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 김병원 예비후보 공약 나열된 본문·사진 삭제 후 기사원문인 것처럼 블로그에 게시
-김병원 “유권자 속이는 자가 구청장 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
-부산시선관위 “유관부서 간 법령검토 등 협의 후 공식입장 밝히겠다”
[일요신문] 6·1지방선거 국민의힘 부산 남구청장에 출마한 한 예비후보가 언론사의 기사를 임의로 편집해 자신의 블로그에 장기간 노출시킨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인터넷언론사 ‘내외경제TV’ 보도 등에 따르면 김선길 남구청장 예비후보 선거사무소에서는 해당 언론사가 지난 3월 21일 오후 2시 53분에 보도한 ‘[이슈] 6·1지방선거, 부산 남구청장 누가 뛰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같은 날 오후 4시 52분에 자신의 선거홍보용 블로그인 ‘부산갈매기’에 원문을 인용해 올렸다. 기사의 출처에 대해서도 ‘출처, 내외경제TV’라고 적시했다.
하지만 김선길 예비후보 측은 해당 기사를 블로그에 올리는 과정에서 경쟁자인 김병원 예비후보의 ‘교통체증 가중하는 경성대~오륙도 간 트램 건설사업 중단, 지상교통에 방해요소 없이 공중레일에 매달려 오가는 현수식 모노레일 방식으로 건설’ 등 핵심공약이 나열된 본문을 삭제했다.
이 때문에 기사원문에서 국민의힘 예비후보 7명 중 가나다 순서상 가장 먼저 배치된 김병원 예비후보의 공약은 한 단어도 언급되지 않고, 순서상 두 번째인 김선길 예비후보의 공약이 나열된 문장이 첫 번째로 배치됐다.
김선길 예비후보 측은 자기 후보와 관련한 문장은 글자 크기도 더욱 키웠다. 그러면서 김병원 예비후보의 얼굴사진이 여·야 8명(더불어민주당 1명 포함)의 예비후보 중 가나다 순서상 상단 맨 좌측에 배치된 기사 본문의 전체 사진을 통째로 삭제했다. ‘부산갈매기’ 블로그에는 사진이 들어간 자리가 공란으로 돼 있었고, 이 부분엔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입니다’라는 글자만 희미하게 나타났다.
김선길 예비후보 측은 기사 원문의 ‘부제목’에도 손을 댔다. 자기 후보의 이름을 국민의힘 예비후보 7명 중 가장 먼저 나타나게 하기 위해서인 듯, 가나다 순서상 가장 먼저 배치된 ‘김병원’의 자리와 바꿨다.
김선길 예비후보 측은 이 같이 기사 원문에 손을 댔으면서도 마치 기사의 원문이 자신의 블로그에 올라있는 기사와 똑같은 것처럼 출처를 ‘내외경제TV’라고 적시했다. 이처럼 임의로 편집된 기사가 블로그(부산갈매기)에 노출된 기간은 3월 21일부터 4월 10일까지로 무려 21일 동안이다.
김 예비후보는 이달 초 기사를 작성한 내외경제TV 해당 기자로부터 항의전화를 받고 며칠 후인 4월 10일에야 자신의 블로그에서 문제가 된 기사를 삭제했다. 김 예비후보는 해당 기자에게 “선거사무실 직원이 나도 모르게 기사를 재편집해 블로그에 올렸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선길 예비후보는 일요신문이 관련 입장을 전화로 묻자 “나는 전혀 몰랐다. 내가 무슨 이익을 얻고자 그렇게 했겠나”라며 “직원이 아니라 자원봉사자가 한 일이다. 해당 블로그는 지난 지방선거 당시 개설한 후 휴면상태에 있다가 최근 다시 연 것인데, 관리는 내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병원 예비후보는 김선길 후보를 겨냥해 날선 비판을 가했다. 김병원 예비후보는 “선거사무실 직원이 예비후보 몰래 대폭 조작한 인터넷신문 가짜기사를 예비후보 블로그에 올렸다는 변명을 누가 믿겠느냐”며 “김선길 후보는 내 공약이 인터넷신문에 애초부터 없었던 것처럼 조작·표절한 허위기사를 포털에 노출되는 자신의 블로그에 무려 21일간 올리는 짓을 했다. 이는 명백히 지역유권자를 속인 행위이고 선량한 경쟁후보에게 치명상을 입히는 위법행위”라고 분개했다.
이어 “온라인상의 블로그를 이용해 교묘하게 유권자를 속이는 등 파렴치한 예비후보가 구청장이 된다면 어떤 구정을 펼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며 “이런 예비후보자가 공당의 공식후보가 돼서는 안 되므로 선거당국은 즉각 사실 확인을 거쳐 수사당국에 고발조치하고, 국민의힘 부산시당은 즉각적인 자체조사에 착수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기사의 의도적인 편집이 공직선거법(공정경쟁의무위반), 허위사실유포에 따른 명예훼손죄 등에 저촉될 수도 있다고 본다. 한 법조인은 이 같은 기사 유포행위에 대해 “최근 논문 표절의혹사건이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지만 어떻게 해서라도 경쟁후보를 깎아내리고 표만 얻고자 하는 기사 왜곡도 우리 사회의 공정경쟁을 해하는 매우 질이 좋지 않은 행위”라며 “이처럼 편집된 기사가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에 무려 21일간이나 노출됐다면 관계 선관위가 수사기관에 고발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실제 현행 공직선거법 제7조(정당·후보자 등의 공정경쟁의무) 제1항에는 ‘선거에 참여하는 정당·후보자(후보자가 되려고 하는 자를 포함한다) 및 후보자를 위하여 선거운동을 하는 자는 선거운동을 함에 있어 이 법을 준수하고 공정하게 경쟁하여야 하며, 정당의 정강·정책이나 후보자의 정견을 지지·선전하거나 이를 비판·반대함에 있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를 해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명시돼 있다.
부산시선거관리위원회는 김선길 예비후보 측의 이번 논란과 관련한 △공직선거법 등 법률 저촉 여부 △선관위의 조사방침 △선관위의 입장 등을 묻는 질문에 대해 “유관 부서 간 관계법령 검토 등 협의를 한 뒤 공식입장을 밝히겠다”고 답변했다.
하용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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