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최초 ‘국가폭력’ 위로금 지급키로…피해 트라우마 해소·심층 상담 기능 확대
전날 선감역사박물관, 선감학원 피해자 유해 매장 추정지를 돌아보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곳엔 강제로 끌려가 노역과 폭력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아이들의 유해가 있었다. 선감학원은 40년 전에 사라졌지만 그 피해는 사라지지 않았다. 피해자들의 고통은 여전히 치유되지 않고 있었다. 살아남은 이들은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됐다. 김동연은 피해자의 손을 잡고 한참을 울었다.
이날 기자회견에 김동연은 피해자 지원 방안을 담은 ‘선감학원 사건 치유 및 명예회복 종합대책’을 마련해 갔다. 김동연은 피해자들과 일일이 손을 잡고 “진심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책임 있는 자세로 상처 치유와 명예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거듭했다.
기자회견 이후 경기도는 피해자 신고센터의 명칭을 피해자 지원센터로 변경하고 △피해자 트라우마 해소 △피해자 심층 상담 △정서안정 지원 △피해자 자조모임 운영 △통합 복지서비스 연계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피해 지원 기능을 대폭 확대했다.
선감학원 사건 피해자들에게 생활안정지원금, 위로금, 의료서비스도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꾸준히 도의회를 설득했다. 이달 말 첫 지원이 이뤄지면 지난해 10월 약속을 이행하게 된다. 이는 ‘국가폭력’에 대한 지자체 차원의 최초 위로금 및 생활 안정비 지원이다.
지방자치법과 지방재정법상 경기도에 거주하지 않는 피해자들은 경기도의 지원금을 받지 못 한다. 같은 고통을 당한 이들을 지역이 다르다는 이유로 지원할 수 없게 되자 경기도는 도 외 거주 피해자에게도 지원금 등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에 관한 기본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건의했다. “치유만큼은 차별받아선 안 된다”는 김동연의 의지였다.
올해 1월 16일 경기도는 선감학원 피해자 생활안정지원금 접수를 시작했다. 2월 말 기준 121명의 신청이 접수됐다. 지난해 10월 대책 발표 때 추계한 대상자는 경기도 거주 피해자 70명과 추가 전입 피해자를 포함해 100여 명이었지만 경기도가 피해 지원과 명예회복에 나섰다는 소식을 들은 피해자들이 속속 다른 지역에서 경기도로 전입해 왔다.
김동연은 신청자가 예상을 웃돌았다는 소식에 “예산이 부족하면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지원하겠다. 경기도로 오시라”고 했다. “가족에게 폐가 될까봐, 부끄러운 마음에 지원 안 하시는 분들도 없어야 한다. 떳떳하게 얘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실무부서에 당부했다.
지난 2월 28일에는 피해자 지원센터가 경기도청 구 청사에 새로 문을 열었다. 기존 지원센터는 안산시 단원구 선감동 경기창작센터 건물 안에 있었다. 사건이 발생한 선감도에 있다는 상징성은 있었지만 너무 멀었다.
지원센터가 수원에 자리 잡은 날 김동연은 그곳을 찾았다. “공권력에 의해 인권이 침해된 선감학원 사건 피해자들이 부끄러워하지 않고 떳떳하게 경기도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며 피해자들을 북돋웠다. 김동연은 자신이 피해자들의 버팀목이 되길 바랐다. 외딴섬에서 수원 한복판으로 옮긴 지원센터를 보고 김동연은 그제야 미소를 보였다.
옛 도지사 공관인 도담소에서 열린 3·1절 기념식에서 김동연은 잊지 말아야 할 과거라며 경기도에 생존해 있는 유일한 독립운동가 오희옥 지사, 일제의 강제징용에 동원돼 손가락 절단 사고를 당한 김성주 할머니, 그리고 선감학원을 언급했다.
김동연은 “일제강점기로부터 이어진 선감학원 피해자의 아픔이 조금이나마 위로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피해자들에게 김동연은 잃어버린 과거를 이어주는 사람이었다.
“경기도가 물꼬를 텄으니 이젠 국가가 진심으로 사과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김동연은 말한다. “중앙정부에서 책임 있는 사과와 진실 규명에 대한 입장이 나와서 피해자들의 마음부터 풀어드려야 한다”고 피해자의 편에서 외치고 있다.
경기도는 지난해 10월 이후 일관되게 국가의 공식 사과와 피해자, 유가족을 위한 피해 배·보상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책임 있는 사과와 보상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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