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의 영화 주인공 변신 이면에는 그의 인맥이 자리 잡고 있다. 박진영의 사례 외에도 예상치 못한 인맥이 영화나 드라마의 환상적인 라인업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예상치 못한 인맥이 기막힌 조합을 이룬 사례들을 찾아봤다.
박진영의 주연 발탁 배경에는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인 정욱 대표의 인맥이 숨어 있다. <5백만 불의 사나이>의 작가이자 드라마 <추노>와 영화 <7급 공무원> 등을 쓴 천성일 작가는 정욱 대표와 막역한 사이다. 박진영은 정욱 대표를 통해 자연스럽게 천성일 작가와 알게 됐고 결국 그가 집필한 영화의 주연 자리까지 꿰찰 수 있었다.
하지만 영화 출연을 제안한 것은 오히려 천 작가였다. 정욱 대표와 함께 박진영의 콘서트에 간 천 작가는 무대 위에서 마음껏 뛰노는 박진영의 모습에 반해 처음부터 그를 주인공으로 세운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박진영은 “고(故) 공옥진 여사님의 공연을 보러 간 적이 있다. 그 위에서 연기 춤 노래 모든 것을 하시더라. 그야말로 종합 엔터테이너였다. 나 역시 그분을 본받아 항상 가사 속 주인공이 된다는 생각으로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며 연기한다. 천성일 작가가 나의 그런 부분을 이해해줬다”고 말했다.
정욱 대표를 매개로 만난 두 사람은 급속도로 친해졌고 친구 사이가 됐다. 때문에 박진영은 천 작가가 시나리오를 쓸 때도 수시로 의견을 내며 자신에게 최적화된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평소 격의 없이 ‘친구 먹기’를 좋아하는 박진영 특유의 넉살이 있었기에 <5백만 불의 사나이>라는 영화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다. 비슷한 이유로 박진영과 함께 일하는 이들은 대부분 그의 ‘친구’다. 정욱 대표뿐만 아니라 얼마 전 부사장으로 부임한 표종록 변호사 역시 1971년생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박진영은 ‘빠른 1972년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학번을 공유한 세 사람은 ‘친구’라는 이름 아래 뭉쳐 JYP엔터테인먼트를 이끄는 세 축이 됐다.
▲ <드림하이>를 공동제작한 배용준(왼쪽)과 박진영. |
하지만 한 가지 의아한 점이 있다. 박진영은 1971년생들과 친구지만 배용준은 1972년생이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접점은 표종록 부사장이었다.
표종록 부사장은 과거 배용준이 대주주로 있는 키이스트의 대표로 재직할 때 한 살 차이를 극복하고 배용준과 친구가 됐다. 키이스트에 몸담기 전 JYP엔터테인먼트의 자문 변호사로 3년간 일하며 박진영과 먼저 친구를 맺은 표 부사장의 소개로 세 사람이 만난 자리에서 서로에 대한 호칭이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세 사람은 나이를 떠나 의기투합했고 <드림하이>를 성공시킬 수 있었다.
표종록 부사장은 “내가 약간의 매개 역할을 했지만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너무 잘 맞아서 급격히 친해지더라. 정욱 대표와도 친구여서 깊은 신뢰 관계가 생겼다. 결국 <드림하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지 불과 15일 만에 본 계약이 체결될 수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 <미스GO>에 카메오로 출연한 박신양. |
하지만 <미쓰GO>는 내홍을 겪은 후 정범식 감독이 중도하차했다. 최민식 역시 촬영 일정이 지체되자 차기작 촬영을 위해 출연을 포기했다. <미쓰GO>의 관계자는 “최민식 외에도 고현정과 절친한 배우인 김태우가 특별출연하기로 했었다. <미쓰GO>는 어찌 보면 인맥이 탄생시킨 작품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최민식의 빈자리는 박신양이 메웠다. 박신양도 동국대 출신임을 감안하면 <미쓰GO>의 당초 기획의도와 부합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박신양을 캐스팅한 건 ‘동국대 인맥’이 아니라 정범식 감독을 이어 메가폰을 잡은 박철관 감독이었다. 두 사람은 2001년 영화 <달마야 놀자>로 인연을 맺은 후 친분을 이어왔다.
이 관계자는 “박신양이 합류한 데는 박철관 감독의 힘이 컸다. 하지만 박신양 역시 동국대 출신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미쓰GO>가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셈이다”라고 덧붙였다.
<미쓰GO>와 같은 시기에 개봉돼 흥행 대결을 펼친 영화 <아부의 왕>에도 인맥을 통해 캐스팅된 이들이 등장한다. 영화 말미에 등장하는 특급 카메오인 차승원과 장항준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차승원을 섭외한 이는 <아부의 왕>의 제작사 황금주전자의 대표이자 프로듀서인 김진영 씨다. 그는 과거 장진 감독이 이끄는 영화사 필름있수다에서 일하며 장진 감독의 영화 <박수칠 때 떠나라> <아들> 등에 출연한 차승원과 친분을 맺었다. 이런 인연으로 차승원은 김진영 대표의 카메오 요청을 흔쾌히 수락했다는 후문이다.
<아부의 왕>을 연출한 정승구 감독은 “원작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 시나리오 작가가 ‘차승원’이란 배우 이름을 써 놨더라. 그 부분을 꼭 살리고 싶어서 제작사 대표와 협의 하에 차승원과 촬영하게 됐다”고 밝혔다.
극중 차승원과 짝을 이루는 장항준 감독은 차승원이 직접 캐스팅했다. 1992년작 <라이터를 켜라>의 감독과 주연배우로 만난 두 사람은 10년간 인연을 이어왔다. 지난해 <최고의 사랑>에 장항준 감독이 카메오 출연한 데 이어 이번에는 장 감독이 차승원의 부탁에 응하며 품앗이를 한 셈이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