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적인 이유로 출연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됐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던 윤도현, 김제동, 김미화(큰 사진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
요즘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정치인은 단연 통합민주당 당권 후보에 나선 문성근(국민의 명령 대표)이다. ‘국민의 명령’ 대표를 맡아 정치 일선에 나선 문성근은 통합민주당 1·15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으로 선출될 것으로 보인다.
문성근은 이창동 감독, 명계남 등과 함께 ‘친노 3인방’이라 불려왔다. ‘노사모’ 핵심 인물이었던 이들은 노무현 정권 내내 큰 관심을 받았지만 문성근은 끝내 정치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이사장으로 활동했으며 부친이 민주화 통일 운동가 고 문익환 목사인 까닭에 가능성은 늘 제기됐지만 문성근은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이창동 감독이 참여정부 초대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냈을 뿐이다.
문성근의 정치 행보는 오히려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시작됐다. 지난해부터 국민의 명령 대표를 맡아 야권 통합을 부르짖어 왔으며 통합민주당으로 기존 민주당이 시민사회세력과 통합하는 과정에서 당권 주자로까지 나선 것이다. 당 지도부로 선출될 경우 4월 총선에도 출마할 가능성도 높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 지지 연예인으로는 ‘박근혜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모임(박지모)’이 대표적이지만 뚜렷한 핵심 지지 연예인을 꼽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박지모에 가담했던 연예인 가운데 일부는 2008년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공개 지지했다. 4촌 조카 은지원이 있지만 친척일 뿐 핵심 지지 연예인으로 보긴 힘들다. 오히려 김을동 미래희망연대 의원이 눈길을 끈다. 처음부터 박근혜 지지 연예인은 아니었다. 한나라당 홍사덕 의원과의 인연으로 미래희망연대의 전신 친박연대 비례대표로 출마해 당선된 것. 그렇지만 대표적인 친박 세력인 미래희망연대 의원인 만큼 지금은 박근혜계로 구분된다.
이미 김을동 의원은 연예인에서 정치인으로의 변신을 마무리했다. 이번 총선에선 기존 지역구 성남이 아닌 서울 송파 병에 출마할 것으로 보이는데 한나라당에서 공천을 받아 당선되는 것이 중요하다. 총선에서 당선되고 박 비대위원장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차기 정부에서 정치인으로서의 역량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친 MB 연예인으로는 이번 정권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청와대 문화특보를 맡았던 유인촌 전 장관이 대표적이다. 이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시절부터 문화 정책과 관련해 신뢰해온 측근으로 분류되는 유 전 장관 역시 이번 총선에 출마한다. 한나라당 유정현 의원 역시 MB 지지 연예인 가운데 한 명으로 이번 총선에도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이처럼 대선 주자 핵심 지지 연예인으로 나선 뒤 활동 영역을 연예계에서 정치권으로 옮긴 이들은 비교적 성공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데 반해 연예계로 컴백한 이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가 한나라당 대선 후보이던 시절 ‘한사랑 자원봉사단’ 단장을 맡는 등 적극적인 지지 행보를 보인 박철과 심현섭은 이후 연예계 활동이 뜸해졌다.
심현섭의 경우 2002년까진 최고 인기 개그맨이었지만 대선이 끝난 뒤인 2003년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심현섭은 “2002년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 선거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선 까닭에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SBS <웃찾사>로 이적했다”며 “이회창 후보 낙선이라는 정치적 이유로 그해 연말 KBS 연예대상 개그맨 부문 수상도 취소됐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2002년 당시 SBS 라디오 프로그램 <두시 탈출>을 진행하던 박철 역시 라디오 진행을 그만둬야 했다. 둘 다 이제는 정상적인 연예계 활동을 이어가고 있지만 2002년 이전의 인기는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방송가는 정치권의 영향으로 부침이 심한 편이다. 이번 정권에서도 윤도현 김제동 김미화 등의 연예인이 정치적인 이유로 출연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게 됐다는 얘기가 계속나왔다. 1992년 대선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을 지지했던 이덕화도 김대중 정부 시절 방송출연에 제약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영화계는 정치권의 영향이 덜한 편이다. 이창동 전 장관의 경우 영화 <밀양>을 통해 세계적인 거장 감독의 면모를 굳히며 영화계 컴백에 성공했다. 문성근 역시 국민의 명령 대표로 활동하던 시절에도 휴가를 내 영화 <부러진 화살> <다른 나라에서> 등을 촬영했다.
대선 주자 핵심 지지 연예인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가장 주의해야 할 대목은 구설에 휘말려선 안 된다는 점이다. 명계남의 경우 참여정부 시절 바다이야기 비리 연루 의혹을 받았고,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 판정을 받았지만 훼손된 이미지는 쉽게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영화계 최고의 연기파 조연 배우였던 그는 지난해 대출 광고에 출연할 정도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즘은 연예계와 정치권에서 모두 발을 뺀 뒤 연기 아카데미에서 강의를 하며 지내고 있다.
MB 지지 핵심 연예인 가운데 한 명인 이경호 한국대중문화예술인복지회 이사장 역시 지난 대선에서 무리한 선거 지원으로 구설에 올랐다. 2007년 3월에 발족한 한국대중문화예술인복지회는 그해 연말 MB 지지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렇지만 몇몇 회원들이 “소속 회원일 뿐 MB를 지지한 바 없다”며 지지 연예인 명단에서 이름을 빼달라고 요구해 구설에 올랐다. 이후 한국대중문화예술인복지회의 눈에 띄는 활동은 보이지 않고 있다. 1999년부터 2008년까지 9년 동안 한국방송영화공연예술인노동조합(한예조) 위원장을 맡아 연예인 노동 운동에 앞장서온 이경호 이사장은 한국대중문화예술인복지회를 통해 연예인 복지 문제와 관련한 행보를 이어가려 했지만 지난 대선 이후 별다른 행보가 눈에 띄질 않는다. 한예조 역시 이후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으로 축소 개편됐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