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와의 원정 1차전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오늘 우리팀 선발인 조쉬 톰린이 정말 멋진 투구를 펼치다가 6회에 홈런 3방을 맞고 4실점하며 허무하게 무너지고 말았네요.
아무래도 한 경기 한 경기의 결과에 따라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상황이라 디트로이트전에선 무조건 이겨야겠다는 생각이 앞섰어요. 그런데 1-4의 점수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패하니까 괜히 열 받고, 오늘 경기를 쉽게 잊을 수가 없습니다.
사람이 참 이상한 게 뭐냐면, 몸이 아프고 뛸 수 없을 때는 그라운드에 서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들 줄 알았어요. 그런데 막상 경기에 투입이 되고, 내 타구가 안타냐 내야땅볼이냐에 따라 경기 결과가 좌지우지될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되다보니, 삼진 먹고 안타성 타구가 잡히면, 참으로 속상하고 화가 납니다.
얼마 전 수비 도중에서 공을 잡으려다 동료 선수와 충돌할 뻔한 위기 상황이 벌어졌어요. 그 장면을 본 지인들이 ‘제발 몸조심하면서 경기에 임하라’고 조언 아닌 조언을 하시는데, 추신수란 이름이 라인업에 들어간 후에는 어떤 핑계도 꺼내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설령 경기에 들어가서는 손가락이 아프다는 핑계를 대서도 안 되고, 어디가 아프거나 몸이 안 따라준다는 변명도 통하지 않습니다. 그런 핑계를 댈 바엔 아예 시합을 뛰지 말아야 하는 거죠. 따라서 전 경기하는 동안에는 손가락에 통증이 생겨도, 수비수들끼리 충돌이 일어나 몸을 다치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받아들입니다.
지난 일주일간 계속 경기에 출전하면서, 한 가지 문제점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공 스피드와 상관없이 직구를 치지 못한다는 사실이에요. 분명 미리 생각하고 노리고 있는데도, 자꾸 헛스윙을 하거나 눈 뜨고 삼진당하는 상황이 벌어지니까 황당한 기분이 듭니다. 손가락 통증으로 배트스피드가 느려진 것도 아니에요. 그건 정상인 듯한데, 방망이를 휘두르는 타이밍이 이전의 감을 찾지 못하고 있어요.
이런 문제점으로 인해 타격코치와 지난 시즌 경기 비디오를 함께 보며 지금과 당시의 스윙폼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보고 있어요. 비디오를 통해선 그 차이점이 확연히 드러나고, 그 차이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한다는 방법도 나온 상태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시간과 경험입니다. 많은 경험을 통해 몸에서 자연스레 반응을 해야 그 타이밍을 맞출 수 있는 거죠. 즉 한두 개 좋은 공을 맞히고 타격 감각이 조금씩 살아나면 지금의 고민과 문제점이 자연스레 해결될 거라고 믿습니다.
요즘같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절 기쁘고 즐겁게 하는 일은, 셋째 미미가 세상과 소통할 날이 며칠 안 남았다는 사실입니다. 아내의 출산일이 다가올수록 미미를 하루빨리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지는 것만 같습니다. 다음 주 일기를 쓸 때는 미미를 품에 안고 그 기쁨을 그대로 전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겠죠?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어요.
디트로이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