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플러스가 좋은 취지로 시작한 ‘생명의 쇼핑카트 캠페인’이 일부 협력업체 사이에서 기부 방식을 두고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이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월 27일 이승한 회장의 기자간담회 전 홈플러스 측에서 협력업체 대표들을 서울의 한 호텔로 초청, 캠페인의 취지를 설명하고 동참할 것을 권했다. 이 관계자는 “협력업체 대표를 모두 부른 것이 아니라 대표적인 업체만 부른 것 같았다”며 “회장이 직접 말하는데 동참하지 않을 수 있는 협력업체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잘 모르는 일”이라며 “캠페인 역시 어디까지나 희망하는 업체만 대상으로 한다”고 해명했다.
협력업체들의 원성은 ‘서로 소통하고 조율하는 것이 아니라 홈플러스가 일방적으로 진행한다’는 것에서 비롯한다. 게다가 홈플러스 이미지를 좋게 하는 데 협력업체가 동원되고 있다는 비판도 들려온다. 또 다른 협력사인 B 업체 관계자는 “왜 기부는 우리가 하고 좋은 이미지는 홈플러스가 갖고 가느냐”며 억울해했다.
소규모 업체로서는 적게는 수백만 원인 기부금도 무시하지 못할 액수다. 실제 A 업체 관계자는 “이번 달(3월) 안으로 기부해야 하는데 상당히 부담된다”고 털어놨다. 기부액과 방식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협력업체가 캠페인 상품을 선택하고 그 상품이 판매된 금액의 1%를 기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부방식과 기부금이 홈플러스의 설명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홈플러스 측은 ‘생명의 쇼핑카트 캠페인 참여 신청서’라는 문서를 협력업체들에 보냈다. ‘홈플러스 e파란재단’ 이름으로 보낸 참여 신청서에는 ‘기부자 정보’와 ‘기부금 약정내역’이라는 난이 있다. 기부자 정보에는 회사명과 대표자명 등을 기재하게 돼 있으며 기부금 약정 내역에는 구체적인 기부방식과 기부금을 기재하게 돼 있다.
그런데 기부금 약정 내역에 ‘정률제’와 ‘정액제’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정률제는 홈플러스 측의 설명처럼 ‘생명의 쇼핑카트 상품’ 판매 금액의 일정 퍼센트(%)를 매월 기부하며 기부기간을 명시하게끔 돼 있다.
반면 정액제는 ‘일정금액을 매월 분납 또는 일시에 기부함’이라고 돼 있다. 즉 기부금을 일시에 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더욱이 일시에 기부하기 벅찰 경우를 감안했는지, 기부금액을 매월 분납하는 형식도 추가했다. 또 ‘매출액의 최고 1%’라고 했지만 참여 신청서에는 그런 단서나 조항이 아예 없으며 협력업체가 직접 쓰도록 돼 있다.
더욱이 홈플러스 측이 판매금액의 1% 이상 요구한 사실도 드러났다. 홈플러스 측 바이어가 일부 업체 직원들을 직접 불러들여 상품 매출액의 1.5%를 내라고 한 것. 협력업체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 측이 좋은 자리에 물건을 진열하는 업체는 생명의 쇼핑카트에 협력업체 1.5%와 홈플러스 1.5%씩, 3%를 기부하자고 했다”고 전했다.
앞서 A 업체 관계자는 “협력업체 간에는 해도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오가고 있다”면서 “차마 옮기기 힘들 만큼 홈플러스에 대해 격한 말도 서슴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일시기부’하겠다고 신청한 B 업체 관계자도 “이것저것 생각하기 싫어서 우리처럼 그냥 일시불로 내는 업체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협력업체가 내는 액수만큼 홈플러스도 기부하는 매칭그랜트(Matching Grant) 방식의 투명성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한다. B 업체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 홈플러스가 과연 협력업체들이 기부한 액수만큼 기부하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지 않느냐”고 의문을 품었다. 이에 홈플러스 측은 “협력업체들도 다 알 수 있도록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협력업체 중에는 “판매장려비 등 가뜩이나 어렵게 하는 부분이 많은데 이런 명목으로 또 시달려야 한다니 기가 막히다”고 하소연하는 업체도 적지 않다. 업계에서는 대형마트 중 홈플러스가 협력업체에 부과해 떼어가는 판매장려비 비율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은 판매장려비가 대략 7~8%인 데 비해 홈플러스는 무려 12~13%나 된다”고 말했다. 이마저도 매년 재계약 시 인상된다는 것. 판매장려비 인상은 소비자가격과 직결된다. 따라서 판매장려비가 인상되면 협력업체뿐 아니라 소비자들도 그 부담을 떠안게 되는 것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판매장려비는 영업비밀이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