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속팀 오리온스와 임금 소송을 벌이며 코트를 떠났던 김승현이 1년여 만에 코트로 복귀한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분쟁의 마무리 깔끔했지만…
프로농구 ‘천재가드’ 김승현이 코트로 돌아온다. 고양 오리온스와 김승현의 법정 분쟁과 감정싸움, 그리고 극적인 합의. ‘윈-윈’이라는 아름다운 포장은 거추장스럽다. 승자는 없고 패자만 남은 진흙탕 싸움이었다.
오리온스와 김승현은 ‘12월 8일 이전까지 이적을 조건’으로 전격 합의를 공식화했다. 김승현은 미지급 연봉과 관련한 임금소송 고소를 취하했다. 오리온스는 이적 대상 구단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김승현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하기로 했다. 오리온스도 김승현을 최대한 배려하기로 했다.
심용섭 단장은 “김승현의 진정성을 확인했기 때문에 정해진 기간 이전에 즉시 이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승현도 또 다시 고개를 숙였다. 농구팬들과 오리온스에 사죄했다. 중재에 나선 한국농구연맹(KBL) 한선교 총재도 재정위원회에 회부된 김승현 임의탈퇴선수 철회가 통과되면 비난을 감수하고 김승현의 선수 등록을 책임지겠다고 했다. 불과 2~3시간 만에 재정위원회를 통과했다. KBL 총재 승인도 끝났다. 김승현은 정상적인 KBL 등록선수가 됐다. 작년 11월 11일 보수 조정 불복에 의한 임의탈퇴선수 공시 이후 379일 만이다.
마무리는 깔끔했다. 이제 남은 것은 이적이다. 삼파전이다. 서울 삼성과 인천 전자랜드, 창원 LG가 김승현 영입 의향을 밝혔다. 이적 카드만 맞으면 즉시 이적이 가능하다.
#진통 겪은 협상 과정
그런데,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많다. 프로농구는 상처투성이다. 양자 합의했다는 짧은 기자회견으로 치유가 되지 않는 문제다. 오리온스와 김승현의 협상 과정은 프로가 아닌 아마추어 수준보다 낮았다. 여론에 떠밀려 화해를 했지만 개운치는 않다. 모양새가 그럴듯했지만 겉과 속이 다르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과거의 잘잘못을 따지기에는 사건 사고가 많았다. 법정 소송까지 갔으니 불법 이면계약에 대한 서로의 잘못은 이미 만천하에 공개됐다. 문제는 법정 소송 이후다.
첨예한 대립을 하던 양측이 급격하게 화해 모드로 돌아섰다. 오리온스가 손을 벌린 것이 아니었다. 1심 재판에서 승소한 김승현이 먼저 나섰다. 농구선수로 코트에 다시 서고 싶은 열망 때문이다. 김승현은 고소 취하와 이자 포함 14억 원을 포기했다. 이적 요청도 없었다. 오리온스에서 뛰겠다고 했고 정상적인 몸값을 원했다. 기준이 필요했다. 김승현 측은 서울 SK에서 뛰는 주희정급을 요구했다. 연봉 5억 원이다. 최초 4년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2년으로 줄였다.
하지만 이마저 오리온스에서 거절했다. 올 시즌은 KBL 규정상 잔여 시즌 연봉인 3억 원, 다음 시즌은 샐러리캡을 고려해 4억 원밖에 줄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김승현은 결국 조건 없는 즉시 이적을 요청했다. 오리온스는 또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리온스에서 복귀해 올 시즌을 뛰라고 했다. 김승현 측이 받아들이지 않자 다시 20경기, 경기당 10분 이상 출전으로 조건을 달았다. 갈등이 다시 시작됐다. 김승현은 결국 협상 결렬 선언을 했고, 여론이 들고 일어섰다. 하지만 오리온스는 즉시 이적에 대한 어떤 제안도 하지 않았다. 또 다시 손을 내민 것은 김승현이었다. 김승현 측에서 12월 8일 이전으로 이적 날짜를 정한 ‘복귀 후 이적’에 사인했다. 오리온스는 그제서야 김승현의 합의서를 받아들였다.
▲ 김승현이 11월 24일 기자회견을 가진 뒤 한선교 KBL 총재(왼쪽), 심용섭 오리온스 단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오리온스는 김승현을 왜 그토록 놔주지 못했나. 이성을 잃은 감정 때문이다. 오리온스는 협상 과정에서 사과문도 요구했다. 사과문은 김승현이 직접 작성한 것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오리온스 측에서 직접 작성해 보내온 사과문에 김승현이 도장만 찍었다. 납득할 수 없는 유치한 일이다. 다음은 사과문의 일부 내용이다.
“본인의 사려 깊지 못한 행동으로 KBL 및 오리온스 농구단, 특히 심용섭 단장님의 권위와 명예를 실추시키고, 본인의 플레이에 열광했던 농구팬들에게도 깊은 상처를 준 점 진심으로 사죄합니다.”
이 사과문이 오리온스의 감정적 대응을 대변한다. 김승현은 완벽한 죄인이고, 오리온스는 잘못이 없다는 걸 주장하고 싶은 것이었다. 오리온스는 사과문을 언론에 공개했다. 하지만 사과문은 오히려 질타의 대상이 됐다.
오리온스와 김승현은 농구계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 농구팬들도 철저히 무시됐다. 어쨌든 이젠 지난 일이 됐다. 앞으로 모양새가 중요하다. 협상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진정성’이었다. 오리온스와 김승현은 프로농구 팬들을 위해 그 진정성을 코트 밖이 아닌 안에서 보여줘야 할 때다.
서민교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