근우는 나성범의 KIA 입단을 지켜보며 “예상했던 그림들”이라고 설명했다.
“KIA가 외야에 약점을 보인 터라 KIA가 외야수 FA 시장에 뛰어 든다면 가장 먼저 영입할 선수가 나성범이라고 생각했다. KIA는 나성범을 영입함으로써 외야의 불확실한 자리를 제대로 채울 수 있게 됐다. 향후 최형우 나성범으로 이어지는 클린업 트리오의 파워와 야수진에 엄청난 상승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한다.”
정근우는 양현종이 KIA의 최종안을 받고 시간을 달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서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나도 FA를 통해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를 떠나 한화 이글스로 이적했지만 ‘프랜차이즈’ 선수라는 타이틀은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더라. 돈의 많고 적음이 선수의 명예이고 자존심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세상엔 그보다 더 중요한 게 많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양현종이 현명한 선택을 하겠지만 가능하다면 프랜차이즈 스타로 한 팀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는 것도 큰 축복이라는 걸 말해주고 싶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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