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는 노 전 대통령이 고향마을 주민들 혹은 이곳을 찾는 국민들과 함께 보낸 시간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고향 마을 주민들에게 공식적인 첫 인사를 하던 날 손님들에게 대접하라며 돼지 두 마리를 냈다는 노 전 대통령은 많게는 하루 1만 명이나 집으로 찾아오는 전국 각지의 방문객들을 맞이하느라 얼마 안 돼 얼굴이 까맣게 탔을 정도라고 한다.
“왜 권양숙 여사는 함께 나오시지 않느냐”는 질문에 “설거지하나 봐요” “여자들은 화장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 그러면 여러분이 더 기다려야 되잖아요”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고향 마을의 한 아이가 “저희 고모부 아세요? 박 아무개라고요”라고 묻자 “잘 알지. 그저께 나랑 장군차(차 종류의 하나로 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의 경관을 가꾸기 위해 시작한 사업)심었는데”라고 답했던 일화도 담겨있다.
2008년 7월 ‘대통령 기록물 유출 논란’으로 국가기록원으로부터 검찰 고발당했을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쓴 편지도 담겨져 있다. ‘끝내 청와대에 보내거나 공개하지는 않았다’는 이 편지(2008년 7월 16일 작성)에서 노 전 대통령은 “기록은 돌려드리겠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질문 하나 드리겠습니다. 기록을 보고 싶을 때마다 전직 대통령이 천릿길을 달려 국가기록원으로 가야 합니까” “아무튼 지금은 대통령의 참모들이 전직 대통령과 정치 게임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저는 두려운 마음으로 이 싸움에서 물러섭니다”라고 호소했다.
결국 이 사건은 2009년 10월 29일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불기소 종결된다. 당시 검찰 측은 “피고발인 중 노 전 대통령은 지난 5월 서거해 공소권이 없고 구 아무개 전 국정상황실장과 김 아무개 전 기록관리비서관은 유출 당시 관련 직위에 있지 않아 무혐의 처분했다”고 밝힌 바 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