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 25일 공개된 ‘소년심판’에서 김무열이 맡은 차태주 판사는 소년범 스스로의 가능성을 믿는 인물이다. 소년법 자체에만 매몰돼 있거나, 구조적 한계 탓에 사건 해결의 속도전만을 우선시하거나, 엄정한 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강성’ 3판사와 달리 차태주는 무엇보다 소년범의 교화에 집중한다. 그들에게 가장 필요했을 ‘바람직한 어른’으로 자리를 지키며 법 집행 이후에도 그들의 곁에서 성장을 함께 지켜보기도 한다.
어른보다 악랄한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못하는 소년범들을 보며 대중들은 쉽게 그들을 비난해 왔다. 그런 만큼 ‘소년심판’에서 소년범들에게 한없이 다정하고 무한한 신뢰를 보내는 차태주를 향해 시청자들은 “공감하기가 어렵다”는 지적을 남기기도 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 김무열은 “온정주의적인 방식으로 소년범들을 다루기까지 차태주의 과거와 그 과정을 되짚어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년범들 역시 사회 구조의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차태주의 앞에 “나는 소년범을 혐오한다”고 당당히 말하는 심은석 판사(김혜수 분)의 등장이 충격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단순히 범죄에 대한 혐오가 아니라 법의 원리원칙에 맞춰 처벌, 반성 그리고 교화가 균형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그의 생각에 조금씩 감화되기 시작한다. 이렇게 극 중에서 차태주가 심은석을 통해 변하는 동안 카메라 밖에서는 김무열도 김혜수를 통해 또 다른 성장을 이뤘다고 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 김혜수의 무한한 칭찬이 김무열을 춤추게 했다.
“작품 자체가 제 안의 믿음과 확고한 자신이 없으면 완주해 내기 쉽지 않았어요. 감정 표현이 뚜렷하지 않은 캐릭터기에 나의 진심, 이 캐릭터의 진심을 보는 사람들이 과연 알아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있었죠. 그런데 첫 촬영 때부터 얼마 전 있었던 제작보고회까지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던 김혜수 선배님의 응원 덕에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 차태주가 심은석을 만나는 신을 촬영할 때 선배님이 ‘나 자기(김무열) 연기가 너무 좋다’면서 제가 했던 손짓이나 눈짓, 이런 걸 디테일하게 다 칭찬해주시는 거예요. 촬영 끝나는 날까지 제 모든 연기와 행동을 칭찬해주시니까 이건 그냥 힘이 나는 정도가 아니라 현장에서 춤을 출 정도였어요(웃음). 제가 준비해 간 것 이상으로 보여드릴 수 있게끔 만들어주신 건 모두 김혜수 선배님의 덕이라고 생각해요.”

“봉식이(웃음) 예전에 ‘머니백’(2018)이란 영화를 함께 촬영해서 이번은 두 번째 만남이었어요. 그때 당연히 저보다 선배님인 줄 알았는데 저보다 두 살이나 아래더라고요. 현봉식 배우가 자기보다 윗사람한테 굉장히 깍듯하게 해요. 저한테도 ‘형님, 말 놓으세요’ 하는데 처음엔 말을 편하게 놓기가 너무 힘들어서 어렵게 놨어요(웃음). 사실 극 중 차태주 판사가 유리 아버지를 제압하는 과정을 보면 자신조차도 모르는 모습이 나오는 거라 연기하는 저희도 걱정이 많았거든요. 아무리 정신줄을 놨다고 해도 판사가 폭력을 쓰는 게 맞나 고민했는데 조금씩 수정해 나간 끝에 태주의 폭력에 힘이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설정이 완성된 거죠.”
배우들의 몸을 아끼지 않은 열연으로 완성된 ‘소년심판’의 공개를 앞두고 제작진과 출연진은 작품의 완성도와는 별개의 우려를 했다. 이 직전까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내놓은 한국 작품들이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후발 주자들은 자연스럽게 “저만한 성공을 할 수 있을까”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법정 드라마, 그것도 소년범을 다루는 국내 작품이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충분한 어필을 할 수 있을지 자신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렇게 반신반의 끝에 공개된 ‘소년심판’은 공개 2주 차인 3월 11일 기준 비영어권 드라마 전 세계 시청시간 1위를 차지했다. “국경을 넘어서 진심은 통한다”는 걸 ‘소년심판’이 보여준 셈이다.
“저희가 작품 공개하기 전엔 내심 걱정이 많았어요. 앞서 인기 있던 한국 콘텐츠에 비하면 일단 소재의 접근성이 국내로 국한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컸죠. 소년 범죄의 심각성은 공감하지만 그 수법에 대해선 나라마다 문화적인 차이가 있잖아요. 그런데 제가 드라마를 보고 느낀 건 이 정서를 다루는 방식이 중요하단 거였어요. 균형 잡힌 시각으로 많은 정서들을 아주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다뤘거든요. 그렇게 디테일한 정서적인 터치를 통해 국내외 시청자들의 공감을 일깨우는 힘이 있었다고 생각해요. 배우로서 이번 작품뿐 아니라 다음, 그 다음 작품도 많은 분들이 지켜보고 계시다는 생각을 잊지 않고 더 책임감 있게 만들어나가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