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아가 곧 자신의 진로를 밝힐 예정이다. ‘올림픽 2연패’를 위해 현역을 연장할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진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김연아는 지난해 5월 세계선수권대회를 끝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지만, 지금껏 은퇴 여부를 공표하지 않았다. 김연아의 발언을 두고 피겨계는 “드디어 올 게 왔다”는 입장이다. 모 피겨인은 “얼마 전 김연아를 봤는데, 뭔가 많은 걸 생각하는 것 같았다”며 “1년 넘게 고민한 거취를 7월께 발표할 것”으로 예상했다.
사실 김연아의 소속사 올댓스포츠는 “올 시즌 내 은퇴 혹은 현역 연장 여부를 발표하겠다”고 밝혀왔다. 남은 인생을 결정할 중대 사안이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맥주 광고와 교생실습 논란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며 김연아가 직접 은퇴 여부를 ‘여름 전’으로 못 박은 것으로 알려졌다.
# 김연아, 전격 은퇴 선언할까
김연아의 은퇴를 조심스럽게 예상하는 측은 ‘목표 상실’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김연아와 함께 선수생활을 했던 전직 피겨선수 A 씨는 “김연아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를 끝내고서 ‘앞으로 무엇을 향해 도전할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을 자주 했다”고 전했다.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서 사석에서 만났을 때 김연아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올림픽 금메달을 위해 모든 인생을 바쳤는데, 이젠 뭘 위해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뭔가 큰 상실감을 느낀 듯했다. 다음 해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지만, 그땐 1위를 목표로 하지 않았다. 자신을 응원한 이들을 위해 유종의 미를 거두러 나간 듯한 인상이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위에 오르고, 연단 위에서 운 것도 ‘그동안 힘들었던 일들이 생각나 갑자기 눈물이 나온 것’이라고 했다. 내가 김연아라고 해도 올림픽 금메달까지 땄으면 그 힘든 피겨는 그만두고 싶을 거다.”
A 씨는 “현역에서 은퇴하고서 더는 체중감량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게 너무나 기뻤다”고 말했다.
“피겨 선수들의 일상은 생각보다 무척 고되다. 체중이 불면 점프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항상 적은 양의 식사만 해야 하고, 프로그램 소화를 위해 하루 종일 빙판 위에 있어야 한다. 개인생활은 꿈도 꾸기 어렵다. 그나마 올림픽 금메달 같은 목표라도 있으면 모르지만, 그마저 달성했다면 더는 고통을 감내할 이유가 없다. 김연아도 목표 상실로 은퇴 후의 생활을 꿈꾸는 것 같다.”
김연아를 지근거리에서 봐왔던 한 피겨코치는 “현역 연장을 발표한다면 더없이 기쁘겠지만, 혹여 부상이 발목을 잡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 김연아는 초인적인 힘으로 각종 부상을 이겨내 왔다. 내가 아는 부상 부위만도 3곳이 넘는다. 가뜩이나 지난해 5월 이후 강도 높은 훈련을 받지 못했기에 전체적인 신체 리듬이 깨졌을지 모른다. 대개 피겨선수들이 시간이 흘러 재기하려다 실패하는 것도 부상과 몸의 변화 때문이다. 듣기론 김연아의 몸 상태가 전성기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결국, 명예로운 은퇴를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
▲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김연아의 현역 연장을 예상하는 이들도 많다. 첫 번째 이유는 김연아가 아직도 훈련에 매진한다는 것이다. 대한빙상연맹 관계자는 “요즘도 김연아가 태릉선수촌 내 빙상장에서 훈련을 계속한다”며 “선수생활을 그만둘 거라면 어째서 훈련을 지속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현역 피겨 선수들 사이에선 “연아 언니가 현역으로 복귀할 것”이란 소문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태릉선수촌에서 김연아와 함께 훈련했다는 모 선수는 “김연아 선배는 단순히 몸을 푸는 정도가 아니라 점프 연습을 비롯해 정상적인 훈련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다”며 “지금 당장 대회에 출전해도 입상할 실력”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많은 피겨 관계자가 “아직도 김연아는 세계 여자 피겨계의 절대 강자”라고 입을 모은다. 한때 김연아를 지도했던 아무개 코치는 “밴쿠버에서 봤듯 김연아와 다른 여자 스케이터의 실력 차가 꽤 큰 편”이라며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에 맞춰 몸을 만든다면 김연아의 금메달 획득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김연아가 올해 불거졌던 각종 논란의 주인공이 되며 낙담하기보단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김연아를 잘 아는 모 피겨인은 “연아가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며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특유의 강인한 정신력으로 잘 버텼다”며 “일련의 일들로 위축되긴커녕 ‘보란 듯이 소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겠다’는 소릴 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올댓스포츠 안팎에서도 ‘김연아의 현역 연장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피겨계에선 ‘김연아가 카타리나 비트(독일) 이후 두 번째로 올림픽 2연패 달성을 위해 새로운 훈련지와 코치를 물색 중’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사실 김연아의 현역 지속 여부에 이처럼 관심이 많은 건 기괴한 일이다. 역대 피겨 스타들 가운데 공식적으로 은퇴를 발표한 이는 많지 않다. 설령 은퇴를 발표해도 언제든 은퇴 번복이 가능한 곳이 피겨계다.
김연아가 공식적으로 은퇴를 하지 않는 것을 아이스쇼를 하거나, 기업 후원을 받을 때 현역 신분을 유지하는 게 더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김연아의 광고를 담당한 모 광고기획사 관계자는 “그런 유치한 발상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갸웃했다.
“광고주가 김연아를 선택하는 기준은 ‘현역이냐, 전직이냐’가 아니다. 김연아의 국민적 인지도가 무척 높고, 그가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주기 때문이다. 김연아가 은퇴한다고 그 신뢰감이 깎일 것 같나. 천만의 말씀이다. 최소한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기 전까지 여전히 광고주들은 김연아를 찾을 것이다.”
최강민 스포츠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