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순국 사진전문기자 |
그간 김병현은 한국행과 관련한 질문에 노코멘트로 일관해왔다. 그러한 질문을 받는 것조차 불편해했다. 하지만, 8월 8일 일본 센다이에서 <일요신문>과 만난 김병현은 고국 무대에서 던지고 싶다는 의사를 조심스럽게 밝혔다. 특히 고향팀 KIA에 대한 남다른 감정을 숨김없이 나타냈다. 물론 당시 김병현의 한국행 발언은 아직 원론적인 수준이었다. 인터뷰에서도 ‘언제부터 뛰겠다’는 식의 구체적 계획은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병현의 최근 발언은 그를 사랑하는 팬들에겐 희망의 메시지와 같았다. 국내 프로팀도 마찬가지였다. 몇몇 구단은 “김병현의 한국행 발언이 사실이냐”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나 김병현의 지명권을 쥔 넥센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넥센의 조태룡 단장은 “김병현이 한국 무대를 밟는다면 대환영”이라며 “미 메이저리그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쳤던 김병현이 우리 팀에 입단한다면 무한한 영광”이라고 밝혔다.
사실 김병현이 한국 무대에서 뛰려면 넥센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 2007년 해외파 특별지명 당시 현대가 김병현을 뽑았고, 이후 김병현 지명권을 넥센이 양도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김병현이 넥센에서 뛸 의사가 없다는 데 있다. 김병현의 지인은 “한국에서 뛴다면 고향팀 KIA 유니폼을 입고 싶다는 게 김병현의 솔직한 속내”라며 “넥센 입단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이 지인은 “넥센이 KIA에 김병현 지명권을 양도하고, KIA로부터 선수를 받으면 쉽게 일이 풀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현의 지명권 양도는 그럴싸한 아이디어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정금조 운영팀장은 “무분별한 트레이드를 막으려고 지명권 양도를 금지하고 있다”며 “김병현이 최소 1년간 넥센에서 뛰어야만, 트레이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먼저 열쇠를 쥔 쪽은 넥센이다. 넥센이 김병현의 입단 이후, 그를 KIA로 트레이드할 의사가 없다면 모든 논의는 전면 중단된다.
조 단장은 일단 “김병현의 입단 여부가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따라서 어떤 가정과 시나리오도 생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물론 넥센은 김병현을 강력히 원하고 있다. 지난해 4월 넥센은 이장석 사장이 나서 김병현 영입을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넥센과 김병현의 접촉은 아무 소득 없이 끝났다. 넥센이 김병현에 정중히 입단 의사를 타진했으나, 김병현이 완곡하게 제의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넥센이 1년 후, 김병현을 포기한다손 쳐도 KIA가 김병현을 트레이드하지 않으면 다시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간다. 모 야구해설가는 “KIA엔 유동훈, 손영민, 신용운 등 사이드암 투수가 많다. KIA가 재기 가능성이 불투명한 김병현을 받는 조건으로 넥센에 기존 선수를 내줄지 의문”이라며 부정적 전망을 내놨다.
틀린 말도 아니다. 지난해 김병현은 미국 독립리그에서 뛰었다. 올 시즌은 일본 프로야구 2군 리그에서 뛴다. 그런 김병현을 영입하는 조건으로 주전급 선수를 내준다면 ‘손해 보는 장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KIA의 한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김병현의 이름값과 기본 자질을 고려한다면 트레이드로 영입하기에 아까운 카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최희섭, 서재응의 예에서 보듯 해외파 선수들의 국내 유턴이 대개 성공적으로 이어졌다”며 “훈련 욕심이 많고, 승부욕이 강한 김병현이라면 충분히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KIA 역시 “김병현의 한국행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영입에 관련해 말하는 게 조심스럽다”는 반응이다. 특히나 넥센과의 트레이드 논의가 자칫 야구계에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 있다며 경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박동희 스포츠춘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