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봉산자연휴양림.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조용히 쉬어 가기에 좋은 숲 속 숙소다. |
사실 삼척만큼 제설작업을 철저히 하는 지역도 드물다. 제설작업 속도에 있어서 강원도가 전반적으로 뛰어난 편인데, 삼척은 특히 목숨을 거는 것처럼 보인다. 눈이 많이 내린다는 소식만 들리면 타 군에서까지 제설차량을 대여해 충분한 숫자를 확보한 후 대기시킨다고 한다. 워낙 산 깊은 곳이 많아서 그렇다. 이런 노력 덕분에 삼척은 웬만한 눈에도 다니기 불편하지 않은 곳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점을 잘 모르는 듯하다. 거의 완벽하다시피 한 제설작업으로 삼척은 산골까지도 누구에게나 열린 여행지가 되었지만, 사람이 찾지 않아 적요감마저 감도니 겨울이면 오지 아닌 오지의 운명을 살고 있다. 따지자면 그 때문에 주목한 올해의 마지막 여행지이기도 하니 더 할 말은 없다.
삼척은 겨울하면 덕항산이다. 1073m의 이 산은 병풍암, 촛대봉 등 기암괴석이 많아 산세가 수려하다. 보통의 산처럼 삿갓 모양이 아니라 여기저기 툭툭 튀어나온 암봉들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만든다. 덕항산 겨울산행은 약 7시간 정도 걸린다. 정상까지 환선굴 방면으로 출발할 경우, 정상까지 약 4㎞, 내려오는 데 약 3㎞가량 된다. 눈이 없다면 정상까지 두 시간이면 충분하지만, 아무래도 이 계절에는 거의 그 두 배를 잡아야 한다. 천연동굴전망대, 장암재, 지각산을 경유해 덕항산 정상으로 이어진다. 오르는 동안 좌우로 갖은 모양의 암봉과 기암괴석들이 눈길을 잡아끈다. 내려오는 길은 장암목 926계단이 골말에서 끝난다. 장암목 926계단 왼쪽에는 거대한 촛대바위가 서 있다.
▲ 대금굴 내부의 모습. 사진제공=삼척시청 |
수많은 동굴들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것은 환선굴이다. 총길이 6.2㎞에 달한다. 이 중 개방하는 구간은 1.6㎞로 전체의 4분의 1 정도다. 환선굴은 5억 3000만 년 전 고생대 시기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덕항산 840m 지점에 환선굴이 위치하고 있다. 동굴에는 거대종유석과 산호, 영지버섯, 만리장성 등 화려한 동굴 생성물들이 가득하다. 동굴을 둘러보는 데는 약 1시간가량 소요된다.
대금굴은 환선굴과 같은 시기에 형성된 굴이다. 규모는 환선굴에 비해 아주 작다. 주굴이 730m, 지굴이 880m로 모두 합쳐 1610m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793m가 개방되고 있다. 그러나 관람동선으로 따지면 1356m로 환선굴과 비슷하다. 게다가 대금굴은 동굴호수와 폭포를 비롯해 동굴생물들이 풍부해서 그 가치가 높다. 동굴의 물은 환선굴에서부터 흘러나오는 것이라고 한다. 이 물은 흐르고 흘러 오십천에 가 닿는다. 대금굴 역시 관람에 약 1시간이 소요된다.
▲ 대이리군립공원의 모습. |
▲ 대이리군립공원 안에는 옛 화전민들이 살던 굴피집들이 있다. |
멀리 삼척까지 찾아간 여행. 쉴자리로는 검봉산자연휴양림을 추천한다. 여름 한 철을 제외하고 예약에 큰 어려움이 없다. 특히 겨울에는 이곳을 찾는 발길이 거의 뜸하다. 조용한 숲이 온전히 내 차지가 된다. 차분히 지난 해를 되돌아보고, 다가올 해를 설계하는 데에 이만한 곳이 없다.
검봉산은 해발 682m의 야트막한 산이다. 산악자전거 마니아들에게 소문난 산으로 승지골, 천봉, 사금산, 응봉산, 육백산으로 이어지는 장쾌한 능선에 바퀴를 굴려가며 도전하게끔 만든다.
자연휴양림에서 검봉산 정상을 돌아 내려오는 길이 약 6㎞ 정도 된다. 그리 어려운 길이 아니다. 눈이 내리더라도 등산에 그렇게 겁낼 필요가 없다. 목교와 정자, 계곡산책로 등이 산림문화휴양관 옆에 있다. 산행이 아니라도 아쉽지 않은 이유다.
▲ 관동팔경의 하나인 눈 속의 죽서루. |
눈 덮인 죽서루는 풍경이 고즈넉해서 매력적이기도 하거니와 산수유와 단풍이 볼만하다. 죽서루 앞마당에는 따지 않고 내버려둔 산수유 열매가 달려 있다. 맑은 붉은색 열매가 눈 속에서도 빛난다. 그보다 더 이목을 끄는 것은 단풍이다. 죽서루를 정면으로 바라볼 때 왼쪽 담장의 대밭 앞에 단풍나무가 있는데, 이상한 것이 이 엄동설한에도 잎이 지지 않았다.
김동옥 여행전문가 tour@ilyo.co.kr
▲길잡이: 영동고속국도 동해IC→7번국도→단봉삼거리→38번국도→대이리군립공원.
▲먹거리: 대이리군립공원과 가까운 도계읍에 갈비탕이 일품인 경북회관(033-541-8815)가 있다. 맹방해수욕장이 있는 근덕면에는 굴밥정식을 잘하는 만월정(033-572-8835), 가시오가피막국수로 유명한 동막막국수(033-573-5083)가 있다. 검봉산연휴양림 인근의 원덕읍 임원항에는 대게판매장과 대게음식점들을 비롯해 저렴한 횟집들이 수두룩하다.
▲잠자리: 삼척 시내 중심부에 삼척온천관광호텔(033-573-9696), 펠리스훼미리텔(033-575-7000), 티오피모텔(033-574-8859) 등 숙박업소들이 많다. 그런데 자연휴양림을 한 번 고려해보는 것은 어떨까. 눈 쌓인 자연휴양림은 그야말로 설국 그 자체. 원덕읍 임원리에 검봉산자연휴양림(033-574-2553)이 있다.
▲문의: 삼척시청 관광정책과 033-570-3545~6, 삼척관광안내소 033-575-1330, 대이리동굴관리소 033-541-92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