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전시티즌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된 유상철 감독. |
최근 5년 동안 대전은 기행을 거듭했다. 대전 시(市)의 지나친 간섭과 정치적 입김, 낙하산 인사가 난무해 축구다운 축구가 나오지 못했다. 감독과 사장은 임기를 채우지 못했고, 항상 교체되기 바빴다. 무려 5명의 사장이 갈렸고, 감독 또한 신진원 감독대행을 포함해 4명이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그나마 여느 프로구단이 그렇듯 성적 부진이 교체 사유였다면 다행이지만 시장이 바뀔 때마다 사장과 감독이 옷을 벗는 모습은 어느 누구의 동조도 받기 어려웠다. 프런트도 자유로울 수 없었다. 외부 인사들이 들락거리니 전문 인력 없이 항상 외풍, 외압에 흔들렸다. 일부 직원들은 공채로 뽑았지만 이들도 구단 수뇌부 눈에 들지 않을 경우 언제든 내쳐지기 일쑤였다.
어쩔 수 없는 시민구단의 태생적 한계라고 지켜보기에는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2013년 K리그 승강제 시행과 함께 대전은 실업축구 내셔널리그 구단으로 내려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이미 팽배하다. 복수의 축구인들은 “축구의 ‘축’자도 모르는 사람들이 너도 나도 한 자리씩 하려고 매달리는 통에 대전 축구는 이미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고개를 젓는다. “시작하는 마당에 나쁜 말을 하고 싶진 않지만 유상철 감독도 오래 지나지 못해 힘겨운 일을 겪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사실 유 감독의 선임부터 매끄럽지 못했다. 왕선재 전 감독을 ‘원하는 대로’ 내친 대전은 김광희 신임 사장과 일부 이사진이 비밀리에 새 사령탑 선임에 몰두했다. 물론 그 이사진이란 전문 경영인도, 전문 축구인도 아니다. 각자 본업이 있는 지역 인사들에 불과했다. 심지어 감독 후보군을 물색할 때 인터넷 서핑이 활용되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압축된 후보군은 모두 6명. 유 감독 외에 유력한 인물로 거론된 최윤겸 전 대전 감독이 있었고, 윤덕여 전남 기술분석관, 고정운 풍생고 감독, 김상수 전 대전 코치, 박창현 전 포항 감독대행 등이었다.
윤 분석관이 김학범 전 성남 감독 등과 함께 먼저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달한 가운데 일부 후보에게 던져진 면접 질문은 가관이었다. “승부조작으로 구속된 상무 김동현, 뇌물수수 및 비리 혐의로 기소됐던 상무 이수철 감독과 변병주 전 대구 감독이 같은 학교 출신인 점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은 해당 후보를 경악시키기 충분했다.
전 사령탑에 대한 예우도 물론 없었다. 왕 전 감독은 잔여연봉을 받지 못했다. 왕 전 감독에게 줘야 할 잔여 연봉으로 유 감독을 올해까지 활용하겠다는 심산이 컸다.
당연히 유 감독도 좋은 조건과는 거리가 멀었다. 계약기간 1년 6개월에 연봉은 1억 5000만 원 수준으로 알려진다. 여타 시민구단 감독들이 2억 원에 가까운 연봉을 받는다는 점을 감안할 때 박한 처우가 아닐 수 없다.
제대로 된 부분이 하나도 없다. 주력들이 검찰 기소로 대거 이탈한 마당에 선수 수급에 매진해야 했지만 그 소중한 시간을 감독을 선임하는 데 썼다. 남은 선수들은 대개 1.5군 내지 2군에 불과하다. 유 감독이 원하는 색채를 입히기 어렵다는 의미다. 여기에 자신감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선수들의 기를 되살려야 한다는 과제도 함께 안고 있다. 선수단 관리 업무를 해야 할 직원도 이사진이 강제로 사표를 내도록 한 뒤 수리해 버렸다.
이사진은 김 전 사장과 왕 전 감독이 떠날 때 함께 사표를 냈던 인물들이다. 하지만 일부 직원들과 사장, 감독을 퇴진시키고도 별다른 액션이 없다. 이사들은 “감독 선임 작업만 끝내면 물러나겠다”는 뜻을 표명한 바 있다. 이 약속부터 지켜져야 유 감독은 외압과 외풍에 자유로울 수 있다.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