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참을 먹어야 잠들고 아침에는 식욕이 없다면 야간식이증후군이다. 원인은 배고픔이 아니라 스트레스라고 한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밤마다 습관적으로 음식을 먹거나 낮에는 입맛이 없다가 밤만 되면 식욕이 생기는 사람, 스트레스를 꼭 먹는 걸로 풀어야 하는 사람, 저녁을 배불리 먹은 후에도 달콤하거나 짭짤한 음식이 또 먹고 싶은 사람은 일단 야간식이증후군을 의심해봐야 한다.
더 심하게는 밤에 뭘 먹지 않고는 도저히 잠이 오지 않거나, 먹고 싶은 생각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면 야간식이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 보통 하루 종일 섭취하는 음식 중 저녁 때 먹는 양이 반 이상 차지할 때 야간식이증후군으로 진단한다.
의학적으로는 ‘야식경향’과 ‘야식증후군’으로 나눈다. 저녁 식사를 포함해서 자기 전까지 먹는 음식의 열량이 하루 총 섭취 열량의 50%를 넘으면 야식경향, 야식경향에 아침에 식욕이 없고, 잠을 잘 못 이루는 증상이 추가되면 야식증후군으로 본다.
특히 젊은 층에서 흔해서 20대는 19.2%, 40~50대는 8% 정도가 야식경향을 보이고, 비만환자의 40.1%가 야식을 하고 있었다는 국내 연구도 있다.
#주범은 바로 스트레스
밤마다 ‘먹지 말아야지’ ‘참아야지’ 하지만 야식의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다. 비만과 부종, 위궤양 등에 시달리면서도 밤만 되면 습관적으로 먹을 것을 찾는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먹고 싶은 이유가 배고픔이 아니기 때문이다.
밤에 많이 먹는 것은 바로 스트레스가 주범이다. 음식물에 들어 있는 당분은 뇌신경 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을 자극해 스트레스를 해소해준다.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은 배가 고프지 않아도 습관적으로 음식을 찾고, 혼자 있는 밤 시간에 많이 먹게 되는 것이다.
박용우 리셋클리닉 원장은 “야간식이증후군에 시달리는 사람 대부분이 야근을 많이 하는 직장인이나 수험생, 아침에 늦게 일어나고 밤에 활동하는 올빼미족,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계속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은 더 위험하다. 사실 일시적인 스트레스는 오히려 식욕을 떨어뜨린다. 교감신경계가 흥분되면서 위장운동은 둔해지고 혈당은 높아지는 것이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만성화되면 오히려 식욕을 부추긴다. 실제로 야간식이증후군에 걸린 사람은 평소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량이 정상적인 사람에 비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살찌고 더부룩하고 몸 붓고
그렇다면 잠자기 전에 야식을 먹는 게 습관화되면 어떤 문제가 나타날까. 살이 찌는 것은 물론 부종, 소화불량, 위염, 위궤양, 식도염 등에 걸릴 위험이 아주 높아진다.
가장 큰 문제는 비만이다. 다 아는 것처럼 같은 양의 음식을 먹더라도 잠자기 전에 먹으면 살이 더 쉽게 찐다. 낮에는 교감신경의 작용으로 에너지를 소비하는 방향으로 우리 몸의 대사가 이루어진다. 하지만 부교감신경이 우위에 있는 밤에는 섭취한 음식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지 않고 지방으로 바뀌어 차곡차곡 몸에 쌓이는 것이다. 게다가 활동 또한 크게 줄어들어 에너지를 소비할 겨를이 없다.
부종도 대표적인 증상이다. 밤참을 먹고 난 다음날 얼굴이 붓는 것은 음식에서 많은 염분을 섭취하기 때문이다. 흔히 밤참으로 많이 먹는 라면이나 스낵, 치킨 등에는 보기보다 많은 염분이 들어 있다. 염분이 많은 음식을 먹고 잠을 자면 우리 몸은 밤새 염분의 농도를 낮추기 위해 수분을 배출시키지 않고 몸속에 저장하려 든다. 이 수분이 부종을 일으키는 것이다.
또한 잠이 들면 신진대사가 줄어들고 몸의 모든 기관들은 휴식에 들어간다. 위산 분비 역시 떨어지기 때문에 밤에 많이 먹으면 소화불량이 일어나기 쉽다. 너무 차거나 뜨거운 음식, 매운 음식, 기름진 음식 등은 위에 자극을 주어 위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은 상태에서 자극적인 음식을 먹으면 위궤양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진다. 식도의 괄약근이 열리면서 위 안 음식이 식도로 역류하는 식도염이 생길 확률도 높아진다.
#생체리듬 정상으로 돌려라
그렇다면 야간식이증후군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규칙적인 식사를 하는 게 중요하다 야간식이증후군의 원인은 배고픔이 아니라 스트레스로 인한 호르몬 분비 이상이므로 생체리듬을 정상으로 돌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먼저 하루 세 끼 식사부터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아침과 점심은 충분히 먹고 저녁은 되도록 가볍게 먹는 습관을 들인다. 단, 야식을 먹기 위해 잠을 깰 정도로 상태가 심각할 때는 오히려 식사를 든든히 해 위장을 채워두는 게 낫다.
다만 적어도 잠자기 3시간 전에는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 좋고, 이때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위장에서 오래 머물러 소화장애가 생길 수 있으므로 피한다.
박용우 원장은 “하는 일 때문에 야간에 활동하는 사람은 일하는 시간과 음식 먹는 시간을 명확히 구분하라”고 조언했다.
숙면으로 하루의 피로를 충분히 푸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숙면은 하루 동안 쌓인 피로를 회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특히 스트레스가 쌓인 상태에서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피로가 계속 누적된다.
그렇다고 잠을 자기 위해 습관적으로 수면제나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것은 삼간다. 그럴 때는 멜라토닌을 복용하는 편이 낫다. 멜라토닌은 잠을 자는 동안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숙면을 취할 수 있게 도와주고 중독 등의 부작용도 없다.
밤참을 찾게 만드는 주원인이 스트레스라면 이를 해소해야 한다. 스트레스 해소법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먹는 생각을 잊을 수 있는 오락거리나 운동, 음악 감상 등 나름의 방법을 찾아 그때그때 스트레스를 푼다.
밤에 TV를 보면서 실내자전거 등을 타면서 땀을 내도 좋다. 운동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면 아침에 일어나 15∼20분간의 스트레칭부터 시작한다. 스트레스가 해소되면 식욕도 자연히 줄어든다.
마지막으로 밤마다 드는 식욕을 도저히 참을 수 없다면 저녁식사 시간을 8시경으로 늦추는 것이 낫다. 밥을 늦게 충분히 먹는 게 이후에 간식을 먹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먹을 때는 절대로 TV나 신문을 보면서 먹지 않는다. 정신이 먹는 것에 집중되지 않아 더 많이 먹게 된다.
송은숙 건강전문 프리랜서
도움말=박용우 리셋클리닉 원장
7가지 이상 해당되는 사람은 야식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
□ 잠들기 직전까지 음식을 먹을 때가 많다.
□ 스트레스를 받으면 폭식을 한다.
□ 밥 대신 군것질로 끼니를 때울 때가 자주 있다.
□ 아침을 거르는 날이 많다.
□ 점심에 식욕이 별로 없다.
□ 자다가 음식을 먹기 위해 깬 적이 있다.
□ 밤에 과식을 하고 나면 후회한다.
□ 새벽 1시 전에는 잠이 오지 않는다.
□ 잠드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은 편이다.
□ 자다가 중간에 자주 깬다.
□ 담배를 피우고 있다.
□ 하루 평균 소주 3잔 이상 마신다.
□ 우울하다
□ 체중 변화가 심하다.
□ 복부 비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