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는 스윙을 심각하게 한다. 연습스윙 두세 번은 필수다. 매 샷마다 프리 샷 루틴을 행한다. 스윙하기 전 잠시 도를 닦는 사람처럼 뜸을 들인다. 그런데 그린에 올라오자마자 다른 성격이 나온다. 대충 홀컵을 보고 퍼팅한다. 남의 라인도 자주 밟는다. 캐디가 놔주는 대로 공을 친다. 쓰리 퍼트, 포 퍼트를 예사로 한다.
A는 구력이 오래 된 사람일 확률이 높다. 아는 CEO 중에 이런 분이 계시다. 성격이 무척 호방한 분이다. 그런데 옆에서 지켜보기 민망할 정도로 스윙이 이상했다. 본인의 스윙을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걸음 쫓아가기가 벅찰 정도로 플레이가 빨랐다. 하지만 그린에 올라서자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었다. 퍼팅할 때마다 진지한 CEO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특히 숏 퍼팅은 거의 놓치질 않았다. 연습장은 가본 적이 없고 대신, 집에서 아침에 퍼팅연습만 매일 10분씩 한다고 했다.
스윙은 공들여서 하는데 퍼팅이 엉망이라면, B는 초보이거나 골프를 잘못 배운 사람일 확률이 높다. 퍼팅부터 배우는 아마추어는 드물다. 스윙에 힘을 잔뜩 주다가 정작 그린에 와서는 긴장을 확 놓아 버린다. 웬만한 거리가 남았는데도 동반자가 대충 “오케이”를 외쳐주기를 기대한다. 인정하기 싫어도 초보 여성골퍼들의 상당수가 여기에 해당된다. 어리고 예쁠수록 퍼팅을 잘못 배울 가능성도 커진다. 같이 라운드 나가는 남성들이 퍼팅을 끝까지 하게 안 만든다. 대충 쳐도 “잘했다!”를 외쳐주기 때문이다.
냉철하게 생각해보자! 아마추어는 프로의 스윙처럼 완벽해지기 힘들다. 프로의 스윙이 되려면 프로처럼 살아야 한다. 하지만 퍼팅은 비슷해질 수 있다. 퍼팅만큼은 프로에 뒤처지지 않는 아마추어 고수들이 내 주변에도 여럿 있다. 현명한 골프를 하는 사람들이다. 아마 나도 골프방송을 안했다면, 퍼팅에 공을 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성격이 꼼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퍼팅을 대강 하는 동반자와 라운드를 하면 기분이 나빠진다. 느린 것과는 다른 얘기다. 퍼팅 고수들은 신중하지만 결코 진행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
나도 초보시절에 떼를 썼던 기억이 있다. 2미터가 넘는 퍼팅거리를 ‘오케이’ 달라고 했었다. 정말 무지막지한 만행이었다. 그 시절을 묵묵히 참은 지인들에게 정말 한없는 감사함을 전한다. 그분들이 있었기에 사람 구실 할 수 있게 되었다.^^
SBS 아나운서 최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