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에서 출시된 한국영화 DVD 홍보물. |
최근 <주간포스트>는 ‘일본인이 모르는 현대 한국인의 성과 사랑’이란 주제로 한국인의 성의식과 성풍속, 성범죄 실태를 살폈다. 한국인의 성생활은 일본에서 어떻게 비쳐지고 있을까?지난 2011년 9월 걸그룹 카라를 패러디한 성인물 <카리>가 일본에서 출시되자 한국 네티즌들의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대한 일본인들은 “일본에서는 인기 배우나 가수가 출연하는 드라마나 뮤직비디오 등을 패러디한 AV 비디오가 제작되는 게 흔한데 왜 그리 문제 삼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런 비판 기류에 대해 일본의 익명 인터넷 공간 ‘니찬네루(2ch)’에선 “평소 느꼈던 한류 이미지와 동떨어져 보인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류를 통해 접한 한국인의 모습은 잘생긴 근육질 남성, 스타일이 좋고 섹시한 여성이다. 한국의 대표 음식도 스태미나에 좋은 마늘과 열정적인 느낌을 주는 고추다. 이 때문에 노출에 적극적이고 성에 관대한 줄 알았더니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엄격한 유교 사상으로 인해 정조 관념이 강하다는 것에서 원인을 찾기도 했다. 그 실례로 곧잘 거론되는 것이 한국 청소년층의 성경험률이다. 일본성교육협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본 고교생의 성경험률은 무려 30%에 달한다. 이에 반해 한국인 13~19세 평균 성경험률은 여성가족부 통계로 3.2%에 불과하다. 그중 남학생은 4.5%, 여학생은 1.6%다.
한 일본인 문화평론가는 “이런 현상은 한국 중고생의 입시지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본보다 훨씬 가혹한 경쟁으로 인해 수험생활에 지쳐 성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그는 “뿌리 깊은 유교사회인 데다 기독교 인구 증가 영향으로 학생 시절부터 결혼 전까지 순결을 지키려는 여성이 많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 걸그룹의 일본 남성팬 커뮤니티에서는 “한국 아이돌의 수영복 프로필 사진을 볼 수 없는 것도 다 유교 영향이냐”는 볼멘소리도 흘러나온다. 일본 최고의 여성 아이돌 그룹인 AKB48 멤버들의 아슬아슬한 수영복 사진은 앨범 재킷이나 홍보용 달력 사진 등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데 한국 걸그룹의 수영복 사진은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인 성문화는 성인연령으로 진입하면 사정이 다르다. <주간포스트>는 “한국인은 소극적인 듯 보이나 성인층은 성욕이 강하다”고 전하고 있다. 그 증거로 들고 있는 것이 2002년 비아그라를 제조하는 화이자사가 2002년 세계 32개국 40~60세 각국 성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섹스가 인생에서 중요한가?”를 묻는 질문에 ‘그렇다’는 답이 우리나라가 87%로 1위를 차지했던 것. 일본은 53%에 그쳤다.
또 2012년 12월 콘돔 제조업체 듀렉스사의 주관으로 세계 각국 남성의 외도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이 34%로 태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는 점도 들고 있다. 이 조사에서 일본인은 10위권 순위 내에 포함되지 않았다.
높은 불륜율과 함께 앞으로 간통죄 존속 여부도 관심사다. <주간포스트>는 “한국에서 간통죄 관련 논쟁이 뜨겁다. 존속에 대한 찬반여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고 쓰고 있다.
배우 옥소리의 2008년 간통죄 위헌 헌법소원 제기가 실패로 돌아간 사실을 언급하며 “한국인 남성 상당수가 불륜을 갈망하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간통죄가 계속 필요한 것 아니냐”고 되묻고 있다. 실제 불륜이 많고 적고를 떠나 불륜을 항상 염두에 두기 때문에 이를 제어할 강력한 규범이 불가피하다고 느낀다는 논리다. 참고로 일본에서 간통죄는 1947년 폐지된 바 있다.
성범죄는 어떻게 묘사됐을까? <주간포스트>는 한국의 성범죄 실태를 전달하는 데 대검찰청에서 매년 발간하는 ‘범죄분석’ 자료를 참조했다. 특히 아동 성범죄자의 재범률이 높고 범죄가 하굣길에서 자주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전했다. 특이한 성범죄로는 학교폭력 조직 일진회의 성범죄에 무게를 실었다. 일진회 남녀 학생들이 집단적으로 하급생 여학생을 강간하거나 성매매를 시키는 사건 등 일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사례라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성매매 실태도 비중 있게 다뤘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 후 7년 반이 지나면서 변종 성매매 서비스가 다양하게 등장했단 점을 들었다. 근래 들어 일본의 대표적 유흥가 도쿄 아카사카, 오사카 미나미 지역에 한국인 여성이 일하는 유흥업소가 대거 나타난 것도 법 시행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도심 역 주변에 있는 성매매집결지(속칭 집창촌)가 없어지면서 주택지로 성매매 업소가 확장되는 현상은 1958년 매춘방지법이 시행된 후 일본사회가 겪었던 소위 ‘도넛 현상’과 비슷하다고 한다. 한국의 성매매집결지는 일본에서 김기덕 감독의 2001년 영화 <나쁜 남자>가 2004년 개봉되면서 꽤 알려져 있다.
<주간포스트>는 강남 유흥가의 오피스텔 성매매에 대해서는 “키스방, 유리방 등 신종 유흥업소가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강남의 유흥업소 여성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성형수술을 빈번히 한다는 사실도 소개했다.
니찬네루에서는 “키스방은 지금 한국에서 가장 핫한 성풍속이며 일본에서 전혀 없는 형태”라고 거론된다. 이에 대해 “일본의 소프란도(Soap와 land의 합성어로 욕탕이 있는 방에서 성적서비스를 받는 곳)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는 댓글도 눈에 띈다.
일본의 대표적 유흥업소 ‘캬바쿠라(카바레와 클럽의 합성어)’와 한국의 룸살롱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비교도 눈길을 끈다. 캬바쿠라에서는 아가씨와 손님 간 개별 교섭을 통해 ‘애프터’를 하는데, 룸살롱에서는 사전에 ‘2차’를 간다는 조항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런가하면 요즘 한국에서 음성적으로 퍼지고 있는 유사 성매매인 전립선 마사지는 일본에서 처음 등장해 한때 유행했다가 사라진 형태라고 한다. 차이점이 있다면 ‘전립선 마사지를 받으면 정력이 좋아지고 소변이 시원스러워지는 효과가 있다’고 업소에서 선전한다는 점이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