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담 부부’라 불리는 배우 이정재와 정우성의 우정은 5월 17일(현지시간) 개막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현장에서도 빛났다. 두 사람이 함께 주연을 맡은 영화 ‘헌트’(제작 사나이픽처스)는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받았다. 이정재의 경우 이 영화의 감독이기도 하다. 감독 데뷔작으로 칸의 초청을 받는 기염을 토한 셈이다.
두 사람은 이미 한 차례씩 칸을 경험했다. 정우성이 2008년 영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으로 찾은 적이 있고, 이정재는 2010년 경쟁 부문 진출작이었던 임상수 감독의 ‘하녀’로 칸의 부름을 받았다. 10여 년의 시간이 흐른 뒤 두 사람은 ‘함께’ 다시 칸을 노크했다.

이정재는 배우보다 감독의 자세로 인터뷰에 임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자신보다는 정우성에게 포커스를 맞추며 그의 연기에 대한 극찬을 늘어놓았다. 이정재는 “(‘비트’와 ‘태양은 없다’를 연출한) 김성수 감독보다 이정재가 정우성을 더 멋있게 찍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면서 “정우성이 멋있게 보여야 하는 숙명을 가진 작품이었다. 이 때문에 배우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전 세계에서 정우성을 제일 멋있게 찍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고 전했다.

‘헌트’는 ‘남산’이라는 원작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두 남자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 아니었지만 각색 과정에서 ‘투맨 영화’로 바뀌었고, 이정재와 정우성이 각각의 역할을 나눠 맡았다. 하지만 정우성이 처음부터 ‘헌트’의 주인공으로 내정된 것은 아니었다.
이정재가 ‘남산’의 판권을 구매하고 제작을 준비하는 과정을 모두 지켜봤다는 정우성은 “판권 구매 단계부터 지켜보며 모니터링해 왔다. 두 사람이 함께 작업하고 싶은 욕구는 컸던 만큼 더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우리만의 잔치가 돼선 안 돼’라는 마음이었다. 그래서 작품성을 확립할 때까지 냉정한 자세로 바라봤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으면 안 된다고 하지만, 같이 깨지더라도 이제는 후회하지 않도록 함께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정재 역시 처음부터 ‘헌트’의 메가폰을 잡을 생각을 했던 것은 아니다. 당초 정지우 감독을 비롯해 한재림 감독 등과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쉽지 않은 작업 앞에 다른 감독들은 하나둘 떠났고, 이 작품에 애착이 남다르던 이정재가 직접 연출자로 나서게 됐다.
그는 “연출자로서 해야 할 일이 많다. 스태프와 배우들이 혼선 없이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감독의 몫이었다”면서 “남자 배우로서 근사한 스파이물에 대한 욕구가 있었다. 원작을 시나리오로 만들며 고생이 많았다. 원작은 박평호(이정재 분) 원톱 구조였기 때문에 김정도(정우성 분)의 이야기를 구축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두 남자 중심으로 이야기를 다시 짜는 것은 이정재와 정우성, 두 배우가 나란히 ‘헌트’에 출연해야 하는 명분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그 치열한 상황이 이정재의 손끝에서 완성됐다.

이 의미 있는 작업에 동료 배우들도 힘을 보탰다. 이성민, 황정민, 김남길, 주지훈 등이 ‘헌트’에서 조·단역을 자처했다. 그들의 모습을 찾아보는 것도 ‘헌트’를 즐기는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하지만 그들을 적절히 활용해야 하는 것은 온전히 감독 이정재의 몫이었다.
그는 “저와 정우성이 함께 출연하는 걸 너무 기다렸다는 동료 배우들이 축하의 의미로 ‘작은 역할이라도 하겠다’고 먼저 제안했다. 둘이 같이 ‘열심히 산 보람이 있구나’ 싶어서 마음이 짠해질 정도로 고맙고 뭉클했다”면서 “그 분들이 나와서 흥행에 도움이 되는 것보다도 우리의 추억을 영화로 남기는 일이라 너무 의미 있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칸(프랑스)=안진용 문화일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