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들, 코시국 소확행 뽑기 재미에 푹…대형 전문점 등장, 매월 신상품 수백 종 ‘두근두근’
도쿄 가구라자카의 빌딩 앞에 설치된 뽑기 기기. 300엔(약 3000원)을 넣고 핸들을 돌리자 캡슐 하나가 톡 떨어진다. 안에 들어 있는 것은 “도대체 누구?”라는 말이 절로 나올 법한, 생판 모르는 타인의 증명사진이다.
아사히TV에 따르면 “이 뽑기 기기에는 총 100개의 캡슐토이가 담겼고 남녀 10명의 증명사진이 랜덤으로 들어있다”고 한다. 최근 “SNS를 타고 입소문이 나면서 연일 매진사태를 기록 중”이라는 설명이다. 설치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관련 캡슐토이는 2000여 개가 팔려나갔다. 한 젊은 여성은 아저씨의 증명사진이 나오자 “꽃미남보다 이쪽이 더 좋다”며 그 자리에서 스마트폰 케이스에 증명사진을 끼우기도 했다.
멀리 지방에서 캡슐토이를 사러오는 사람, 10종의 증명사진을 모두 모으기 위해 1만 엔(약 10만 원)을 투자한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대밖에 없는 뽑기 기기는 매일같이 재고 보충작업이 한창이다.
증명사진 캡슐토이를 고안한 데라이 히로키 씨는 “솔직히 이렇게까지 잘 팔릴 거라곤 예상 못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으로 마스크가 일상화되면서 사람들의 얼굴을 볼 기회가 줄어든 한편, SNS에는 카메라 앱으로 보정한 사진들이 넘쳐난다. 데라이 씨는 “민낯에 가까운 증명사진만이 지닌 특유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 상품화에 이르게 됐다”고 전했다. “‘리얼리티’를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에 AI(인공지능) 기술로 만드는 가상 사진은 애초부터 제외, 실제로 취업 활동에 사용되는 사진들을 채택했다”고 한다.
상상을 뛰어넘는 반향에 대해, 데라이 씨는 “개인정보 보호나 보안이 중요한 시대에 역행하는 상품이라 신선했던 게 아닐까 싶다”고 추측했다. 아울러 “증명사진에는 그 사람의 인생 드라마가 보인다”면서 “캡슐토이로 나온 증명사진을 통해 ‘이름은 뭘까’ ‘어떤 직업을 가졌을까’ 등을 상상해보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단 증명사진만이 아니다. 최근 일본에서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캡슐토이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와 관련, 경제평론가 모리나가 다쿠로 씨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캡슐토이 업계에 오히려 플러스로 작용한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놨다.
요컨대 캡슐토이는 설치를 위해 따로 공사할 필요가 없으며, 유지비도 들지 않는다. 코로나 사태로 문을 닫은 상업시설 등 빈 공간에 순식간에 관련 기기를 들여놓을 수 있는 것. 일례로 재택근무로 통근객이 줄어 채산을 맞추기 어려워진 전철역 매점 앞에도 캡슐토이가 속속 배치되고 있다.
캡슐토이가 일본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65년이다. 주 고객층은 아이들로 당시 가격은 10엔이었다. 대부분 구멍가게 앞에 놓이는 것이 흔했다. 1980년대에 들어서자 완구업체 ‘반다이’가 시장에 참여해 인기 만화 ‘근육맨’ 캐릭터를 100엔짜리 캡슐토이로 발매했다. 이것이 누계 1.8억 개가 팔리는 등 크게 히트하며 제1차 캡슐토이 붐을 일으켰다.
2차 붐은 1990년대 중반. 울트라맨, 고질라, 드래곤볼 등 인기 캐릭터를 피규어로 만든 캡슐토이가 출시됐다. 상품이 보다 정교해지면서 200엔짜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3차 열풍을 이끈 것은 2012년 출시된 후치코 시리즈다. 컵 가장자리에 올려둘 수 있는 피규어로, 그해 700만 개 이상을 판매하는 대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번 4차 열풍에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일단 대형 전문점이 등장했다는 점이 새롭다. 여성도 들어가기 쉽도록 매장이 변화, 마치 게임센터처럼 온 가족이 즐기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상징적인 곳이 지난해 반다이가 선보인 ‘가샤폰(캡슐토이)백화점 이케부쿠로 본점’이다. 360여 평 매장에 3000대 이상의 캡슐토이 자판기가 늘어선 풍경이 그야말로 압권이다. ‘단일 매장 내 캡슐토이 기기 최다수’라는 기네스월드 기록도 인정받았다.
반다이 측에 따르면 “공교롭게도 매장 오픈이 코로나19 대유행과 맞물려 걱정이 컸다”고 한다. 그러나 매출을 포함해 기우에 불과했다. 코로나시대 음식도 제대로 먹기 힘들고, 노는 곳이 한정적인 상황에서 ‘캡슐토이 전문점’이 의외로 사람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주는 ‘레저 명소’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뜻밖의 붐에 힘입어, 현재 관련 시장은 400억 엔(약 4000억 원)대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고객층도 크게 확대됐다. 기존에는 어린이나 캐릭터를 좋아하는 일부 마니아에 한정됐지만, 이제는 평범한 성인들도 즐겨 찾는다. 홋카이도, 이바라키, 교토, 오키나와 등의 지자체에서는 특산물 판매로 캡슐토이를 활용할 정도다.
어른들이 열중하는 만큼 캡슐토이 가격도 상승하는 추세다. 조사에 의하면, 300엔대가 전체 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100엔짜리는 거의 사라졌다. 정교한 상품의 경우 1000엔대도 있다. 특히 자동차 모형이나 가구 미니어처는 실제 상품과 거의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높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또한 에코백이나 파우치 등 ‘일상적으로 쓸 수 있는 상품’이 늘어난 것도 최신 트렌드다.
반다이 영업부 사사키 아키라 매니저는 “매월 200~300종류의 캡슐토이 신상품이 쏟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신상품이 나오고 매진되면 그걸로 끝. 인기가 높을 경우 시리즈로 2탄, 3탄이 나오기도 하지만, 재판매는 거의 없다. ‘지금 사지 않으면 더 이상 가질 수 없다’라는 소장 욕구가 구입을 유발하는 요인 중 하나다.
덧붙여 그는 “뭐가 나올지 모르는 두근거림과 특별히 관심 있는 물건이 나왔을 때의 쾌감이야말로 캡슐토이만의 매력”이라고 전했다. “코로나시대 혼자서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데다 퀄리티 또한 뛰어나 어떤 캡슐이 나와도 돈이 아깝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편 “반다이는 앞으로도 대형 쇼핑몰 등에 보물찾기 같은 느낌을 주는 ‘캡슐토이 백화점’을 전개해 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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