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준혁과 강병규.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일요신문 DB |
# 강병규 계속된 독설 왜?
1월 23일. 양준혁은 오랜만에 트위터를 통해 팬들과 대화를 시도했다. 그때 모 누리꾼이 양준혁이 이사장으로 있는 ‘양준혁 야구재단’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6월 양준혁은 야구선수 출신으론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딴 야구재단을 출범시킨 바 있었다. 양준혁은 누리꾼의 질문에 ‘(야구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후원하면 자라나는 꿈나무들에게 큰 힘이 됩니다’라는 원론적인 답변을 달았다.
그러나 이때 강병규가 양준혁의 트위터에 글을 달며 설전이 시작됐다. 강병규는 ‘꿈나무 누구에게 얼마를?’이라고 물으며 양준혁의 답변을 요구했다. 이전까지 강병규가 트위터를 통해 양준혁을 비판한 적은 있어도 양준혁의 트위터에 직접 찾아가 글을 남긴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강병규의 비난에 침묵으로 일관했던 양준혁 역시 이날은 무슨 영문인지 ‘애들 10원 하나 안 받고 무료로 가르치고 있다. 도박판에 수십억 원씩 기부하지 말고 사회를 위해 뭔가 보탬이 되는 삶을 살아 보는 것이 어떨까?’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2008년 상습도박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강병규의 과거를 비꼰 글이었다. 이에 강병규는 ‘도박으로 수십 억 날린 것 지적 잘했다. 그 돈은 모두 국고로 귀속됐다. 과정은 다르지만 제 돈은 모두 나라에 바쳤다. 양0표(양준혁)보다는 나라에 훨씬 많이 낸 것 같은데’라며 양준혁을 역으로 비꼬았다. ‘양0표’는 지난해 12월 선수협 사무총장 선거 시 총장 후보였던 양준혁이 0표에 그친 걸 염두에 둔 표현이었다.
강병규의 대응에 양준혁은 물러서지 않았다. ‘훌륭하네! 도박으로 나라에 기부하셨네요’라며 되받아쳤다. 그러자 강병규도 ‘(양준혁) 님도 강원랜드를 통해 기부 좀 하셨을 텐데. 이젠 안 해요?’하고 물으며 마치 양준혁이 과거 강원랜드 카지노에 출입했던 것처럼 표현했다.
둘의 설전은 다시 야구재단을 매개로 전개됐다. 강병규는 ‘야구재단 관련해서 질문 좀 하겠다’며 ‘후원금 규모와 사용처, 보건복지부 후원금 내역, 야구재단 공금의 지원 내역 등을 공개해 달라’며 양준혁 야구재단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양준혁은 ‘그래도 야구했던 후배라 어려워서 저러나 보다 참아 왔는데 이건 뭐 밑도 끝도 없고 허구한 날 남 비방하고 인내심에 한계를 느낀다. 똥개는 짖어도 기차는 달려간다. 자기 관리도 못 하는 인간이 짖는다고 옷을 훌훌 벗을 순 없지요’라며 설전에 종지부를 찍었다.
강병규도 ‘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코 묻은 돈 꿈나무들에게 장학금 주는 줄 알고 후원하는 분들께 제대로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라며 ‘나머지는 방송에서 밝히겠다’라는 글로 설전을 마무리했다.
양준혁과 강병규의 갈등은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됐다. 당시 강병규는 트위터에 ‘등 떠밀려 합의한 선수협과 KBO 그 후 1년. 그는 LG로 트레이드됐고 선수협에서 발을 뺐다. 1년 만에 극단적으로 변해버린 그를 보며 광분할 때 나도 SK로부터 방출당했다. 그때 그가 이렇게 말했다. 구단이랑 잘 좀 지내지 그랬냐고…. 그걸로 나는 양준혁을 지웠다’라는 글을 올렸다.
두 사람은 2000년 선수협 출범을 이끈 대표적인 투사로 알려졌기에, 강병규의 글은 미묘한 관심을 끌었다. 단발로 그칠 것 같던 강병규의 양준혁 비판은 계속됐다.
얼마 후, 강병규는 양준혁이 직접 개발·론칭한 전복 한우 갈비찜에 대해 ‘돈 버는 건 좋은데 양심은 속이지 말아야한다’며 또 다시 독설을 퍼부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강병규는 양준혁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기 시작한 것일까. 그해 9월 강병규가 남긴 ‘양준혁이 자신이 만든 선수협에 무관심하다’는 글이 의문 해결의 실마리라는 지적이다.
강병규의 지인들은 “선수협 사무총장 비리에 어느 야구선배도 나서지 않는 걸 보고 강병규가 크게 낙심했다”며 “강병규가 양준혁에게 도발을 시작한 것도 그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병규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지난해 개인적인 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그때 선수협 전 사무총장 K 씨의 비리 혐의 자료를 보게 됐다. 속으로 ‘큰일 났다’ 싶었다. 어떻게 만든 선수협인데, 이 모양 이 꼴이 됐는지 답답하기만 했다. 선수협 태동 때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던 야구 선배들에게 ‘이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특히나 양준혁은 K 씨를 직접 영입한 사람으로, 책임이 컸다. 그런데도 ‘나 몰라라’하는 태도로 일관했다. 인간적으로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
하지만, 양준혁의 입장은 달랐다. “선수협 내부 문제에 관여할 입장이 아니었다. 가뜩이나 난 은퇴선수였다. 나와 K 씨와도 별 친분이 없었다.”
양준혁의 측근은 “오히려 양준혁과 K 씨의 관계는 별로 좋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양준혁이 야구재단을 만들며 몇 가지 일로 K 씨와 소원한 사이가 됐다는 것. 하지만 양준혁과 강병규는 서로의 입장을 전달할 기회를 갖지 못했다. 강병규는 트위터로 양준혁에게 아쉬움을 직접적으로 표현했고, 양준혁은 침묵으로 일관할 뿐이었다.
▲ 프로야구선수협 정기 총회에 선수들이 입장하는 모습. 뉴시스 |
강병규의 비판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양준혁이 발끈한 건 야구재단 때문이었다. 양준혁은 “다른 건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순수한 의도에서 출범한 야구재단을 공격하는 건 참기 어려웠다”며 강병규의 트위터에 발끈한 이유를 설명했다.
재단 측도 “강병규가 양준혁 이사장을 개인적으로 공격하는 건 모르겠지만, 아무 죄 없는 재단을 마치 의혹투성이 집단인 것처럼 묘사한 건 좌시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재단 관계자는 “강병규가 트위터를 통해 재단을 공격한 바람에 100명 이상의 월 기부자가 기부를 포기했다”며 “재단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도 절대 이 문제를 그냥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덧붙여 이 관계자는 “강병규가 공개하지 말라고 해도 후원금 규모와 사용처, 보건복지부 후원금 내역 등은 해마다 11월 홈페이지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할 예정”이라며 “현재까지 양준혁 이사장 개인 돈이 2억 원 이상 들어갔는데, 무슨 유용할 돈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재단은 강병규 발언과 관련해 법적으로 대응할 태세다. 이와 관련해 변호사에게 자문을 구하는 중이다. 재단 측은 “조만간 기자회견을 열어 강병규가 열거한 의혹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병규는 재단 측의 대응과 상관없이 양준혁과 관련한 의혹을 계속 제기할 방침이다. 두 사람의 설전은 앞으로 인터넷에서 법정으로 무대를 옮길 것으로 보인다.
최강민 스포츠칼럼니스트
강: 꿈나무 누구에게 얼마를?
양: 애들 10원 하나 안 받고 무료로 가르치고 있다. 도박판에 수십억 원씩 기부하지 말고 사회를 위해 뭔가 보탬이 되는 삶을 살아 보는 것이 어떨까
강: 도박으로 수십 억 날린 것 지적 잘했다. 그 돈은 모두 국고로 귀속됐다. 과정은 다르지만 제 돈은 모두 나라에 바쳤다. 양0표(양준혁)보다는 나라에 훨씬 많이 낸 것 같은데
양: 훌륭하네! 도박으로 나라에 기부하셨네요
강: 님도 강원랜드 통해 기부 좀 하셨을 텐데. 이젠 안해요?
강: 야구재단 관련 질문 좀 하겠다. 후원금 규모와 사용처, 보건복지부 후원금 내역, 야구재단 공금의 지원 내역 등을 공개해 달라
양: 그래도 야구했던 후배라 어려워서 저러나 보다 참아 왔는데 이건 뭐 밑도 끝도 없고 허구한 날 남 비방하고 인내심에 한계를 느낀다. 똥개는 짖어도 기차는 달려간다
강: 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코 묻은 돈 꿈나무들에게 장학금 주는 줄 알고 후원하는 분들께 제대로 알려주고 싶은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