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주영(왼쪽)은 로빈 판 페르시의 활약 탓에 출전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지동원 또한 마틴 오닐 감독 부임 이후 벤치 멤버 신세로 전락했다. 연합뉴스 |
#박주영의 선택은 옳았나
박주영은 현재까지 총 6경기에 출전했다. 선발 4경기에 교체 2경기가 그의 출전 기록의 전부다. 기록만이 박주영의 발목을 붙잡은 것은 아니다. 아스널 주변에 흐르는 상황도 박주영에겐 늘 불리했다. 박주영이 잉글랜드 리그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시즌과 달리 공격수 판 페르시는 최고 활약을 보이며 아스널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게다가 시즌 초반 성적이 부진했던 탓에 벵거 감독은 ‘과감한 선택’ 대신 ‘믿을 수 있는 안정’을 골랐다. 들쭉날쭉한 경기력에 부상 선수까지 속출하면서 벵거 감독은 박주영을 챙겨 줄 겨를조차 없었다.
벵거 감독은 박주영을 영입하기 위해 직접 전화까지 걸었다. 릴과의 메디컬 테스트 중 벵거 감독의 전화까지 받은 박주영은 아스널행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입단 후 한 달여가 지나 쉬류스버리전을 통해 기다리던 데뷔전을 치렀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다행히 이후 볼턴과의 리그컵 경기에서 데뷔골이자 결승골을 넣었지만 이후 챔피언스리그 선발 출전은 오히려 박주영에게 독이 되고 말았다. 공격수가 단 한 번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할 만큼 실망스러웠던 결과, 벵거 감독은 결국 박주영을 벤치에 다시 앉히고 말았다.
이후 박주영은 몇 차례 더 출전 기회를 잡았지만 벵거 감독의 마음을 채우지 못했다. 영국 현지에서 박주영의 플레이를 지켜본 영국 취재진들은 한결 같이 박주영이 여전히 아스널 스타일에 녹아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체적으로 빠른 공격 스피드, 짧은 패스로 이어지는 아스널만의 스타일에 박주영이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최전방 공격수로 상대팀 중앙 수비 2명에게 철저히 봉쇄당하면서도 그것을 해결해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안방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치른 블랙번과의 리그 경기에서 아스널은 7-1의 대승을 거뒀다. 이 경기에서 교체 명단에 포함됐던 박주영은 임대해 온 앙리보다 우선 선택이 됐어야 했다. 곧 떠날 선수보다는 팀에 남을 선수에게 기회를 줘야 하는 것은 기본 상식이었다. 하지만 벵거 감독은 박주영을 선택하지 않았다. 오히려 철저히 박주영을 외면한 듯했다.
이제 10경기만 치르면 2011~2012 시즌은 종료된다. 기간으로 치면 약 2달 정도가 남았다. 아스널에서 성공을 보장 받기에는 남은 시즌은 박주영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 게다가 군입대 문제로 인해 남겨진 시간도 많지 않다는 것 역시 박주영에게는 악재다. 또한 올 시즌 초반 충격적인 시간들을 보내면서 아스널 구단은 올여름 이적 시장을 통해 대대적인 변신을 이미 예고했다. 맨시티 관심설이 나돌고 있는 판 페르시를 잡기 위해 연봉 인상도 주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데다 독일에서 포돌스키의 영입도 사실상 완료된 것으로 보인다. 이제 더 이상 성장하는 아스널이 아닌 ‘승리하는 아스널’로의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박주영에겐 이래저래 시간이 지날수록 더 악화되는 형국이다.
#지동원 이적 고려해 봐야
선덜랜드 지동원의 상황도 시간이 가면서 자꾸 불리해지고 있다. 특히 마틴 오닐 감독이 부임한 후 치른 첫 경기, 블랙번전에서 지동원은 후반 31분 교체 투입됐다. 0-1로 지고 있던 상황이었지만 부지런히 움직였다. 경기는 운 좋게 막판 2골이 연속으로 터지면서 2-1의 역전승으로 끝이 나고 말았다. 하지만 경기를 지켜본 오닐 감독은 그 후로 지동원을 선택하지 않았다. 일단 강등권에서 벗어나기 위해 부지런히 승점을 챙겨야 했기에 실력이 검증된 선수들을 우선 선택했다. 아스널에서 임대로 데려온 벤트너와 프랑스 PSG에서 뛰었던 세세뇽은 지동원에게는 그야말로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었다. 지동원이 맨시티를 상대로 결승골을 터뜨리며 일약 선덜랜드의 뉴히어로로 떴지만 오닐 감독의 신념은 확고했다. 대신 “지동원은 어리다는 장점을 갖고 있고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는 만큼 경험을 더 쌓는 게 중요하다”는 말만 늘어놓았다.
현재 지동원의 경쟁 상대는 벤트너, 위컴, 캠벨, 세세뇽 등이다. 벤트너와 세세뇽의 경우에는 오닐 감독의 절대적 신뢰를 받고 있는 상황이며 캠벨은 부상 복귀 후 서서히 컨디션을 회복하며 기대를 갖게 하고 있다. 지동원과 함께 영입됐던 위컴의 경우, 잉글랜드 내에서도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고 있는데다 파워 넘치는 플레이와 과감한 투지가 지동원보다 낫다고 본다. 현재 상황으로는 올 시즌이 끝날 때까지 교체 명단 포함 이상의 기회를 얻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잉글랜드 북동부 지역을 담당하는 영국 취재진들 역시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오닐 감독 부임 이후의 상황이 계속 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전 선덜랜드 감독이었던 스티브 브루스가 강등권에 빠진 울버햄턴의 새 사령탑으로 부임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지동원을 데려가지 않겠냐는 관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지동원 역시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다. 이제 고작 20세의 선수가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다는 것은 자신의 미래 가치를 위해서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이제 남은 시즌 동안 선덜랜드가 치를 경기는 많으면 대략 12경기 정도(FA컵 포함). 시즌 막판 확실한 순위가 결정되고 난다면 지동원에게 조금의 출전 기회가 주어질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는 않다. 지동원 역시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 자신이 올 시즌처럼 뛸 수 없는 상황이라면 과감히 임대 또는 이적을 요청해야 한다. 지동원에겐 그 누구보다 그라운드에 나서는 경험이 절실히 필요하다.
조한복 프리미어리그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