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29일 전편이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괴이’에서 신현빈은 천재 문양 해독가이자 티베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능력자 수진을 맡았다. 수진은 과거 불의의 사고로 하나밖에 없는 어린 딸을 잃고, 남편과 헤어진 뒤 진양군이라는 작은 마을에 들어와 유령처럼 생기 없는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이웃과의 교류도 없이 마른 나뭇가지처럼 메마른 얼굴로 하루를 보내는 수진의 모습은 그가 환상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지옥을 겪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게 극 전반에 다뤄지는 수진의 모습은 그의 진짜 모습이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마 그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밝은 사람이었을 텐데 아이를 잃고 혼자 외따로 떨어진 게 지금의 수진인 거죠. 아이를 잃고 자신조차도 잃어버린 사람. 아무래도 결혼처럼 제가 겪어보지 않은 사건을 많이 겪은 캐릭터다 보니 주변 분들과 감독님께 연기 조언을 많이 얻어서 캐릭터를 만들었어요(웃음).”
눈을 본 자에게 영겁의 지옥 속을 살게 하는 저주를 내리는 원귀 들린 불상과 마주하게 되면서 수진의 현실과 환상은 경계를 잃어버린다. 딸의 죽음 또는 그 위협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저주의 환상을 보게 된 수진은 환상 속 딸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시에 현실에서도 저주를 풀기 위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중요한 열쇠 역할을 한다. 불상의 저주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봉인구에 적힌 티베트어를 해석해내는 모습은 관객들로 하여금 피폐해지기 전 수진이 어느 정도의 능력자였는지를 짐작하게끔 만들기도 한다. 그런 능력자를 완벽하게 연기하기 위한 신현빈의 고군분투도 캐릭터의 고생 못지않았다고.

천재 문양 해독가의 곁에는 고고학자 남편이 있었다. 딸의 죽음 이후 아내와 소원해졌지만 하나뿐인 가족을 지키기 위해 전대미문의 사건과 맞서 싸우는 고고학자 기훈 역의 구교환과 신현빈은 이번 ‘괴이’에서 처음 만났다. 그런 사실이 무색할 만큼 빠르게 친해졌다는 둘은 그 ‘급 친밀’의 이유로 개그 코드의 일치를 들었다. 쉽사리 웃어주기 어려운 개그 센스로 유명한 구교환과 잘 맞는다는 점에서 신현빈도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게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사람마다 웃기다고 생각하는 기준이 다를 수 있긴 한데(웃음), 저희는 서로 웃기다고 생각한 지점이 비슷했던 것 같아요. 둘 다 상황극을 설정해서 계속 맞받아치고 이런 걸 좋아해서 끝없이 했거든요(웃음). 사실 그런 건 누가 던졌는데 상대가 안 받아주면 그냥 끝나는 거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던지면 계속 받으니까 그게 몇 시간씩 이어지더라고요. 기억나는 개그가, 한번은 선배가 제 광고 사진을 메신저로 보내준 적이 있거든요. 제가 손으로 머리를 이렇게 빙 둘러서 감싸 안은 포즈를 취하고 있는데 선배가 그거 보고 ‘모자 예쁘네’ 이러더라고요(웃음).”
상상을 좋아하는 MBTI ‘N’ 성향이 만났기 때문인지(구교환은 INFP, 신현빈은 ENFJ로 알려져 있다) 둘은 각자 맡은 캐릭터들의 비하인드 스토리에 대해 이전보다 더 풍부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고 했다. ‘괴이’ 본편에서는 미처 생각하기 어려운 ‘둘은 어떻게 만나게 됐을까, 누가 먼저 사랑을 고백했을까’라는 질문을 서로 묻고 답하면서 관계성에 살을 붙여나가는 식이었다.

드러나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만들어 볼 정도로 수진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었던 신현빈은 그런 캐릭터들에게 늘 마음이 쓰인다고 말했다. 먼저 말을 거는 것보다 그저 들어주고 싶다는 그는 그런 캐릭터들을 맡게 되는 이유에 대해 “왜 그 사람이 그렇게 됐는지를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싶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제까지 들어온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나가면서 캐릭터에게도, 관객에게도 이해와 위로를 함께 건네고 싶은 마음이 연기의 시작인 셈이다.
“드물겠지만, 인생에 지옥 같은 순간이 없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아니면 그런 순간을 완전히 극복해낸 사람은 (무슨 일이 있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제게도 괴로움이나 꺼내기 싫은 이야기들이 있죠. 그래서 그런 아픔을 가진 캐릭터들을 만났을 때 그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고 싶은 것 같아요. 괴롭고 힘들어 하는 마음을 잘 보듬어 안아주고 싶고요. 하지만 다음 작품을 선택하게 된다면 아마 이전보다 괴로움이나 아픔이 좀 덜한 사람을 선택하게 되지 않을까요(웃음)?”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