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수 거부 및 지연 늘어 보수 포기” 하소연…SH “시설물 비용 부담 기준에 따라 접수”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올해 3월 중순부터 ‘시설물 민원 접수 일원화 계획’에 따라 시설물 민원 접수를 시설물 콜센터에서만 받도록 바꾸는 중이다. 시설 민원에 대해 신속하고 원활한 처리를 위해서라고 공사는 밝혔지만, 민원 창구를 늘려 임차인과의 접점을 확대해도 부족할 판에 반대로 줄이는 계획을 추진하는 셈이다.
예전에는 임차인이 지역 주거안심센터에 전화하면 센터로 바로 연결됐다. 지금은 센터 대표번호로 연락해도 자동응답시스템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공사는 ARS 응답 항목을 1번은 ‘입주 예정 세대 등 주거안심종합센터’로 2번을 ‘입주 후 시설물 보수 접수 등 시설 민원 콜센터’로 정했다. 따라서 기존 임차인들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 센터가 아닌 시설물 콜센터로 연결되는 일이 흔해졌다.
지역 센터에는 단지 사정을 잘 아는 시설물 부서와 담당자들이 있어 접수나 보수가 용이하다. 하지만 콜센터는 상담원에게 상황을 일일이 설명해야 하고 상담원들은 단지 특성보다 ‘시설물 수선비 부담 기준’ 같은 상담 매뉴얼에 따라 응대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보수 처리가 지연되거나 거부당하는 일이 늘었다는 게 임차인들의 주장이다. 임차인이 직접 자비로 고쳐야 한다는 응대(접수 거부)가 늘어나며 그냥 보수를 포기하는 일이 잦아졌다고 임차인들을 말했다.
정보공개를 통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공사 콜센터의 시설물 민원 상담 건수와 접수, 접수되지 않은 상담이 몇 건인지 요청했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시설물 관련 민원 상담 건수는 1만 7047건으로 이 중 접수된 건은 6881건, 접수되지 않은 건이 1만 166건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접수되지 않은 상담이 훨씬 많았던 것.
접수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기접수건 문의 1560건, 자체 처리 문의 3033건, 관할센터 확인 문의 3175건, 보수 여부‧방법 문의‧기타 단순 문의가 2398건으로 집계됐다.
먼저 기 접수건 문의란 앞서 보수 민원을 접수한 건에 대한 문의다. 즉 1560건이 처리 지연 등으로 재문의 했다는 뜻이다. 콜센터는 접수한 민원을 시설물 접수 프로그램에 저장하고 지역주거안심센터 시설 보수 담당자가 민원을 확인해 보수하는 시스템인데, 센터에서 접수해 처리할 때보다 한 단계 과정을 더 거치게 되는 셈이다. 또한 신규 입주나 보수 민원이 많이 발생하면 지연될 수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자체 처리 안내로 상담을 종료한 건수는 3033건에 달했다. 자체 처리는 공사가 보수해주지 않는다는 얘기다. 임차인이 직접 비용을 들여 고치라는 뜻인데 임차인들은 이 ‘자체 처리’를 ‘보수 거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시설물 수선비 비용 부담 기준’에 따라 공사가 수리하는 항목과 임차인이 수리해야 하는 항목이 나뉘어 있다. 상당히 엄격한 기준으로 입주 후 1개월 내로 불량을 발견해 보수 요청을 하지 못하면 임차인 부담으로 수리해야 하는 항목이 다수다.
하지만 간혹 지역 주거복지안심센터에서 고령층이나 장애인, 취약계층의 경우 임차인 부담 항목임에도 수리 요청을 받아들인 일이 있었다. 원칙적으로는 임차인이 자체 처리해야할 사안이지만 주거복지의 일환으로 수행했던 사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콜센터에 보수를 접수하면서 이런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워졌다고 임차인들은 입을 모은다. 시설물 일람표를 기준으로 상담하다보니 사용 기한이 지난 경우 지체 없이 자체 처리로 상담을 종료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자동응답시스템에 익숙지 않은 노년층의 경우 콜센터와 연결 자체가 어렵고 몇 번이나 시도해 연결돼도 접수를 거절당하면 보수를 포기하게 된다. 노인 가구의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다. 영구임대주택이 주를 이루는 특정 단지의 경우 이런 불편을 감수하는 가구가 수십 곳에 달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30만 원 남짓한 기초노령연금이 주된 수입인 저소득 노인 가구의 경우 자비로는 도저히 보수할 수 없는 형편인 경우가 적지 않다.
또 다른 문제는 콜센터에서 시설물 프로그램에 저장한 접수 건을 지역안심센터에서 뒤늦게 확인하는 일이다. 공사의 보수처리 기한은 14일이지만 기한이 지나도록 보수가 완료되지 않거나 담당자가 연락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지역 주거안심센터에서 직접 접수할 땐 흔히 발생하지 않던 일이라는 설명이다.
임차인을 비롯한 공동주택 관계자들은 “시설물 민원 접수창구를 줄인 것도 분명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민원 창구를 늘려도 부족할 판에 줄이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라는 지적도 나왔다.
공사는 8월 26일 “시설민원콜센터에서는 우리 공사 ‘시설물 수선비 비용 부담 기준’에 따라 시설 민원을 접수하고 있으며, 노후 및 작동 불량 등 현장 확인이 필요한 경우 우선 접수를 시행하고 접수 시 입주민에게 현장 확인 후 보수 불가 또는 입주민 자체 처리 등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음을 안내하고 있다”는 입장을 보내왔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
고양시 덕이동 '데이터센터 건립' 주민과 갈등 확산
온라인 기사 ( 2024.11.20 18:26 )
-
경기북부 철도 교통 대변혁…'수도권 30분 생활권 시대' 다가온다
온라인 기사 ( 2024.11.28 11:29 )
-
인천시 숙원사업 '고등법원 설치' 가시화
온라인 기사 ( 2024.11.28 1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