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순국 메이저리그 사진전문기자 |
유니폼을 입고 있어도, 뛸 수 없다는 사실이, 분명 제가 있어야 할 자리인데, 있을 수 없다는 현실이 가슴 아팠습니다. 팀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부분 또한 미안했고요. 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편했어요. 재활 프로그램을 시작하면서 이유 없이 불편해졌던 마음들이 더그아웃에 앉아 있으니 마치 내 집에 온 것인 양 훈훈해지더라고요.
가끔은 제가 생각해도 제 몸이 좀 이상한 것 같습니다. 분명 왼손 엄지손가락이 골절됐을 때만 해도 오랜 재활 기간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어요. 그런데 깁스를 풀고 보호대까지 자유롭게 탈착용을 할 수 있는 상태에서 실밥을 떼고 딱지까지 떨어진 지금은 당장이라도 방망이를 휘두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깁니다. 물론 그렇게 하지는 않겠죠. 무리를 해서 좋을 게 전혀 없으니까요.
오늘 병원에 다녀왔어요. 간호사 분이 제 수술 부위를 보시고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원래 화요일 다시 오셔야 하는데, 굳이 오실 필요가 없겠다. 상태가 너무 좋아져서 닥터가 안 봐도 될 것 같다”라고요. 신기하다고 말씀하시더군요. 몸 안에 뛰어난 재생 능력이 있는 것 같다는 농담 섞인 얘기도 덧붙였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통뼈’란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키 큰 형들과 싸움이 일어나도 지지 않았습니다. 맞아도 아픈 내색을 안 하니까 싸움 걸었던 형들이 오히려 두 손 들고 도망가기도 했었어요. 어쩌면 태어날 때부터 운동선수가 될 운명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건강한 신체, 빠른 회복 능력에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운동에 대한 남다른 ‘끼’가 지금의 절 만들었으니까요.
지금은 하체와 복근 위주의 유산소 운동만 하고 있습니다. 하루 5시간씩 매일같이 이 운동을 하면서 조금씩 손가락을 움직이며 감각을 키우는 중입니다. 많이 부어있는 상태인데, 이 손가락을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쓸 수 있을 때 방망이를 들 수가 있겠죠. 손가락 안에 철심을 박아 놓은 상태라 날씨가 추워지면 시린 느낌이 날 거라고 하네요. 지금은 그걸 걱정하기보단, 하루 빨리 야구장으로 복귀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어제 저녁부터 아내가 자꾸 배가 아프다고 해요. 출산일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상태라 걱정이 많이 되는데, 병원 응급실이라도 가자고 했더니, 그 정도로 아픈 건 아니니까 참을 수 있다고 합니다. 아내가 임신 후 아주 많은 일들을 겪었어요. 특히 남편인 저로 인해 참으로 다양한 경험들을 했었죠. 항상 미안한 마음이 한가득인데 아프다고 하니까 걱정스런 마음을 감출 수가 없네요.
먹구름이 잔뜩 낀 추신수의 야구인생이, 시간이 지나고 재활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다시 빛을 볼 수 있을까요?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다짐하면서 일기를 마무리합니다.
클리블랜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