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의를 주시자마자 ‘이건 해야겠다’ 생각했죠. 바로 즉답으로 ‘하겠습니다!’ 하고 답했어요. 그런 다음에 매니저랑 하이파이브를 했죠(웃음). 정말로 믿을 수가 없었어요. 제의를 받았을 때 저는 아직 ‘범죄도시’ 1편만 본 상태였는데 이미 그 전부터 마동석 배우의 팬이었거든요. 함께 작품을 할 수 있다니, 정말 최고의 영광이었죠. 그리고나서 ‘범죄도시2’를 봤는데 이 작품은 한국에서 대 히트를 쳤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어요. 정말 전 국민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이라는 게 실감되더라고요.”
아오키 무네타카가 맡은 리키는 조직의 약을 빼돌리는 배신자를 처단하기 위해 일본에서 한국으로 보내진 암살자다. 결코 흥분하거나 가볍게 행동하는 일 없이 철저히 두목의 명령에만 복종하며 기계처럼 정확하게 움직이는 그의 모습은 이제까지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본 적 없는 모습이라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아오키 무네타카는 그런 리키의 초안에 세 가지 버전이 있었다고 귀띔했다. 미친 듯이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모습과 아주 날카로운 이미지를 지닌 모습을 거쳐 마지막으로 결정된 것이 지금 ‘범죄도시3’ 속 정적인 이미지의 리키였다고.

‘범죄도시3’에서는 우리에게 ‘곡성’의 아쿠마(악마)로 익숙한 일본의 배우 쿠니무라 준이 특별 출연해 사전 정보를 알지 못한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했다. 쿠니무라는 조직 내 배신자를 처단하기 위해 리키를 한국으로 보낸 야쿠자 조직의 두목 이치조 회장 역을 맡았다. 아오키 무네타카는 “리키에게 있어 이치조 회장은 부모나 그 이상의 애정을 품을 수 있는 대상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하며 그렇기에 이치조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 단순한 일이 아니라 리키의 삶의 보람 그 자체였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마 리키에게 이치조 회장이란 존재는 의미가 큰 인물이었을 거예요. 그의 명령도 임무 그 이상이었기에 자신이 꼭 해내야 한다고 생각했을 거고요. 쿠니무라 배우님과는 20년 전에 같이 연기를 했었는데 그때는 제 아버지 역할을 해주셨거든요. 지금의 이치조와 리키의 관계와도 비슷해 보이네요(웃음). 또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뵌 적이 있어요. 한국 영화제에서 한국 관객 분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 상을 받으셨다는 게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기쁘더라고요. 그렇게 멋진 커리어를 가진 배우님이 제 두목님으로서 이번 영화에 출연해 주셔서 한층 더 영화를 풍부하게, 또 의미 있게 만들어주신 것 같아서 기쁩니다.”
아오키 무네타카에게 ‘범죄도시3’의 촬영 현장은 존경하는 배우, 그리고 좋아하는 배우와 함께할 수 있는 꿈같은 환경이었다. 영화 ‘부산행’(2016)을 보고 처음으로 마동석이란 배우에 빠지게 되면서 ‘범죄도시’까지 챙겨봤다는 그는 이번 ‘범죄도시3’를 통해 ‘성덕’(성공한 덕후)이 된 셈이다. 그러나 팬심만으로는 참아낼 수 없는 게 마석도의 주먹이었던 만큼 마석도와 리키가 일대일로 붙는 신에서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현장에서 펼쳐지는 마동석의 액션에 감탄하던 아오키 무네타카는 그가 즉석에서 만들어낸 애드리브에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회상했다. 평소 실제 대본에 있는 대사와 애드리브가 구분되지 않을 정도의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마동석이 일본어로 된 애드리브 대사를 만들어 왔다는 것. 한국어로 된 애드리브는 현장에서 바로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 대사만큼은 그 안에 담긴 유머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촬영할 때 일단 제가 일본인이라 커뮤니케이션이 안 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유머도 있었어요(웃음). 사실 애드리브가 나와도 저는 (한국말을) 잘 모르기 때문에 동요하지 않았지만, 마(동석) 선배가 유머로 굉장히 잘 표현해주셨더라고요. 리키의 대사 중에 제가 ‘다마레(닥쳐, 입 다물어)’라고 대사를 치면 마석도가 ‘다 말했잖아’ 하고 받아치거든요. 사실 그건 ‘다마레’부터 아예 대본에 없었어요(웃음). 현장에서 마 선배가 직접 가져온 애드리브였는데, 어떻게 (일본어를) 알고 하셨는지 너무 대단하게 느껴지더라고요.”
한국에선 아직 생소하지만 아오키 무네타카는 2002년 영화 ‘머슬 히트’로 데뷔해 연기 인생 20년을 훌쩍 넘어선 중견급 배우다. 데뷔 이래로 한 해도 쉬지 않고 꾸준히 TV와 스크린을 넘나들며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 일본 대중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런 그가 이번 ‘범죄도시3’에서의 다소 짧은 출연에도 국내 대중들에게 큰 호평을 받은 만큼 앞으로 더 많은 한국 작품에서 그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모인다.
“제 커리어가 벌써 20년이 넘었다니 ‘앗!’ 싶은데요(웃음). 평소에는 전혀 의식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범죄도시3’에 출연할 수 있었다는 건 분명히 제게 큰 변곡점이 될 것 같아요. ‘범죄도시’ 시리즈도 그렇지만 ‘카지노’ ‘D.P’ ‘지옥’처럼 다양한 한국 작품을 많이 봤거든요. 해외 로케이션에 나가 촬영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는데 언젠가 저도 그런 작품들에 함께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기회가 생긴다면 더 많은 한국 작품에서, 많은 재능 있는 배우님, 감독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