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순국 사진전문기자 |
오늘(6월 3일, 한국시간) 미네소타와의 2연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서 가수 리쌍의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란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미친 듯이 소리지르며 노래를 따라 불렀습니다. 가사가 딱 지금의 제 심정을 대변해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안타를 쳐도, 타점을 올려도, 삼진 대신 볼넷으로 출루를 해도 전혀 기분이 좋아지지 않는 이 상태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뭔가 내 속이 꽉 막혀 있는 듯, 한없이 답답해지는 이 느낌을 어떻게 하면 해소할 수 있을까요? 트림이 나올 듯 말 듯 하면서도 나오지 않는, 이 불편함을 풀어줄 방법, 어디 없을까요?
마치 누군가가 날 지배하고 컨트롤하고 있는 듯한 기분입니다. 돌이켜보면 이전까지의 전, 시즌 개막 후 초반에만 잠시 헤매다가 그 다음부터 쭉 치고 올라가면서 3할도 한 번 찍고 홈런도 펑펑 날리며 이주일의 선수로도 뽑히곤 했었는데 올 시즌은 체증 걸린 듯이 답답한 플레이만을 보여주고 있으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입니다.
어제는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애틀에서 클리블랜드로 이적 후 마이너리그가 아닌 메이저리그에서 뛰게 됐을 때는 더 이상 잃을 게 없었기 때문에 빅리그 무대를 밟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했었다고.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클래블랜드의 붙박이 중심 타선으로 성장하면서부터는 그걸 잘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던 것 같아요. 더욱이 FA를 앞두고 있는 상태라 올 시즌 성적에 대한 부담이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봅니다.
마이너리그 때는 1년에 1억 원만 벌어도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지금은 FA가 됐을 때 지금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맺어야 마음 편히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욕심이 앞섭니다. 즉, 이전의 추신수는 야구만 생각했던 순수함이 있었던 반면에, 지금의 추신수는 야구 외에 또 다른 부와 명예를 생각하며 계산을 하게 된 거죠. 솔직히 지금도 제 미래가 궁금하고, 한편으로는 두렵습니다. 그러면서 또다시 생각이 많아지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고요.
2010년까지만 해도 클리블랜드의 중심에는 항상 제가 존재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클리블랜드의 중심 타자는 제가 아닌 카브레라와 킵니스라는 건 다 아실 거예요. 물론 타순이 변하고 그들이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당연한 현상이라고 받아들이고, 저에 대한 클리블랜드 팬들의 기대치가 여전히 크고 높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지금의 전, 이전의 추신수가 아닌 것만 같습니다.
내 가슴을 답답하게 만드는 그 ‘무엇’이 시원하게 뚫리기만 한다면 이런 고민들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알면서도 잘 안 되는 그 ‘무엇’ 때문에 야구장으로 오가는 이 시간들이 괴롭기만 하네요. 언제쯤 야구를 제대로 즐기면서 할 수 있을까요? 야구선수로 있는 한,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절대 얻을 수 없을 것만 같아요.
이렇듯 제가 지금 야구를 못하는 이유가 여러 가지인 것 같지만, 그래도 가봐야죠. 가다가 쓰러지고 넘어질지언정, 끝까지 가봐야 제가 몇 점짜리 야구선수였는지 알 수 있게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