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희 삼성 회장의 둘째사위인 김재열 제일모직 사장이 최근 100억 원대 대출을 받았다. 그 용처도 호기심을 자아내지만 특히 담보로 내놓은 부동산 중 대부분이 장모 홍라희 리움 관장 소유의 부동산이라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은 삼성미술관 리움 전경. |
이건희 회장 자택 바로 옆인 이태원동 1×5-×9외 2필지에 자리 잡은 김재열-이서현 부부 자택은 지하 2층 지상 2층의 단독주택으로 1층 면적은 384.41㎡에 이른다. 공시가격은 40억 원. 이 건물은 이서현 부사장 소유지만 토지는 홍라희 관장 것으로 건물과 토지 2필지(625㎡, 134㎡), 인근 토지(1×5-×1, 94㎡)가 이번 대출의 담보로 제공됐다.
나머지 담보는 한남동 소재로 한남동 7×0-× 건물과 토지(597㎡), 7×0-×2 건물과 토지(1358㎡), 7×0-×4 토지(106㎡), 산×0-1×8( 298㎡), 산×0-2×9(103㎡), 산×0-1×3(89㎡) 등이다. 이는 삼성미술관리움과 맞닿아 이건희 회장 옛 자택에 걸쳐 있는 부지와 건물로, 모두 홍 관장 소유 부동산이다. 홍 관장은 지난 2003년 8월 이 부동산들을 삼성전자로부터 사들였다. 이 가운데 가장 넓은 7×0-×2 일부 지분은 1979년까지 (주)중앙일보동양방송 소유였다가 여러 과정을 거쳐 지난 1996년 삼성전자가 매입했다.
2003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996년 국제커뮤니티센터 건립을 위해 해당 부지들을 구입하였으나 이후 IMF 상황으로 인해 연기 및 재검토되어 오던 중, 동 센터 건립 계획을 취소한 바 자산구조 견실화 차원에서 매각키로 결정’했다고 한다. 삼성전자가 홍 관장에게 판 금액은 86억 2565만 원이었다.
지난 2003년 초 한남동 7×0-×2의 공시지가는 ㎡당 173만 원에서 올 초 361만 원으로 올랐다. 상승률은 108.7%. 이를 과거 홍 관장의 한남동 부동산 전체 거래액에 단순 대입하면 현재 가격은 180억여 원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이태원 부동산까지 합치면 담보로 제공된 부동산의 전체 가격은 200억 원을 상회한다고 볼 수 있다.
부동산등기부에 따르면 이번에 담보로 제공된 부동산들은 홍라희 관장 소유가 된 뒤 한 번도 담보로 제공된 적이 없었다. 홍 관장이 사위를 위해 200억 원대 부동산을 처음 담보로 내놓은 셈이다. 그렇다면 김 사장은 어디에 쓰려고 부인과 장모 부동산을 담보로 거액을 대출받았을까. 구체적인 사정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삼성그룹 측도 지금껏 이러한 사안에 대해서는 “오너 일가의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라며 함구해 왔다.
다만 항간에는 김 사장의 대출을 동아일보사의 종합편성채널 진출과 연결 짓는 시선이 있다. 대출 당시 동아일보사가 자금 마련을 위해 발행한 회사채를 매입했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고 김병관 동아일보 명예회장의 차남이다. 현재 그는 동아일보사 지분 7.70%를 소유해 인촌기념회(24.14%)와 형인 김재호 동아일보사 사장(22.21%)에 이어 3대주주에 올라 있다.
김 사장이 부동산등기부상 담보대출 계약을 하기 하루 전인 3월 28일, 동아일보사는 ‘증권신고서(채무증권)’라는 제목으로 무보증사채 300억 원 모집 공시를 냈다. 2년 만기로 이자율은 5.8%. 이후 4월 5일엔 ‘증권발행실적보고서’를 통해 키움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각각 200억, 100억 원씩 총액인수를 했다고 알렸지만 일반 투자자 배정 내역은 알 수 없었다.
‘사위 사랑은 장모’라는 옛말이 있다. 김재열 사장의 이번 부동산 담보 대출은 그 사용처 논란을 떠나 홍라희 관장의 ‘통큰 사위 사랑’으로 한동안 세간의 화제가 될 듯하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