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주성과 오세근. 사진제공=KBL |
동부는 역대 최강의 수비 농구로 불린다. 프로농구 출범 최초로 정규리그 평균 60점대 실점을 기록할 정도로 수비에 있어선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도 울산 모비스를 상대로 역대 플레이오프 한 경기 최소 실점을 해냈다. 김주성-윤호영-로드 벤슨으로 이어지는 트리플 타워를 비롯해 각 포지션별 개인 수비능력과 유기적 호흡이 절묘하다. 쉴 새 없이 로테이션을 하며 빈틈을 채우는 드롭 존 지역방어와 변형된 맨투맨은 강동희 감독이 만든 극강의 수비 조직력이다.
동부는 단지 수비만 강한 팀이 아니다. 역대 정규리그 최다승(44승10패) 대기록은 수비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 정규리그 이후 휴식기 동안 체력과 감각을 잃었던 동부는 4강 플레이오프 3차전 이후 살아나고 있다. 특히 외곽 선수들이 감을 잡았다는 것이 고무적. 경험이 풍부한 박지현과 황진원의 뒤를 물이 잔뜩 오른 이광재와 안재욱이 받치고 있다. 동부의 외곽이 터지면 상대는 속수무책이다.
반면 KGC는 공격력이 뛰어나다. 빠르고 강하고 높다. 국가대표 출신만 4명을 보유한 화려한 선수구성과 두둑한 벤치는 올 시즌 돌풍을 넘어 KGC를 챔피언결정전으로 이끌었다. 대부분이 젊은 선수들로 구성됐다. 경기 내내 풀 코트 압박수비로 상대의 혼을 빼는 팀이다. 동부의 앞선 가드들도 김태술-박찬희-이정현의 가드 라인업은 부담스럽다.
KGC의 유일한 약점은 경험이라고 말한다. 주축 멤버 중에는 챔피언결정전을 뛰어본 선수가 없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도 부산 KT를 상대로 불안한 모습을 연출했다. 하지만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확정지은 마지막 4차전에서 KGC 특유의 공격 농구가 살아나면서 큰 경기 경험에 대한 부담감도 털었다. 국제대회에서 경험만큼은 동부에 비해 뒤지지 않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겁날게 없어 보인다.
▲ 3월 24일 부산 KT와 안양 KGC의 4강 플레이오프 4차전. KGC가 KT를 누르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다. |
농구는 라이벌이 없어진 지 오래다. 동부와 KGC는 스토리 라인이 좋다. 포지션별 라이벌 구도가 확실하다. 골밑에선 김주성과 오세근이 맞붙고, 포워드 부문에선 윤호영과 양희종, 포인트가드는 박지현과 김태술이 양보 없는 라이벌 매치를 벌인다.
오세근은 올 시즌 프로 데뷔를 하면서부터 김주성과의 맞대결에 기대를 모았던 신인. 김주성의 대학 후배이기도 한 오세근은 정규리그 첫 맞대결에서 선배 김주성을 상대로 주눅 들지 않는 1대1 공격을 펼쳐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주성은 4강 플레이오프에서 만났던 함지훈에 이어 오세근을 상대해야 한다. 테렌스 레더를 3, 4차전 합산 단 8점으로 묶었던 김주성의 수비력이 파워 넘치는 오세근도 저지할 수 있을지 최대 관심이다.
박지현과 김태술도 ‘김주성-오세근’ 못지않은 신구의 맞대결이다. 박지현은 4강 플레이오프 깜짝 스타다. 강동희 감독도 놀라게 한 작전타임 속임수와 상대의 허를 찌르는 공격으로 노련미가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김태술도 KT를 무너뜨린 KGC의 핵이다. KGC의 공격과 수비를 안정적으로 이끄는 야전사령관. 동부의 수비 조직력을 깰 수 있는 결정적 카드를 쥐고 있다.
윤호영과 양희종도 치열한 라이벌전이 예상된다. 둘은 올 시즌 특히 비교 선상에 자주 올랐다. 윤호영이 강력한 MVP 후보로 거론되면서 비슷한 포지션의 국가대표였던 양희종이 오히려 부담을 느꼈던 상대. 하지만 4강 플레이오프에선 명암이 바뀌었다. 윤호영은 아직 정규리그에서 보여줬던 활약이 없다. 4강 플레이오프 1~4차전 내내 침묵했다. 반면 양희종은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확정지은 4차전에서 펄펄 날았다. 둘 다 승부의 키를 쥐고 있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우승반지의 향방은 사실상 윤호영과 양희종의 활약 여부에 갈릴 가능성이 높다.
동부가 예상된 통합우승 시나리오를 써낼지 KGC가 돌풍의 반전 우승을 이뤄낼지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서민교 MK 스포츠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