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신분증 도용, 계정 대여로 성인인증 부작용 속출…도시보다 농촌이 더 심각 “학부모 사이버 안전교육 필요”
중국 당국은 지난해 8월 ‘미성년자 온라인 게임중독 방지를 위한 엄격한 관리 알림’을 발표했다. 여름방학 기간 학생들의 온라인 게임 노출을 최대한 막기 위해서였다. 이에 따라 모든 미성년자들은 주말과 휴일에는 20시~21시까지 단 한 시간만 온라인 게임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실효성이 없었다는 평가다. 미성년자들이 온라인 게임 업체의 성인 인증을 뚫는 건 너무나도 간단했다. 중국전매대학 문화산업관리학원 법학부 교수인 정닝은 “주관부서가 미성년자의 게임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정책을 꾸준히 내놨지만 게임 중독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학부모, 학교, 사회의 중독 방지 장치는 아직 미흡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미성년자들이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은 부모의 신분증으로 성인 인증을 받는 것이다. 비용도 들지 않고, 간단할 뿐 아니라 적발될 우려도 낮다. 2021년 11월 발간된 ‘중국 게임산업 미성년자 보호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에 응한 미성년자의 42.8%가 부모님 신분증으로 온라인 게임을 이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게임 업체의 규제를 풀기 위한 방법이 SNS 등을 통해 공유되거나 또는 대신 인증을 통과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업체들도 생겨났다. 한 유명 온라인 게임 계정을 사기 위해선 얼굴 인증이 필요하다. 하지만 150위안(2만 9000원)만 내면 얼굴 인증을 뚫어주는 업체를 이용해 게임을 즐기는 미성년자들이 많다고 한다.
얼마 전엔 이를 악용한 사기 사건도 발생했다. 한 사이트는 “일정 비용을 지불하면 성인 인증에 필요한 주민등록번호를 제공해준다”고 광고했고, 많은 미성년자들이 돈을 송금했다. 하지만 이 사이트에서 받은 주민등록번호로는 온라인 게임 실명 인증을 통과할 수 없었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주민등록번호였기 때문이다.
전문적으로 계정을 대여해주는 업체들도 생겨났다. 주 고객은 미성년자다. 직접 한 업체에 문의해보니 요금은 시간당 6위안(1100원)이었다. 종일권은 20위안(3800원)에 불과했다. 시간당으로 계산하는 것보다 종일권을 구매하는 게 훨씬 이득이다. 1주일 사용권은 66위안(1만 2000원)이다.
아이템 구매를 위해 부모 카드를 써 문제가 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저장성 항저우에 사는 위 씨 사례는 얼마 전 큰 화제를 모았다. 위 씨는 “카드 명세서에 7만 5000위안(1450만 원)이 나와 있어서 놀라 확인을 해보니 아들이 게임 머니 충전을 한 것이었다. 총 200건이었다”고 했다.
원칙적으로 중국에서 미성년자들은 온라인 게임을 하면서 아이템 등을 구매할 수 없다. 법엔 18세 이상만이 온라인 게임 시 유료 결제를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있으나 마나 한’ 법이다. 미성년자들은 실명 인증을 받은 것처럼 얼마든지 게임 머니를 충전하거나 유료 아이템을 살 수 있다.
온라인 게임 중독의 폐해는 자명하다. 상하이시법학회 미성년자법연구회 부비서장인 츠페이즈는 “학업성취도 저하는 물론, 정서적으로도 악영향을 미친다. 게임 속의 폭력적인 성향을 닮을 우려가 있다”고 했다.
츠페이즈는 최근 벌어진 폭력 사건을 예로 들었다. 17세의 한 고등학생은 식당에서 다른 사람과 부딪히자 옆에 있던 의자로 머리를 반복적으로 내리쳤다. 이 학생은 식당에 오기 전 3일 동안 길거리에서 싸우는 내용의 온라인 게임을 했다고 한다. 이 학생은 “게임 중인 것으로 착각했다”고 말했다.
학생 부모는 “온라인 게임에 빠져든 후 시력이 급격히 나빠졌다. 학업 성적이 곤두박질쳤고, 수업에 대한 반응력과 이해력이 떨어졌다. 매일 집에서 게임만 하다 보니 타인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정닝은 온라인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 가정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가정은 사이버 안전의 1차 방어선이다. 미성년자의 인터넷 이용시간을 통제하고, 인터넷 이용에 관한 룰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닝은 학교에서의 온라인 소양 교육 강화와 함께 법적인 제도 보완도 강조했다. 정닝은 “게임계정 대여, 미성년자들의 아이템 구매 등에 대한 단속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로 실명인증을 하는 것은 사이버보안법과 미성년자보호법을 위반한 것”이라면서 “더 큰 문제는 개인정보 유출, 사기 등의 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했다.
츠페이즈는 농촌지역 미성년자들에 대한 온라인 교육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정부가 발표한 ‘전국 미성년자 인터넷 이용실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도시와 농촌 미성년자들의 인터넷 이용엔 큰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 거주 미성년자들은 주로 검색엔진, SNS, 뉴스, 쇼핑 등을 하는데 인터넷을 이용했다. 반면, 농촌의 미성년자들은 동영상, 게임, 만화 등을 주로 즐겼다. 츠페이즈는 “농촌의 미성년자와 학부모들을 상대로 온라인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또한 농촌지역 학교와 당국은 미성년자의 온라인 게임 중독을 막기 위한 조치를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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