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마스터스 대회는 선수들도 참가 자체를 영예로 생각한다. 선수뿐만이 아니다. 더 중요한 참가자들이 있다. 갤러리로 불리길 거부하는 ‘패트런’들이다. 말 그대로 이들은 구경꾼이 아닌 대회의 ‘후원자’들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골프 팬들이 꿈의 무대, ‘오거스타 내셔널 클럽’의 주인이 돼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물론 상당한 액수의 입장료를 지불해야 한다. 이들의 입장료와 대회 기념품을 통한 수익금을 통해서 대회경비가 치러지는데, 선수들의 상금도 패트런들이 내는 돈으로 충당된다. 해마다 투명하게 대회 총경비가 언론에 공개된다. 이것이 바로 ‘마스터스의 상징’이다.
2년 전 마스터스에 갔을 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광경이 바로 이 패트런들이었다. 대회 첫날 아멘코너에서 캐나다에서 온 신사를 만났는데, 3년째 오거스타를 찾는다고 했다. 자신의 휴가기간마다 열정적으로 대회장을 찾는데 올 때마다 새롭다고 말했다. 최종일 18번 그린에서 만난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 청년은 마스터스에 오는 것이 일생의 꿈이라, 하던 일을 그만두고 왔다고 했다. 그들은 진심으로 마스터스를 즐기고 있었다. 나 역시 취재를 위해 갔었지만, 오거스타에서의 일주일을 아직 잊지 못한다. 매 순간이 행복했다.
골프장을 찾는 갤러리들에게 휴대폰이나 사진 찍기를 금지하게 하는 것은 인간 본성에 반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사람은 멋진 장면이나 인물을 기억하고 싶어한다. 셔터 소리가 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본능에 의해서 행동하는 것이 인간의 심리다. 그래서 훈계보다는 자부심을 가지게 하는 것이 중요한다. 강요는 한계를 갖게 마련이다. 스스로 대회의 주인의식을 갖게 되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골프장에 떨어진 휴지를 줍게 된다.
‘잔디가 죽습니다. 입장금지!’ ‘새싹이 잠자고 있어요, 지켜주면 예쁜 꽃으로 보답합니다!’ 두 가지 팻말이 있다. 느낌이 다르다. 골프 갤러리 문화의 품격을 높이는 길, 답은 명쾌하다.
구경꾼 말고 후원자로 만들어야 한다.
SBS아나운서 최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