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년 반가량 개봉하지 못하고 창고에 쌓여 있는 대작들이 워낙 많은 터라 이번 여름에 개봉해야 하는 다른 한국 영화들 입장에선 일찌감치 7월 개봉을 예고한 ‘한산: 용의 출현’의 존재감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외계+인 1부’가 7월 20일 개봉을 확정했다. 사실상 ‘한산: 용의 출현’과의 정면승부 선언이다. 아직 개봉일을 확정하지 않은 ‘한산: 용의 출현’의 경우 7월 27일 개봉이 유력한 상황으로 13일에 개봉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수요일 개봉이 대세이기 때문으로 ‘외계+인 1부’와 ‘한산: 용의 출현’은 한 주 차이로 개봉할 것으로 보인다. 가능성은 낮지만 같은 날 개봉할 수도 있다.
‘외계+인 1부’ 역시 1000만 관객이 기대되는 ‘최동훈 영화’다. 충무로에서 확실한 흥행 보증수표로 통하는 최동훈 감독은 ‘도둑들’과 ‘암살’로 연이어 1000만 관객 영화를 만들었고 이번 ‘외계+인 1부’로 3연속 1000만 관객에 도전한다. 여기에 류준열, 김우빈, 김태리, 소지섭, 염정아, 조우진, 이하늬 등 출연진도 탄탄하다. 박해일, 변요한, 안성기, 손현주 등을 내세운 ‘한산: 용의 출현’에 비해 출연진의 티켓파워는 더 앞선다고도 볼 수 있다.
8월로 넘어가면 또 다른 대작 ‘비상선언’이 기다리고 있다. ‘더킹’ ‘관상’ 등의 영화를 연출한 한재림 감독의 영화로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임시완, 김소진, 박해준 등 톱스타들이 대거 출연했다. 게다가 사상 초유의 항공테러로 무조건적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를 두고 벌어지는 리얼리티 항공재난을 그린, 국내에서 보기 힘든 재난영화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비상선언’은 2021년 제74회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된 작품으로 당시 상당한 호평을 받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개봉이 미뤄져 8월 개봉을 확정지었다. 2만 8000여 피트 상공의 공포와 긴장감을 살려냈다는 호평을 받은 작품으로 또 하나의 1000만 관객 영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8월 극장가에는 또 다른 복병도 기다리고 있다. 바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공식 초청된 ‘헌트’다. 그러고 보면 이번 여름 8월 극장가는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됐던 한국 영화 2편의 대결이기도 하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한국 영화는 거듭 개봉을 미뤄왔던 터라 극장 관객 점유율을 완벽하게 할리우드 영화 등 외화에 내줬다. 그렇지만 이번 여름 극장가에선 대작 한국 영화들이 연이어 개봉하면서 오히려 외화들이 개봉 일정을 두고 눈치 경쟁을 벌였다. 일찌감치 7월 6일 개봉을 확정 지은 ‘토르: 러브 앤 썬더’가 여름 극장가에서 홀로 눈에 띄는 외화다.
다만 ‘토르’ 시리즈가 국내에선 기대 이하의 흥행 성적을 기록해왔다. ‘토르: 천둥의 신’이 169만 명, ‘토르: 다크 월드’가 304만 명, ‘토르: 라그나로크’가 485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물론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1000만 관객 영화에 범접할 수준은 아니었다. 기존 시리즈의 성적을 기반으로 볼 때 ‘스파이더맨’ 시리즈나 ‘닥터 스트레인저’ 시리즈만큼의 폭발력은 아니라는 얘기다.
게다가 ‘토르: 러브 앤 썬더’ 입장에선 여름 극장가 대작 4편이 아닌 6월 말인 6월 29일 개봉하는 ‘헤어질 결심’과의 경쟁이 더 절박하다. 단 한 주 차이로 7월 20일 개봉하는 ‘외계+인 1부’보다 더 개봉 시점이 가깝다. 따라서 아무리 잘나가는 마블 영화일지라도 한 주 전 개봉하는 ‘헤어질 결심’과 2주 뒤 개봉하는 ‘외계+인 1부’의 시간 차 협공을 이겨내야 하는 처지다.
한편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에게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안긴 작품으로 박해진과 탕웨이가 주연이다. ‘칸 영화제 수상작’이라는 확실한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데다 탕웨이가 출연하는 한국 영화라는 점에서 흥행 동력은 분명하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