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런던올림픽을 한 달여 앞둔 6월 26일 태릉선수촌에서 레슬링 대표팀이 훈련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 런던올림픽 마스코트. |
참고로 세계 정상급의 한국 배드민턴 대표선수들은 라켓이 아닌 막대기로 경기를 하는 장면이 알려져 화제가 된 바 있다. ‘넓은 라켓으로 하는 것도 힘든데, 폭이 좁은 막대기로 정확하게 셔틀콕 머리를 치는 연습을 하니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널리 퍼졌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는 훈련이라기보다는 선수들이 재미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 되면 아주 작은 부위로 셔틀콕을 맞히는 것은 기본이고, 막대기 훈련은 잘못하면 역효과가 날 수 있기에 주된 훈련이 아니라고 한다.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훈련량이 많은 요즘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은 하루 평균 200개 정도의 셔틀콕을 소비한다. 스매싱 집중훈련 때는 1000개가 훌쩍 넘는다. 셔틀콕은 재질의 특성상 깃털이 쉽게 빠지기 때문에 소모성이 강한 것이다. 셔틀콕 하나면 하루를 즐길 수 있는 일반 동호인들에게는 엄청난 연습량이다.
진천선수촌에 있는 핸드볼 남자대표팀은 얼마 전 2m 신장의 유럽 골키퍼를 인형으로 만들어 줄 것을 요구해왔다. 이에 태릉선수촌 훈련기획팀은 급히 고무로 양 손을 뻗쳐 들고 있는 고무인형을 만들어 보냈다. 무게만 70㎏에 달하는 이색 핸드볼 인형이 등장한 것이다. 올림픽을 앞두고 신장이 큰 유럽의 골키퍼에 적응하기 위한 훈련도구였다. 이 인형은 현재 날마다 수천 번씩 대표선수들의 강슛을 온몸으로 얻어맞고 있다. 애초부터 이를 대비해 단단한 소재의 고무로 만들어 내구성을 높인 것은 물론이다. 원래 핸드볼은 훈련량이 많기로 유명한 종목이다. 서 있지도 못할 만큼 20m 코트를 쉴 새 없이 왕복달리기를 한 후 그때부터 연습경기를 시작하는 무시무시한 체력훈련이 유명하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선수촌 응급의료진이 대기할 정도다.
▲ 이용대. |
탁구와 양궁은 미묘한 것까지 신경을 쓰고 있다. 탁구의 경우 경기장과 선수촌 내 전용연습장의 바닥을 같은 색으로 교체했다. 가능한 선수들이 실제 경기장과 같은 조건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다. 양궁은 런던올림픽 때 과녁의 바탕이 보라색이라는 얘기를 듣고 훈련에 쓰던 과녁을 모두 같은 조건으로 교체했다. 보통 남녀 대표팀이 함께 훈련하는 탁구는 1시간에 수천 개의 탁구공을 한 번에 풀어놓고 쓴다고 한다. 조금이라도 빨리 공을 받아넘기는 연습을 하기 위해서다. 양궁은 선수별로 하루에 평균 350~400발의 화살을 쏜다. 모두 엄청난 훈련량이 아닐 수 없다.
‘마린보이’ 박태환은 최근 한 뉴스에서 하루에 50m레인을 700번 돈다고 보도됐다. 무려 3만 5000m다. 하지만 이는 좀 과장됐다는 얘기가 많다. 가끔 지구력 훈련 때 엄청난 훈련을 소화하기도 하지만 평균치는 많아야 하루 2만m다. 하지만 이것도 엄청난 양이다. 지상 60㎞를 걷고 뛰는 셈이기 때문이다.
장미란 사재혁이 포진한 역도 대표선수들은 하루에 자기 체중의 2~3배나 나가는 바벨을 수백 번씩 들어올린다. 가벼운 것에서 무거운 것 순서로 드는데 선수별로 하루 4만~5만㎏이 훌쩍 넘는다.
김윤만 대리는 “빙속도 훈련량이 많고, 개인적으로 12년간 태릉선수촌 생활을 했지만 올림픽을 앞둔 대표선수들의 훈련량은 지금 봐도 엄청나다. 개성있는 훈련방법도 그때그때 지도자들이 아이디어를 내면 선수촌에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준비하고 있다. 가끔은 이렇게 훈련하는데도 올림픽 금메달은 하늘이 점지한다고 하니 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성적을 떠나 모든 대표선수들에게는 정말이지 피땀을 쏟은 훈련이 있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참, 그리고 한 가지. 태릉을 상징하는 악명 높은 ‘불암산 크로스컨트리’라는 게 있다. 지금도 있지만 예전처럼 전 선수가 강제적으로 참가하는 것이 아니고, 종목별로 필요에 따라 자체적으로 실시한다고 한다.
유병철 스포츠전문위원 einer@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