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연구원(KERI, 원장 직무대행 김남균) 전기의료기기연구단이 첨단 광(光) 기술을 통해 대형병원에서만 받던 고가 체외 진단기기의 저비용·소형화·자동화를 실현하고, 양질의 의료 서비스에 대한 국민 접근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체외 진단이란 인체에서 채취한 혈액, 소변, 조직 등을 분석하여 질병의 원인을 찾아내는 검사법이다. 최근 코로나19 감염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크게 주목받았으며, 그 외에도 심혈관계 및 암 질환 진단, 혈당 측정 등 환자들의 상태를 확인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중증 질병 분야에서의 체외 진단 장비는 고가의 수입산 제품이 95% 수준으로, 주로 대형병원 및 전문가 중심으로 활용되곤 했다.
이에 KERI가 개발한 기술은 ‘전 국민 대상 양질의 의료 서비스 확대’라는 큰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1차 의료기관 및 가정에서도 다양한 만성질환을 상시 모니터링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비대면 광융합 체외 진단 헬스케어 시스템’이다. 성과의 키워드는 저비용, 소형화, 고효율성, 자동 지능화를 통한 사용자 편의성 향상이다. 많은 기술 분야에서 국산화 혹은 세계최초 시도를 통해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연구단은 세계최고 수준의 ‘초소형 고정밀 광학 기술(2차원 어레이 구조의 미니 LED 광원, 공간분할 다중분광 광학모듈)’과 ‘광신호 증폭 알고리즘 기술(광열 모듈레이션 기반 레이저 스페클 관측기술 및 여기광 변조 기반 형광신호 증폭 기술 등)’을 적용해 시스템의 성능을 높였고, ‘무동력·무전원 바이오칩 기술’을 접목해 비전문가도 현장에서 쉽게 운영할 수 있도록 사용자 접근성을 강화했다.
이러한 KERI 시스템을 통해 동네 작은 의원은 물론, 환자 개개인도 가정에서 감염병, 당뇨합병증, 심근경색, 알츠하이머 등의 병을 쉽고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코로나19로 인해 급격히 성장한 비대면 헬스케어 산업의 중심에 설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다.
무엇보다 이번 성과를 통해 그동안 의료 서비스가 취약했던 소도시, 도서·산간 지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나아가 수도권 중심의 의료 집중화를 분산시키고, 지역경제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공지능(AI)이나 정보통신기술(ICT)과의 연동을 기반으로 다량의 질병 데이터를 구축하는 등 의료산업 전반의 발전도 이끌 것으로도 기대된다.
관련 기술들은 올해 상반기에만 2개 기업체에 부가세 포함 총 약 4억원 규모로 기술이전되어 상용화가 준비되고 있다. 해당 기업체들은 KERI와의 협업을 통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감염병을 비롯한 다양한 질병을 비침습적으로 진단·모니터링할 수 있는 의료장비를 3년 이내에 개발 및 보급한다는 목표다. 현재 체외 진단 기술 관련 글로벌 시장 규모는 연간 80조에 도달했고, 매년 가파르게 성장할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 공동 개발자인 KERI 김종진 책임연구원은 “이번 성과는 경제·산업적 파급력이 매우 높아 체외 진단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선진국 기술에 대응하고,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히며 “수도권에 집중된 의료산업 저변을 전국적으로 확대해 작은 지역에서도 헬스케어 관련 시장을 키우고, 의료 데이터를 분석·관리하는 전문가 집단이 창출되는 등 고용 유발 효과까지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개발 기술과 관련한 국내 특허 출원을 다수 완료한 KERI는 기술이전 업체와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비대면 광융합 체외 진단기기’의 조기 상용화·양산화를 추진한다는 목표다.
#전고체전지 전극 제조의 새로운 장 열어
한국전기연구원(KERI, 원장 직무대행 김남균) 차세대전지연구센터 하윤철 박사팀이 개발한 ‘저온 소결형 고체 전해질 분말 제조 및 시트화 기술’이 전문 기업체에 기술 이전돼 전고체전지 상용화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전고체전지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을 액체가 아닌 고체로 대체한 차세대 배터리다. 불연성의 고체 사용으로 화재 위험이 없고, 냉각 장치 등이 따로 필요하지 않아 전지의 고용량화, 소형화, 형태 다변화 등 사용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한 차세대 유망 기술이다.
전고체전지는 고체 전해질의 효과적인 생산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전해질이 고체이기 때문에 전극이나 멤브레인(분리막)을 만드는 단계에서 다른 물질과의 계면 접촉이 대단히 중요하다. 소결과 같은 열처리를 통해 계면 접촉을 개선할 수 있지만, 문제는 바인더 등 전지의 일부 소재가 고온의 열에 약하다는 것이다.
특히 높은 온도(일반적으로 500℃ 이상)에서 잘 만들어진 고체 전해질일지라도 다른 물질(바인더, 도전재, 활물질 등)과 혼합하기 위해 아주 미세한 입자로 분쇄해야만 했고, 이는 이온 전도도 손실로 이어지곤 했다. 혼합 후에도 제한된 열처리로 인해 계면 간 저항 문제도 발생했다. 온도를 높이자니 소재 손상이 우려되고, 반대로 낮추자니 결과물의 질이 떨어지는 난제에 직면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KERI의 성과는 저온에서 양질의 고체 전해질을 손상 없이 제조하여 극판과 멤브레인에 최적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하윤철 박사팀은 자체 개발한 중간재습식 밀링 공정’을 기반으로, 200℃ 이하 낮은 결정화 온도에도 기존 방식(500℃ 이상 열처리)의 결과물과 대등한 수준의 이온 전도성을 가지는 고체 전해질 제조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
열처리 온도를 200℃ 이하로 낮출 수 있다는 것은 새로운 전극(혹은 멤브레인) 제조 공정 개발로 이어진다. 계면 저항이 크게 발생하는 기존 과정(고온 열처리를 통한 고체전해질 제조, 분쇄, 혼합 및 시트화)과는 달리, KERI 공정에서는 고체 전해질과 각종 물질(바인더, 도전재, 활물질 등)을 섞어서 시트화해 전극을 만들고, 한 번에 열처리하여 마무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습식 밀링 공정과 저온 소결 방식은 사용자의 활용 목적(전극 제조용, 멤브레인 제조용 등)에 따라 고체 전해질의 크기(입도)를 알맞게 제어·조절할 수 있게 해주며, 고체 물질 간 계면 저항도 낮춰준다. 제조 공정에서 소요되는 에너지 비용 절감 효과도 크다.
연구원의 성과는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이차전지 장비 전문기업인 ㈜하나기술(대표 오태봉)에 기술이전됐다. ㈜하나기술은 이차전지 전(全) 공정 턴키 제작이 가능한 전문 장비업체로, 최근에는 소재 산업까지 사업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핵심 소재 기술과 제조 장비 기술 모두를 확보해 전고체전지의 빠른 상용화에 기여한다는 목표다. ㈜하나기술은 이번 KERI 기술이전을 기반으로 전고체전지용 ‘고체 전해질 시트 제조설비’와 ‘시트용 고체 전해질 소재’를 2023년 말까지 양산화 가능한 기술로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KERI 하윤철 박사는 “우리의 기술은 단순 고체 전해질의 이온 전도도 향상이나 대량생산에만 머물렀던 관점을 넘어, 전극 혹은 멤브레인 공정까지 고려했다는 측면에서 완성도와 실용성이 높은 성과”라며 “앞으로 전력저장장치(ESS)나 전기차 등 분야에서 성능 좋고 안전한 전고체전지의 상용화를 위한 소재·극판·셀 공정기술 개발에 지속적인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혜림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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