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가 공포라면 건망증은 일상이다. 불치병과 감기의 차이라고 할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누구나 건망증을 앓는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특히 골프와 관련된 깜빡 에피소드가 줄을 잇는다. 그런데 골프 건망증은 남녀에 약간 차이가 있다. 소지품 때문이다. 아무래도 여성골퍼는 남성들보다 챙길 물품이 많다. 겨울이 절정이다. 여자들은 기본적으로 남성보다 속옷을 많이 입는데다 세세하게 챙겨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부츠 같은 부피 큰 신발, 액세서리, 화장품, 세안용품, 손난로나 핫 팩 기타 등등…. 들고 다니는 항목이 며칠 여행 떠나도 되는 수준이다. 이렇게 챙길게 많다보니 빠트리는 물건이 꼭 생긴다. 여자 라커 한 구석에 분실물 보관함을 배치한 곳이 있는데 구경하다가 헉! 할 때가 있다. 여성들의 프라이버시 때문에 밝히지 않는다.
여자들은 소소한 분실물 얘기가 많지만 남자들은 단위가 다르다. 통이 크다. 우스갯소리도 건망증보다 치매가 많다. 골프 유머 중에 치매 진단 얘기가 있다.
초기-종종 골프백과 가방을 클럽하우스에 두고 온다, 중기-티샷 해야 하는데 드라이버 말고 우산 들고 티 박스로 올라간다, 말기-다 끝나고 다른 팀 행사장에 가서 열심히 박수 친다.
워낙 항목이 많아서 간단히 옮겼다. 그런데 그냥 웃고 넘기기에 살짝 마음이 잡힌다. 우리 솔직해지자. 인정해야 할 때는 인정해야 한다. 분실물 박스에 내 물건 한두 개 정도 없는 골퍼들이 있을까. 우리는 인간적인 골퍼들이다. 그러니 서로 챙겨야 한다. 드라마 주인공은 남편이, 고모가, 남동생이, 사촌 오빠가 챙긴다. 여러 사람이 보실 핀다. 우리는 서로 챙겨야 한다. 혹시 남의 행사장 가서 열심히 박수 쳐주는 동료를 발견하면 조용히 옆으로 가서 쥐도 새도 모르게 얼른 데리고 오자! 그 자리에서 밥까지 먹기 전에.
SBS 아나운서 최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