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 직장인이 이직을 할 땐 동종업계로 하는 게 보통이다.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고 하던 일을 하는 게 수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우조선은 1년간 동종업계로 이직할 수 없게 했고, 이를 어길시 직원들에게 금전적으로 '피해보상'을 하라고 명시했다는 점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최미숙 노무사는 “퇴직 후 1년 취업금지를 하려면 1년 동안 퇴사자한테 임금 등 보장을 해주는지 파악해 서약서 내용이 과도한지 아닌지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훈 노무사는 “경업금지약정을 체결하는 것은 회사의 영업비밀을 보호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수단이지만 이를 쓰지 않는다고 해서 업무 시스템 접속마저 할 수 없게 하는 것은 매우 과한 처사”라며 “약정 내용에 퇴직 후 동종업계 취업금지 사항을 명시하고자 한다면 보호할 가치가 있는 사용자의 이익이 존재하고 특히 근로자가 경업금지의무를 부담하는 데 상응하는 적정한 대가가 지급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약에 대한 직원들의 선택권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약에 동의하지 않으면 업무 포털 시스템을 접속할 수 없어 근태‧잔업 등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현범 대우조선 사무직지회장은 “문구 자체가 상당히 강압적이고 서약을 받는 방식도 업무를 방해하는 식이라서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약서 내용과 관련해 대우조선 관계자는 “매년 직원들 대상으로 이런 내용의 보안 서약을 받고 있고, 형식상 받아 놓은 것”이라며 “만약 회사 기술이 유출됐을 때 책임 소재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그런 문제로 서약을 받는 것이지 강제성은 전혀 없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 대우조선의 직원은 8625명이었지만 올해 1분기 기준 8413명으로 212명이 줄었다. 또 지난 2월 진행된 현대중공업 경력직 모집에 대우조선 인력의 상당수가 지원해 넘어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서약서가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노 지회장은 “회사에 설계, 생산관리, 구매조달, 사업관리 등 여러 조직에서 근무하는 사무기술직 인원이 3500명 정도인데 올해만 100명 넘게 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대우조선 직원들이 이직하는 원인을 동종업계에 비해 낮은 연봉으로 보고 있다. 노 지회장은 “2012년 이후 임금이 상승된 해가 거의 없고 오히려 떨어졌다”고 말했다. 조선 3사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평균연봉이 7500만 원, 현대중공업 7056만 원인 데 비해 대우조선은 6700만 원이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서약서와 이직이 많아지는 것은 전혀 관계가 없다”며 “직원들에게도 이직을 막으려는 목적은 아니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 같은 내용의 서약을 받는 것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회사를 고용노동부 통영지청에 고발하고 조사를 기다리는 중이다. 노현범 지회장은 “서약서 내용에 대해 사전에 직원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민주 기자 lij907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