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둑들>에는 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 김수현 등 국내 최정상급 스타들이 대거 출연하는 데다 홍콩 스타 임달화까지 합류했다. 여기에 오달수 김해숙 등 명품 조연들도 가세했다. 감독 역시 <범죄의 재구성> <타짜> 등으로 검증된 스타 감독 최동훈이다. 제작진부터 주조연 배우들까지 죄다 스타들인 셈.
반면 <추적자>는 스타 시스템을 거부한 드라마다. 손현주와 김상중을 투톱으로 내세운 <추적자>는 오히려 예상 외의 캐스팅으로 눈길을 끌었다. 연출을 맡은 조남국 PD는 <홍콩 익스프레스> <이웃집 웬수> 등의 드라마를 연출한 실력파 PD지만 ‘스타 PD’로 불릴 정도는 아니었다. 박경수 작가는 이번 드라마가 입봉작이다.
그럼에도 <추적자>는 시청률 20%를 넘기며 작품성과 흥행성에서 모두 성공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그리고 개봉을 앞둔 영화 <도둑들>은 여름 방학 시즌 극장가에서 흥행 대박을 노리고 있다. 그만큼 영화계의 기대치도 높다.
스타 시스템을 적극 활용한 영화 <도둑들>과 이를 거부한 드라마 <추적자>는 분명 겉모습은 전혀 다르다. 그렇지만 그 속은 상당히 닮아 있다. 이처럼 다른 듯 닮아 있는 두 작품은 마치 이란성 쌍둥이를 보는 것 같다.
우선 두 작품 모두 캐릭터에 상당히 힘을 실고 있다. 드라마 <추적자>는 형사 백홍석과 대선후보 강동윤, 그리고 재벌 서 회장 등 확실한 캐릭터가 극의 흐름 전반을 주도한다. 연기파 배우들이 탄탄한 연기력과 박경수 작가의 탁월한 대사가 각각의 캐릭터에 힘을 불어넣고 있는 것.
영화 <도둑들> 역시 캐릭터 하나하나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2시간 안팎의 시간 동안 관객들에게 캐릭터 하나하나를 모두 각인시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도둑들>처럼 개성 강한 스타가 대거 출연하는 영화는 더욱 그렇다. 이를 위해 최동훈 감독은 각 캐릭터를 이름이 아닌 쉽게 기억되는 별명으로 불리게 만들었다. ‘마카오 박’(김윤석) ‘뽀빠이’(이정재) ‘팹시’(김혜수) ‘예니콜’(전지현) ‘씹던껌’(김해숙) 등이 바로 그것. 이를 통해 배우 개개인의 스타성은 줄어들고 각 캐릭터의 개성이 살아났다. 예를 들어 ‘신비주의 스타 전지현’은 온데간데없고 욕과 꼼수로 똘똘 뭉쳐 저속하지만 귀여운 ‘예니콜’만 스크린 안에 남아 있다. 캐릭터 하나하나가 스토리 흐름 안에서 힘을 가지면서 스타급 배우가 너무 많이 나와 산만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킨 것.
이런 흐름은 영화 <도둑들>도 유사하다. <도둑들>은 잘나가는 도둑들이 모여 마카오의 한 카지노에서 숨겨진 희대의 다이아몬드 ‘태양의 눈물’을 훔치는 내용이다. 그렇다고 <오션스 일레븐>을 상상한다면 실수다. <오션스 일레븐>은 최고의 도둑들이 모여 카지노를 터는 내용인 데 반해 <도둑들>에선 카지노를 털어 ‘태양의 눈물’을 훔치는 과정은 전체 스토리 흐름의 절반에 불과하다. 이들이 ‘태양의 눈물’을 손에 넣는 과정부터 시작된 반전은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계속된다. 이 과정 동안 ‘태양의 눈물’의 주인도 계속 바뀐다.
영화 <도둑들>은 오는 7월 25일 개봉한다. 올 여름 할리우드 최고 기대작 <다크나이트 라이즈>와 한 주 사이로 개봉해 사실상 정면 승부가 불가피하다. 또 다른 할리우드 기대작 <어메이징 스파이더맨>는 예상을 깨고 한국 영화 <연가시>에 밀리고 있다. 과연 <도둑들> 역시 <다크나이트 라이즈>과의 흥행 대결에서 승리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