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추적자>에서 가장 큰 갈등의 축은 바로 강동윤의 지나친 야망이었다. 대통령 당선을 위해 살인교사까지 서슴지 않는 그의 야망이 평범한 시민인 백홍석의 분노를 야기한 것이다. 그렇지만 강동윤이 진심으로 원한 자리는 대통령이 아닌 서 회장의 자리, 다시 말해 재벌 총수였다. 이는 대통령보다 재벌 총수가 더 막강한 힘을 가진 자리임을 방증하고 있다.
그렇다면 재벌 총수의 힘은 과연 어느 정도나 될까. 이는 대선 결과가 나온 직후 보여준 서 회장의 대응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대선을 바라보는 서 회장의 노림수는 오랜 친구로 ‘함께 패를 섞을 수 있는’ 유태진(송재호 분) 후보의 당선이었다. 그렇지만 이는 사위 강동윤으로 인해 불가능해졌다. 두 번째는 강동윤의 당선이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PK준(이용우 분)과의 관계가 담긴 휴대폰 등 강동윤의 약점을 확보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깔려 있다.
이에 서 회장은 아들 서영욱(전노민 분)에게 “조동수가 어제 밥값을 자기가 내고 갔다. 나랑 패를 섞지 않겠다는 뜻이겠지. 회사 안에 조동수랑 같은 학교 나온 애들, 고향 애들, 종친들 이름 다 적어서 와라”고 지시한다.
서 회장의 대통령 관리는 계속된다. 다음 주로 예정된 대통령 당선자와 10대그룹 회장단과의 식사 자리에 대해 서 회장은 “다른 그룹에 전화 돌려서 사장 부사장 보내라 해라. 우리는 울산 김 사장을 보내라”고 지시한다. 서영욱이 대통령 당선자와의 첫 만남인데 너무 격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서 회장은 “대통령이 뭐라고? 로마로 치자면 평민들이 뽑는 호민관 아닌가. 이 나라에는 그 위에 원로원이 있고 집정관이 있고 황제가 있다”고 얘기한다. 한국 사회에서 대통령의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서 회장의 힘은 감옥으로 향하는 사위 강동윤을 향한 마지막 인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독방 줄 거다. 우풍 안 드는 데로 달라고 했으니 춥진 않을 거다”라는 말 한마디로 서 회장의 힘이 교도소까지 미치고 있음을 암시했다.
유력 정치인과 재벌 일가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준 드라마 <추적자>는 ‘제헌절’인 17일 종영한다. 드라마와 현실이 과연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추적자>를 통해 비춰진 대한민국 정치권력과 재벌가의 모습이 참으로 무섭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