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3’ 제작 확정, 세 번째 빌런 예고…한국에 ‘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 등장할 수도
영화 ‘범죄도시2’(감독 이상용, 제작 빅펀치픽쳐스·홍필름·비에이엔터테인먼트)의 포스터 속 문구다. 터널에 서 있는 마동석 뒷모습의 사진을 그대로 설명한 표현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 터널’이 마블 영화 ‘이터널스’를 의미한다. 할리우드로 진출해 ‘이터널스’를 선보인 마동석의 차기작이 ‘범죄도시2’라는 뜻이다.
별다른 경쟁작이 없는 상황에서 개봉 이후 2주일 동안 한국 극장가를 완벽하게 점령한 마블의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닥터 스트레인지2)’ 흥행 일방통행을 막아선 게 바로 마동석의 ‘범죄도시2’다. ‘마블의 일원’인 마동석이 이번엔 마블의 흥행 독주를 막는 한국 영화계의 든든한 흥행 역군이 됐다.
‘닥터 스트레인지2’는 5월 17일 누적 관객수 505만 7671명으로 500만 관객을 달성했다. 5월 4일 개봉한 뒤 13일 만에 500만 관객을 기록했는데 이후 상승세가 확연히 줄었다. 16일 8만 1384명으로 개봉 이후 처음으로 하루 관객수가 10만 명 이하를 기록하더니 17일 6만 9729명에 이어 18일에는 4만 4689명으로 하루 관객수가 5만 명 밑으로 내려갔다. 사실상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초의 1000만 관객 영화 달성은 힘겨워지는 분위기다.
서서히 흥행세가 꺾여가는 분위기이긴 했지만 결정타는 18일 개봉한 ‘범죄도시2’였다. 마블의 초대형 블록버스터의 흥행 기세를 두려워해 한국 영화 기대작들이 개봉일을 조절하는 바람에 별다른 경쟁작 없이 한국 극장가에 무혈입성한 ‘닥터 스트레인지2’는 개봉 2주 만에 강력한 경쟁작을 만났다. ‘범죄도시2’는 개봉 당일인 18일 46만 7574명의 관객을 동원해 ‘닥터 스트레인지2’보다 10배 이상 높은 관객수를 기록했다. 게다가 입소문도 좋게 나고 있어서 흥행세는 개봉 첫 주말을 기점으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마블의 거침없는 독주체제를 마동석의 ‘범죄도시2’가 제대로 방어해냈다.
한국 영화사를 되돌아보면 흥행작의 후속편이 개봉해 큰 성공을 거둔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큰 성공을 거둔 1편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범죄도시2’는 1편을 성공시킨 강윤성 감독이 아닌 주연 배우 마동석이 주도했다. 주연은 물론이고 기획과 제작 등에도 참여한 마동석이 주도한 2편의 메가폰은 강윤성 감독 대신 조연출로 ‘범죄도시1’과 ‘롱 리브 더 킹: 목포 영웅’을 강 감독과 함께 작업한 이상용 감독이 잡았다. 전편의 흥행과 화제성으로 기대감도 컸지만 그만큼 우려 섞인 시선도 많았던 ‘범죄도시2’는 언론시사회 이후 평단의 호평이 이어지면서 기대감이 증폭됐고, 개봉 이후 관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좋게 퍼지고 있다.
영화 관계자들이 손꼽는 ‘범죄도시2’의 최고 장점은 ‘1편과의 억지 연계가 없다는 점’이다. 캐스팅부터 이런 부분이 돋보인다. ‘범죄도시2는 마동석을 필두로 최규화, 장이수, 허동원 등 1편 출연진이 대거 합류해 연속성을 이어가면서도 ‘장첸’ 역할의 윤계상 대신 ‘강해상’ 역할의 손석구가 새로운 빌런으로 등장하는 등 새로운 색채를 충분히 가미했다.
물론 ‘범죄도시1’의 최고 강점인 마동석의 확실한 액션이 주는 타격감의 통쾌함과 적절한 코믹 요소는 여전하다. 그렇지만 스토리나 메시지 등까지 1편과 연결이 되도록 하려는 인위적이고 억지스러운 연계는 찾아보기 힘들다. 비록 2편의 스토리가 다소 허술하다는 평도 있지만 마동석의 통쾌한 액션이 그런 부족함을 충분히 메워준다.
또한 ‘장첸’ 윤계상이 빠진 자리가 채워질 수 있을지도 큰 의문이었다. 이런 걱정은 새로운 빌런 ‘강해상’ 역할의 손석구가 확실하게 날려버렸다. 장첸과는 또 다른 빌런 강해상은 뒷일 생각하지 않는 무자비한 돌격형이다.
더욱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일찌감치 ‘범죄도시3’ 제작이 확정돼 6월 말부터 본격적인 촬영에 돌입한다는 점이다. 당연히 이번에도 마석도 형사(마동석 분)와 금천경찰서 강력반의 이야기인데 배경을 인천으로 확대해 마약 범죄를 소탕하는 이야기가 될 전망이다. 1, 2편에 출연한 마동석과 금천서 강력반 형사들이 그대로 출연하며 3대 빌런 ‘주성철’ 역으로 이준혁이 가세한다. 또한 국제적인 마약 범죄를 다루는 터라 외국 배우들도 가세하는데 일본배우 아오키 무네타카도 합류할 예정이다. 메가폰은 이번에도 2편의 이상용 감독이 잡는다.
‘범죄도시’ 시리즈의 기획자이자 제작자인 마동석은 3편에서도 주연은 물론이고 기획과 제작에 참여한다. 최근 손석구는 마동석에게 “장첸하고 강해상하고 같이 나오는 거 찍어보자”는 얘길 들었다고 말했다. ‘범죄도시2’ 언론시사회 직후 몇몇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오간 바 있다. ‘장첸’과 ‘강해상’이라는 최고의 빌런을 이미 두 명이나 배출한 상황에서 3편 ‘주성철’이 또 다른 매력과 공포의 빌런을 완성한다면 역대 빌런들이 한 편에 같이 출연해 ‘마석도 형사’의 금천서 강력반과 대결하는 새로운 시리즈도 가능하다는 관측이었다. 마블의 히어로들이 총출동한 어벤져스의 빌런 버전으로 볼 수도 있고, 역대 빌런들이 총출동한 ‘스파이더맨 노웨이홈’과 비슷한 버전일 수도 있다.
‘범죄도시2’가 흥행에 크게 성공한다면 한국 영화계에선 이례적인 시도도 가능해질 수 있다. 마동석이 맡은 ‘마석도 형사’라는 독보적인 캐릭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범죄도시’ 시리즈가 ‘MCU(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시작점’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고 보면 마동석 역시 마블의 일원이다. 영화 ‘이터널스’에서 길가메시 역할로 출연하며 할리우드 진출에 성공한 마동석은 MCU(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새로운 기대주다.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이터널스2’가 제작될 가능성이 높은데 마동석도 셀레스티얼 종족에 의해 초인적인 힘을 얻게 된 불사의 종족 이터널스의 일원인 만큼 다시 합류할 가능성이 높다.
5월 한국 극장가에선 ‘마동석의 MCU’의 파워가 ‘마블의 MCU’를 압도하는 분위기다. 관건은 ‘범죄도시2’의 흥행 기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여부다. 과연 500만 관객을 넘어 ‘닥터 스트레인지2’보다 높은 흥행 성적을 거둘 수 있을지 여부가 첫 번째 관문이다.
한편 ‘범죄도시2’의 또 다른 경쟁작은 다시 2주 간격을 두고 6월 1일 개봉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이다. ‘쥬라기 월드: 도미니언’도 워낙 기대작이기 때문에 그 전까지 ‘닥터 스트레인지2’와 경쟁하며 얼마나 많은 관객수를 기록하느냐가 중요하다. 또 다른 변수는 5월 25일 개봉하는 ‘그대가 조국’이다. 상업영화가 아닌 다큐멘터리 영화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지층 결집이 흥행 성적으로 이어지면 극장가에서 예상외의 파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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