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사람들이 그러는데, 제 스윙이 이렇대요.”
“친구들이 자꾸 지적해서 바꿔 보려 구요.”
“동반자들이 놀려서 고치고 싶습니다.”
지난주에도 구력이 10년이나 된 여성 시청자가 전화 출연을 했다. 12.5도짜리 드라이버를 사용하고 있는데 드라이버 비거리가 130미터밖에 되지 않아서 속상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뒤에 덧붙인 말이 귀를 자극했다. 주위 사람들이 타이거 우즈도 7도에서 12도짜리 드라이버를 폭넓게 사용하고 안 맞을 때는 12도로 티샷을 한다고 했다는 것 아닌가. 그러면서 여자는 12.5도를 사용해도 무방하니까 계속 쓰라고 권유한다는 것이다. 우즈가 들으면 기막힐 노릇이었다.
한창 골프에 빠져 있을 때 아마추어는 주변의 말에 민감하다. 간혹 연습장 휴게실에서 음료수 한잔 마시는데, 옆 테이블의 대화가 들려올 때가 있다. 정밀분석과 처방이 진지하게 오간다. 골프 이론 척척박사들이다. 분명 아마추어들인데 프로도 하지 않는 스윙분석을 대화로 한다. 여기까지는 괜찮다. 타석에 앞뒤로 서서 서로의 스윙을 평가하는 골퍼들이 많다. 좀 더 핸디가 낮은 사람이 이렇게 저렇게 스윙을 고치라고 티칭을 시작한다. 이번엔 내 스윙을 물끄러미 지켜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말을 걸까봐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지나가던 진짜 티칭프로가 묘한 웃음을 짓는다.
훈수 잘못 뒀다가 본전도 못 찾는 세상이다. 그래서 고수는 훈수를 함부로 하지 않는다. 남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골퍼가 자기 샷에 충실하기 힘들다. 특히 초면에 상대가 물어보지 않는데 먼저 샷에 대한 조언을 하는 것은 금물이다. 친선골프일수록 조심해야 한다. 호의가 적의로 오해받는다.
어쩌다 방송 전 한가한 틈이 날 때가 있다. 최고 선생님들에게 한 말씀 들어보고 싶어서 볼 몇 개를 쳐본다. 지난번에 소개한 지도자 세 분은 같이 방송하는 아나운서의 스윙에 대해 어떤 조언을 해주는지 오늘 공개한다.
보는지 안 보는지 불쌍하게 눈치를 쓱 보면, 해주는 얘기가 딱 하나다.
열심히 해봐!
SBS아나운서 최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