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리지널 시리즈 ‘Sense8(센스8)’ ‘킹덤’, 영화 ‘페르소나’에 이어 네 번째 넷플릭스 작품으로 배두나는 ‘고요의 바다’를 선택했다. 근미래 필수 자원의 고갈로 황폐해진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달에 위치한 폐쇄된 연구기지를 찾아 중요한 샘플을 회수하는 것을 임무로 하는 탐사대원들의 이야기를 그린 SF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다. 한국 최초의 SF 드라마이자 달을 배경으로 하는 첫 작품이란 점에서 공개 전부터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이 따랐다.
배두나의 경우는 이미 워쇼스키 자매의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2012)와 ‘주피터 어센딩’(2015) 등 SF 영화에 출연해 본 경험이 있었다. 그러나 주역으로서 이런 장르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은 이번 ‘고요의 바다’가 처음이었다. 거기다 감정의 고저가 거의 드러나지 않는 천재 과학자로서 연기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시청자들도 이해하게끔 캐릭터의 감정선을 이어나가는 것이 특히 어려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점은 캐릭터의 모티브가 될 만한 인물이 아주 가까이에 있었다는 것이었다고.
“감독님이 제게 특별히 주문하신 게 없기 때문에 저 혼자 제가 맡은 송지안은 어떤 사람일까 상상했는데, 감독님을 만나고 몇 번 얘기를 해 보고 나니까 그분을 모티브로 잡게 되더라고요(웃음). 그분이 정말 말이 없으셔요. 그리고 얼굴이 하얘요! 정말 한 번도 자외선을 받아보지 못한 사람처럼 하얀데, 지안이가 그럴 것 같은 거예요. 지안이는 연구실에서만 혼자 연구하니까 사회성도 없고…. 아, 감독님이 그렇다는 게 아니라요(웃음). 제가 설정한 지안이는 사회성이 별로 없고 사교성도 없고, 공부만 해서 머리는 잘 돌아가지만 인간관계는 제로인 은둔형 외톨이였거든요. 가지고 있는 생각 중에 가장 큰 건 언니와의 관계, 그것뿐인 캐릭터였어요.”

“몸을 쓰는 건 사실 힘들지 않았는데 옷이 너무 무거워서 승모근이 막 발달하더라고요(웃음). 그런데 그건 고생 축에도 못 껴요. 다른 작품에선 양궁, 탁구, 격투기도 해보고 지금까지 몸 고생을 하는 역을 너무 많이 해 왔거든요. 그런데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한다는 건 좋았어요. 배우가 정말 좋은 직업인 게, 한 번 인생을 살지만 정말 여러 가지 삶을 살아보게 돼요. 그런 데서 오는 희열이 또 있잖아요? 정말 너무 감사한 인생이라는 생각이 새삼 들더라고요.”
그런 배두나에겐 ‘넷플릭스의 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곤 했다.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입지를 다지기 전부터 함께해 왔으니 한국 한정으로 딸보다는 ‘조상님’이란 말이 더 맞을지도 모른다. 2015년 워쇼스키 자매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센스8’을 시작으로 배두나는 2019년 ‘킹덤’을 통해 국내에는 넷플릭스의 존재감을, 해외에는 K드라마의 가능성을 알렸다. 여기에 ‘고요의 바다’로 다시 한 번 국내외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니 이만하면 그냥 딸이 아니라 효녀 노릇까지 톡톡히 한 셈이다.

한낱 순위에 연연할 필요가 없는 것은 앞으로 그가 보여줘야 할 작품들이 줄지어 공개 날을 기다리고 있어서다. 배두나는 현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브로커’와 강이관 감독의 ‘바이러스’, 정주리 감독의 ‘다음 소희’ 등을 촬영 중이거나 출연을 결정한 상태다. ‘킹덤 시즌3’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배두나의 ‘몸 사리지 않는 열연’을 볼 수 있는 작품의 수가 늘어난다는 것만큼 그의 팬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미래가 또 있을까.
“어느 순간부터 영화나 드라마나 어떤 작품에서든 제가 몸을 사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더 많이 부딪치고, 더 많이 경험하는 게 결국 내 전투력이 될 거란 생각이 생겼어요. 그래서 될 수 있으면 많이 경험하고 경험치를 쌓으려 해요. 해외 나가서도 찍고, 우리나라 들어오면 또 찍고. 그래서 지난 10년 동안 되게 바빴어요. 지금도 장르를 가리거나 제가 선호하는 장르, 역할 또는 주연이건 조연이건 그런 걸 딱히 정해두지 않아요. 주연도 하고, 조연도 하고, 이 작품 저 작품 다 해보고, 독립영화도 블록버스터도 하고 저는 다 할 겁니다. 제가 하고 싶은 거(웃음).”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