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이청용 등 ‘유턴파’들 맹활약…“증명할 것 없는 선수, 바뀐 환경 탓 부상 조심해야”
#부침 겪은 국대 주전 공격수
황의조는 지난 4년여간 국가대표팀의 '주전 원톱'이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가장 신뢰하는 공격수였다. 벤투 감독 체제 57경기에서 가장 많은 골(15골)을 기록한 선수다.
하지만 최근 부침을 겪었다. 프랑스에서 3년간 리그 92경기 29골을 기록, 좋은 활약을 펼치는 듯했으나 마지막 시즌 후반기에 부진했다. 2021-2022시즌 리그 15경기에서 2골을 넣는 데 그쳤다. 그 사이 소속팀 지롱댕 보르도는 2부리그로 강등됐다.
새 시즌에 새 도전을 찾아 나선 황의조는 이적 후 임대를 택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노팅엄으로 이적한 이후 한 시즌간 올림피아코스로 임대됐다. 노팅엄은 20년이 넘게 하부리그에 머무르다 1부리그에 갓 승격한 팀이다. 황의조가 이적한 시기 이들이 이적료를 지불하고 영입한 자원만 15명이 넘는다. 황의조는 지난 시즌 막판의 부진을 털어낼 필요가 있었기에 중소리그인 그리스행을 택했다. 올림피아코스에는 국가대표 동료 황인범이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이는 아쉬운 선택이 됐다. 황의조가 이번 시즌 전반기를 그리스에서 보내며 경기장을 밟은 시간은 559분에 불과하다. 출전 경기 수는 12경기, 그마저도 절반 가까이 교체로 출전했다. 이에 더해 2022년 10월 중순 이후로는 리그에서 대기 명단에조차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소속팀에서 부진은 국가대표팀에서도 영향을 미쳤다. 황의조가 부진한 사이 경쟁자 조규성(전북)이 K리그 득점왕에 오르며 존재감을 키웠다. 결국 월드컵 본선 무대 4경기 중 황의조는 첫 경기 우루과이전만 선발로 나섰다. 경기에서도 결정적인 찬스를 놓쳐 아쉬움을 남겼다. 이후 교체로 나선 3경기를 포함해 황의조는 무득점에 그친 반면, 조규성은 3경기 선발, 1경기 교체로 뛰며 2골을 기록했다.
황의조는 결단을 내렸다. 유럽 내 타 팀 이적은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다. '한 시즌에 최대 2개 구단에서만 뛸 수 있다'는 규정 탓이다. 원소속팀 노팅엄에서도 뛰기 힘들었다. 이들은 현재 중앙 공격수로 분류되는 선수만 5명을 보유 중이다. 결국 그는 봄부터 새 시즌이 시작되기에 경기 출전이 가능한 K리그를 선택했다.
#'유턴파' 활약으로 미리 보는 황의조의 활약
2000년대에 접어들며 유럽 진출이 본격화된 이래 다수의 국내 복귀 선수들은 '준수함' 이상의 활약을 선보였다. 뛰어난 활약을 인정받고 유럽 무대를 밟은 만큼 현지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보이지 못했더라도 국내에서만큼은 '클래스'를 증명하는 경우가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는 이천수(은퇴)다. 2003년 스페인 무대로 건너가 유럽을 경험한 그는 뚜렷한 발자국을 남기지 못하고 2005년 울산 현대로 복귀했다. 이후 스토리는 알려진 대로다. 여름 이적시장에 국내로 돌아와 반 시즌만 뛰며 소속팀을 리그 우승으로 이끌었고 본인은 MVP를 수상했다. '사기 유닛'으로 불리던 시절이다. 유럽에서 실패를 맛본 선수임에도 2007년 네덜란드 페예노르트로 이적, 보기 드물게 재도전에 나설 기회를 얻기도 했다.
최근엔 황인범의 사례가 있다. 2022년 황인범은 자신이 활약하던 무대인 러시아의 전쟁 때문에 뛸 곳을 잃었다. 황의조와 유사하게 FC 서울 단기 임대를 선택했고 성공적인 결과를 낳았다. 약 4개월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경기를 나설 때면 '역시 국가대표 황인범'이라는 평가가 따를 정도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감각을 유지한 그는 그리스로 이적하며 유럽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최근 수년간 '런던 세대'의 복귀 러시가 있었다.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 주역 김보경(수원)이 먼저 국내 무대로 돌와왔고 이청용(울산, 올림픽엔 참가하지 않았으나 같은 세대로 분류), 기성용(서울), 구자철(제주) 등의 복귀가 이어졌다. 이들은 단순 팬서비스 차원에서 국내 무대로 돌아온 것이 아님을 증명이라도 하듯 경기장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다. 김보경과 이청용은 시즌 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런던 세대는 아니지만 지난 시즌 백승호(전북), 이승우(수원 FC) 등도 국내 무대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맹활약을 펼쳤다.
앞선 사례를 비춰볼 때 황의조의 국내 활약을 기대해볼 만하다. 황의조가 과거 성남 FC에서 뛰던 시절 코치로 인연을 맺은 바 있는 이상윤 MBC 스포츠 해설위원은 "능력은 더 이상 증명할 것이 없는 선수"라며 "이미 구단 전지훈련에 합류했다. 준비만 잘한다면 충분히 좋은 활약 보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경계할 부분은 부상이다. 기성용과 구자철은 경기에 나설 때면 특별함을 선보였으나 부상으로 뛰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특히 또 다른 유럽 경험자인 지동원(서울)은 서울 입단 이후 약 1년 반 동안 부상으로 쉬는 기간이 더 길어 아쉬움을 남겼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어릴 때 K리그를 경험했다고 하더라도 장기간 해외에서 뛰었기 때문에 잔디나 날씨 같은 국내 환경에 적응이 어려울 수 있다. 어떤 선수나 마찬가지겠지만 황의조로선 부상을 피하는 것이 첫 번째다"라고 말했다.
#‘황의조 효과’의 명과 암
그리스에서 경기 출전에 어려움을 겪은 황의조에게 국내에서도 복수의 구단이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황의조의 선택은 FC 서울이었다. 이전에도 서울 구단은 기성용, 지동원, 황인범 등 국내 복귀 선수들에게 손을 내민 바 있다. 이들의 영입 효과를 톡톡히 누리기도 했다.
한 국내 축구인은 서울의 황의조 임대에 대해 “과연 긍정적인 부분만 있을지는 살펴봐야 한다”며 “재계약을 맺을 수도 있겠지만 황의조는 여름까지만 뛰고 떠날 확률이 매우 높은 선수다. 한 시즌을 구상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짚었다.
실제 지난 시즌 전반기 서울은 ‘황인범 효과’를 누리며 6위권에서 순위 싸움을 이어갔다. 6월 30일, 황인범과 기존 계약이 종료됐으나 임대 기간을 연장했다. 하지만 황인범 이탈 이후 전력에 공백이 생겼고 경기력에서 차이를 보였다. 순위도 내려갔고 여름 이후 6위 이상의 순위를 기록하지 못했다. 후반기에는 1부리그 생존 여부를 우려해야 했을 정도였다.
황의조 임대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후반기 그의 이탈은 확정적인 상황이다. 부활을 노리는 서울로선 지난 시즌과 같은 추락을 피해야 한다.
기존 자원과 교통정리도 서울이 풀어야 할 과제다. 서울은 검증된 공격자원 일류첸코를 지난 시즌 후반기에 영입했다. 지동원도 부상에서 벗어나 부활을 노리고 있다. 황의조까지 추가된 상황에서 공격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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