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절인 7월 17일 종영한 <추적자>는 마지막 회를 통해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는 주제 의식을 다시 한 번 부각시켰지만 여전히 날카로운 현실 비판의 칼날을 드러냈다. 결국 <추적자>의 매서운 칼날이 향한 곳은 바로 사법부였다.
대부분의 드라마는 마지막 회를 통해 꼬인 상황들을 풀어낸다. 심지어 악역들에게도 일정 부분의 면죄부를 주기 마련이다. <추적자> 역시 대표적인 악연인 강동윤(김상중 분)과 서 회장(박근형 분)에게 일정 부분의 면죄부를 줬다. 그들의 입을 통해 힘겨웠던 어린 시절을 회상케하며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음을 부각시킨 것이다.
그렇지만 면죄부도 같은 면죄부는 아니었다. 강동윤의 경우 깨끗하게 자신의 죄를 인정하며 보좌관 신혜라(장신영 분)의 죄까지 뒤집어 쓰려 하는 모습을 보인다. 장인 서 회장에게도 더 이상 재벌 회장 자리를 욕심내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며 모든 야망의 굴레에서 벗어났음을 분명히 했다.
그렇지만 새로 취임한 회장에게 업무 지시를 하는 모습으로 여전히 그룹 총수의 위상을 대변했고, 국무총리 인사청문회에 개입해 달라는 전화를 받고 “알겠다”고 대답하는 장면도 나온다. 한국 사회를 이면에서 움직이는 재벌 총수의 모습은 여전할 것임을 암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서 회장은 아버지로서의 면죄부는 받았지만 재벌 총수로서는 받지 못했다.
반면 면죄부를 전혀 받지 못한 곳은 사법부다. 이미 백수정(이혜인 분) 공판에서 고인이 된 백수정을 사법 피해자로 만든 재판부는 백홍석(손현주 분)의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15년형을 선고했다. 그가 조금이라도 가벼운 형벌을 받기 원했던 시청자들의 기대를 한순간에 무너뜨린 결말이었다.
15회 마지막 부분의 법정 장면을 통해 제작진은 백홍석이 가벼운 형량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살인의 ‘고의성 없음’이 입증되면 살인죄 대신 상해치사죄로 처벌받을 수 있고, 도주죄는 ‘적법행위의 기대 불가능성’을 통해 무죄도 가능했다. 관건은 법정에서 변호사가 이를 입증할 수 있을지 여부였다. 그렇지만 최정우 변호사(류승수 분)는 백홍석의 뜻에 따라 그가 아닌 백수정의 변호를 맡아 마약 투약과 원조 교제라는 오명을 쓴 백수정의 명예 회복을 위해 앞장선다. 또한 진범인 서지수(김성령 분)의 구속까지 이끌어낸다.
물론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은 백홍석의 살인에 고의성이 없었으며 도주 역시 불가피했음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사법부는 이를 전혀 감안하지 않고 ‘법’에 따라 15년형을 선고했다. 8년형을 받은 악역 강동윤보다 두 배 무거운 형량인데, 법적으로는 문제 제기를 할 수 없는 판결이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뒤늦게 국회가 백수정법을 발의했다는 장면이 나오지만 사법부는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드라마 <추적자>는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 공포된 제헌절에 대한민국의 법과 사법부를 향한 강한 비판의 칼날을 내세우는 것으로 종영됐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