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빨간색 점선 안이 강호동 소유의 평창 소재 땅이다. 최근 구입한 야산(위)은 알펜시아 리조트 정문(사진 왼쪽)에서 보이는 곳으로 위치가 좋다. 아래는 지난 2009년 매입한 무밭. |
“부동산 투기라니, 참 어처구니없습니다. 투자 가치는커녕 국가에 수용될 가능성이 높아 본전 찾기도 어려울 수 있는 땅입니다. 여기 간판 내건 부동산에선 거래조차 꺼리는 맹지(도로에 접한 부분이 없는 토지)예요. 개발제한에 토지거래까지 묶여 아무것도 할 수 없는데 투기라니 말이 돼요? 장기 투자를 위해 매입했을 텐데 내가 보기엔 100년 이상 장기 투자해도 이득 보기 힘든 땅이에요.”
현지에서 만난 한 부동산 업자는 강호동 부동산 투기 논란에 대해 오히려 강호동이 누군가에 속아 해당 부동산을 매입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투자 가치가 크지 않은 부동산을 매입한 것도 가슴 아플 텐데 투기 논란까지 더해져 이중으로 피해자가 된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강호동은 지난 2009년 11월 부인과 공동 명의로 강원도 평창군 용산리 일대의 땅 5279㎡를 거래가액 7억 1800만 원(3.3㎡당 44만 8000원)에 매입했고, 지난 7월 13일 다시 인근 야산 1만 4579㎡를 거래가액 13억 7000만 원(3.3㎡당 31만 원)에 사들였다. 특히 두 번째 매입 시점은 2018 동계올림픽 평창 유치 확정 일주일 뒤, ‘개발행위허가제한지역 및 토지거래계약에관한허가구역’ 지정 일주일 전이다. 동계올림픽 유치가 확정된 뒤 토지거래가 중단되기까지 두 주일 남짓의 짧은 기간 동안에 이뤄진 거래라는 것. 또한 두 부동산 모두 동계올림픽의 중심이 될 알펜시아 리조트와 근접한 지역이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선 강호동이 동계올림픽 특수를 노린 부동산 투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기자가 직접 확인한 강호동 소유의 평창 소재 부동산 두 곳은 모두 알펜시아 리조트와 붙어 있었다. 최근 구입한 야산은 알펜시아 리조트 정문에서 보이는 곳으로 위치는 좋지만 평범한 야산이다. 반면 지난 2009년 매입 부동산은 현재 무밭이다. 야산으로 이뤄진 지역에서 유일하게 개간된 전답으로 바로 앞에 알펜시아 리조트 내 골프장이 위치해 전망이 탁월했다. 무밭 가운데 강호동의 땅은 가장 앞쪽으로 부지도 가장 넓다. 무슨 이유인지 애써 기른 무를 뽑기만 한 채 수확하지 않아 무가 썩어가고 있었다.
문제는 두 곳 모두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다. 최근 매입 부동산의 경우 도로에서 멀지 않으나 도로와 강호동 소유 야산 사이 토지가 국유지라 따로 매입해 도로를 만들기가 힘들다. 2009년 구입 부동산은 탁월한 전망과 야산으로 둘러싸인 평지라 리조트나 별장 등을 건설하기 좋은 부지로 보이지만 도로가 연결되지 않아 개발제한이 풀려도 개발은 요원하다.
기자가 해당 부동산에 접근할 수 있었던 까닭은 해당 부동산과 알펜시아 리조트 내 골프장 사이에 길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곳은 일반 도로가 아닌 알펜시아 리조트 내 토지다. 인근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한 주민은 “본래 도로가 있었는데 알펜시아 리조트가 생기면서 도로가 모두 없어져버렸다”면서 “소송이라도 해서 도로를 다시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국가대사인 동계올림픽이 있어 대승적인 차원에서 다들 참고 있다”고 말한다.
공시지가만 놓고 볼 때 2009년 매입 부동산의 경우 2009년 1㎡당 3만 7000 원에서 2011년엔 4만 100원으로 8%가량 올랐다.
위치가 워낙 좋은 데다 동계올림픽 유치라는 호재도 있다. 당장은 ‘개발행위허가제한지역 및 토지거래계약에관한허가구역’으로 지정돼 있지만 3~5년 뒤에는 이런 제한도 모두 풀릴 예정이다. 맹지라는 맹점만 극복하면 충분한 투자가치가 있는 토지라는 것. 또 다른 부동산 업자는 해당 토지의 발전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견해를 밝혔다. “알펜시아 리조트와 해당 지역 사이에 도로가 생길 것이라는 얘기가 있고 항간에선 이미 그 계획이 확정됐다는 얘기도 있다”면서 “맹지라는 이유로 주변에 비해 시세가 낮지만 도로만 들어가면 엄청나게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다만 동계올림픽 준비를 위한 알펜시아 리조트 확장 차원에서 인접 토지인 해당 지역을 국가에서 수용할 예정이라는 얘기도 있는데 그럴 경우 손해를 감수하고 팔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부동산에 대해 강호동의 소속사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 목적으로 구입한 것으로 투기 목적은 절대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상황에서 보면 강호동의 해당 부동산 매입은 실제로 단기 투기성 매입은 아닌 장기 투자 차원의 매입으로 보인다. 게다가 토지거래가 제한돼 단기 투기가 아예 불가능한 부동산이기도 하다.
다만 실제로 몇 년 뒤 도로가 놓인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맹지인 부동산을 저렴하게 구입했는데 운 좋게 도로가 놓여 땅값이 폭등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부 부동산 업자들의 얘기처럼 이미 해당 지역에 도로 개설 계획이 확정돼 있으며 강호동이 이런 개발 정보를 미리 입수해서 부동산을 매입한 것이라면 불법적인 부동산 투기로 볼 수도 있다.
평창=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