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위와 현 조합 소득 없는 첫 만남…사업비 대출·분양 일정 등 과제 산적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난 첫 회의
지난 8월 1일 둔촌주공조합 재건축 공사의 재개를 위해 정상위 측 3인, 조합 집행부 측 2인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첫 회의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정상위 측과 집행부 측이 각자 위원장을 추천하는 등 이견을 보인 끝에 결국 투표에 이르지 못했다. 또 위원회 운영의 세부사항을 놓고도 논란이 생겨 법무법인의 검토를 받은 후 다시 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정상위 측은 “최대한 성실하게 회의에 임하겠으나, 총회까지 상호 신뢰 하에 갈 수 있을지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현재 가장 시급한 해결을 요하는 문제는 상가분쟁이다. 상가에 유치권을 행사 중인 PM사 리츠인홀딩스는 지난 7월 25일 조합 집행부 측과의 면담에서 현 상가대표단체인 통합상가위원회를 교체하고 계약해지를 취소하는 안건을 빠르게 진행해줄 것을 요구한 상태다.
리츠인홀딩스는 10년간 둔촌주공 상가 관련 업무를 도맡아 하다가 부당하게 계약을 해지당하고 정산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며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현재 상가 대표단체인 통합상가위원회 측은 유치권이 성립되지 않는다며 맞서고 있으나 법정에서 이를 다툴 경우 최소 3~5년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 기간 동안 PM사가 둔촌주공 상가건물에 대해 공사 중지 가처분이나 분양 금지 가처분 등을 신청할 경우 전체 단지에 준공 허가가 나지 않아 입주가 불가능해진다.
PM사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서는 총회를 다시 열어 현재 통합상가위원회를 상가 대표단체로 임명한 기존 총회 의결을 취소해야 한다. 통합상가위원회가 지난해 상가 대표단체를 맡게 되며 PM사와의 계약을 해지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취소 의결까지 갈 길이 구만리라는 점이다.
조합 내부사정을 아는 한 관계자는 “조합 집행부 측에서 당장 사업정상화위원회의 위원장으로 밀고 있는 A 씨부터가 상가에 지분을 가진 사람이다. 이 분이 위원장을 맡게 되면 상가 문제를 풀 길이 요원해지니 정상위 측에서는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다. 위원회 첫 회의부터 파행이 날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고 말했다.
위원회에서 취소 총회 의결을 합의해 안건을 올린다고 해도 끝이 아니다. 120명의 대의원의 표심이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총회 상정 안건은 사전에 대의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앞서의 관계자는 “정관을 바꾸며 일정 수 이상을 상가 대의원으로 채우도록 한 데다 그동안 대의원들이 통합상가위원회 쪽에 유리하게 표를 몰아줬기 때문에 결과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설령 취소총회가 의결돼 PM사와의 분쟁이 해소된다고 해도 새로운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시공사업단 측은 취소총회가 의결되더라도 통합상가위원회 측이 이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해 법원이 수용하면 다시 공사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실제 이 문제와 관련해 통합상가위원회 측은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태도로 맞서고 있다. 통합상가위원회 관계자는 “취소총회 의결은 명백한 상가 조합원들의 재산권 침해이고 정관 위반이다. 저희는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법적 수단을 다 동원해 저희 권리를 지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업비, 분양 등 산적한 과제들
위원회가 첫 시작부터 삐걱거리는 사이 사업비 대출 만기는 다가오고 있다. 사업비 대출 만기 시점은 오는 8월 23일이다. 둔촌 현장 대주단에는 24개 금융기관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 중 대출 연장에 반대하는 곳이 있어 대위변제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합 측은 시공사와 협의해 다시 대주단을 구성하고 대출을 새로 받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지만 현재 아무런 진전이 없다. 이와 관련해 시공사업단 관계자는 “안건이 넘어와야 저희 쪽에서도 해당 요청을 받아들일지 말지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 현재는 아무런 공식적인 요청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7월 5일 공문을 통해 설계변경비 확정과 미수금 정산을 요청했던 삼우건축설계 사무소 측 역시 위원회가 제대로 구성되기를 기다리며 협상을 중단한 상태다. 삼우건축사무소 관계자는 “위원회 구성이 완료되면 협상을 재개할 방침이고, 미수금과 관련해서는 조합 측이 사업정상화 후 자금 확보가 되면 지급하겠다고 했다. 추후 조합과 협의 재개 시 미수금 확보에 대한 확실한 담보를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분양을 위한 일정도 잡아야 한다. 10월 총회를 거쳐 오는 11월 공사를 재개한다고 쳐도 4월 15일 공사 중단 이후 7개월 동안 생긴 손실 비용만 1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사 중단에 따른 조합원 6068명의 1인당 추가분담액은 1억 7000만 원에 이른다. 조합 측은 분양가를 높여 조합원 부담을 줄일 방침이지만 토지 감정평가를 새로 할 것인지, 시점보정을 통해 분양가를 올릴지는 아직 구체화하지 않은 상황이다.
조합 측은 추가분담금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최대한 빠른 시기인 12월에 분양가를 확정하고 1월부터 일반분양에 나서겠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서울시 강동구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지역에 해당돼 공사비 지출 증가분이 분양 수입 증가분을 웃돌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는 현재 주변 시세에 비해 엄청나게 싼 편이라 분양가는 더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그렇다고 추가분담금을 다 상쇄할 수 있을지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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