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순국 사진전문기자 |
캔자스시티 로열스는 저한테 다양한 스토리를 만들어주네요. 지난해 8월 시애틀 매리너스전에서 처음으로 옆구리 통증을 느끼다 이어진 캔자스시티전에서 통증 재발로 부상자명단에 올랐던 아픔이 있었고요, 캔자스시티전에서 손가락 골절 부상도 입었습니다. 이번에도 또 홈에서 열린 캔자스시티전 때 왼쪽 허벅지 근육통으로 8회 말에 교체돼야 했죠. 그 팀이 잘못한 건 전혀 없어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제 부상이 그 팀과 자주 얽히다보니 묘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사실 캔자스시티와의 경기를 치르기 4~5일 전부터 허벅지에 약간의 통증을 느꼈습니다. 그때는 근육이 뭉쳐서 약간 뻐근한 것 같다고 생각을 했는데 그 증상이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심해졌던 모양입니다.
시애틀 매리너스전을 치르고 가족들이 있는 애리조나로 향했습니다. 지난번 일기에서 말씀드렸듯이 가족들이 클리블랜드로 이사를 해야 했거든요. 시즌 전에 이사할 수도 있었지만 큰아들 무빈이가 학교를 다니다보니 생각처럼 자유롭게 이사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었어요.
하루 쉬는 날, 애리조나로 가서 짐도 부치고 아이들 데리고 클리블랜드로 향했고, 클리블랜드에선 새로 이사 간 집이다 보니 정리하고 아내는 아내대로, 전 저대로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런 다음날 부상을 당했으니 아내 입장에선 얼마나 속상했겠어요. 돌도 안 지난 막내딸과 집을 놀이터로 알고 있는 개구쟁이 두 아들 녀석과 TV로 경기를 지켜보다 8회에 부상으로 교체되는 걸 보고 나선 심하게 놀랐던 모양입니다. 전화를 해온 아내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리더라고요.
지금 제 몸 상태는 많이 좋아졌어요. 어느 기사에선 제가 정밀검사를 받았다고 하던데, 허벅지 통증으로 인해 정밀검사는 물론 MRI도 찍은 적이 없습니다. 그저 트레이너를 통해 물리치료를 받으며 회복 중에 있어요. 지금은 걸을 때 전혀 통증도 없고 마음 같아선 경기에 나가 치고 달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트레이너의 만류로 꾹 참고 있습니다. 트레이너가 하는 말이 “지금은 큰 부상이 아니니까 절대 서둘러선 안 된다. 그냥 일주일 푹 쉰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비우라”고 조언을 해주더라고요. 햄스트링 부상이 심해지면 근육이 파열되고 치료 기간이 오래가기 마련인데, 이 정도의 가벼운 통증으로 끝나는 데 대해 감사해야 할 것 같아요. 더욱이 지금은 시즌 초반이잖아요.
하여튼 빈볼수난부터 허벅지 통증까지 올 시즌 시작을 아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네요. 앞으로는 홈런 소식만 날아들기를 바라며 일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