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경주와 신병철 CJ그룹 부사장이 지난 8월 31일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에서 2011 최경주 CJ 인비테이셔널 타이틀 스폰서 조인식을 하는 모습. |
#국내 프로골프 첫 선수 이름 대회
CJ그룹은 지난 8월 31일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에서 최경주와 인비테이셔널 대회를 후원하는 타이틀 스폰서 조인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한국프로골프투어(KGT) 공인대회이자 아시안투어 대회인 ‘2011 최경주 CJ 인비테이셔널’은 오는 10월 20일부터 나흘간 경기도 여주 해슬리 나인브릿지에서 열린다. CJ그룹은 올해부터 3년간 타이틀 스폰서를 맡아 매년 20억 원을 지원한다. CJ그룹은 보도자료를 통해 신병철 부사장과 최경주, 그리고 대회 주관사인 IMG코리아의 이정한 대표가 함께 촬영한 사진도 공개했다.
프로골퍼가 자신의 이름을 딴 대회를 여는 것은 그야말로 최고의 영예 중 하나다. 세계적으로도 잭 니클로스, 개리 플레이어, 바이런 넬슨, 벤 호건, 샘 스니드, 아널드 파머 등 유명 골프 선수의 이름을 딴 대회가 열리고 있다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은 두 가지 특별한 의미가 있다. 먼저 국내 프로골프 사상 선수의 이름을 딴 대회가 창설된 것은 처음이다. 최경주에 앞서 미국에 진출해 ‘영원한 한국의 골프여왕’으로 불리는 박세리도 아마추어 대회(세리컵주니어골프대회)에는 자신의 이름을 붙인 바 있지만 프로대회는 없었다. 두 번째는 이렇게 선수 이름을 딴 대회는 보통 은퇴한 전설적인 선수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현역선수로는 드물다는 점이다. 오초아가 현역시절에 대회를 만들었지만 이내 은퇴한 바 있고,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도 자신이 설립한 타이거 우즈 재단을 통해 대회(셰브런월드챌린지)를 개최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대회 타이틀에 포함시키지는 않고 있다.
최경주는 일찌감치 최경주재단을 만들어 왕성한 자선사업과 최경주 대회를 기획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목표를 달성한 최경주는 이와 관련해 “3년 전부터 준비해오던 오랜 꿈이 이뤄졌다. 내 골프 인생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프로골프투어와 아시안투어의 발전을 위해 꼭 만들고 싶었던 대회”라고 소회를 밝힌 바 있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런데 골프계는 이번 CJ그룹의 발표에 박수만을 보내지는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5월 자신의 소속사가 주최한 SK텔레콤오픈 출전 차 귀국했던 최경주는 ‘최경주 대회 개최’를 이미 공식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대회 장소였던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 골프장에서 예정에도 없던 깜짝 발표를 한 것이다. 발표 형식도 스카이72 골프장의 보도자료를 통해서였다. 내용도 ‘KJ CHOI 인비테이셔널(당시는 가칭)’을 10월 20일 한국에서 개최한다는 것으로, 8월 발표와 대회이름만 약간 다를 뿐이었다. 최경주는 이 골프장의 홍보대사를 맡고 있었고, 스카이72의 김영재 대표는 최경주재단의 사외이사이기도 했다.
한국에서 골프대회를 열 때 가장 피곤한 것 중 하나가 대회장소, 즉 골프장을 확보하는 것이다. 특히 10월처럼 날이 짧고, 내장객이 많은 철에는 더욱 힘들다. 그런데 스카이72 골프장은 최경주의 부탁을 받아 어려운 결정을 한 것이다. 후진양성, 한국 및 아시아 골프 발전 등 최경주의 취지를 높이 사 골프장을 무료로 빌려주겠다고 했다. 금액으로 치면 5억 원이 넘는다. 앞서 밝힌 최경주의 네이밍대회 개최 소감도 이때 나온 것이었다.
그런데 3개월 만에 이런 아름다운 모습은 좀 심하게 표현하면 ‘배신’으로 귀결됐다. 타이틀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던 IMG 측이 CJ그룹과 협상에 성공하면서 대회장소를 스카이72가 아닌 CJ그룹 소유의 해슬리 나인브릿지로 전격 변경한 것이다. 이유는 CJ그룹이 약속한 연간 20억 원이 스카이72의 5억 원(그나마도 현물 개념)보다 4배나 많은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대회장소 변경은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변경 과정에서 IMG나 최경주 측이 사전에 스카이72 골프장과 협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CJ그룹의 공식 발표 직전 김영재 스카이72 대표가 최경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고 하니 양해를 구하는 절차도 충분치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역사에 남을 뜻 깊은 대회를 개최하는 과정이 이렇게 졸속일 수 없는 것이다. 마침 CJ그룹 소유인 제주 나인브릿지의 김운용 대표도 최경주 재단의 이사다. 같은 골프자선단체에 관련을 맺고 있는 기업 간에 그 단체가 주최하는 대회를 가로채기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됐다고 할 수 있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