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르가넬라 페이스북 캡처 사진과 한국과 시합 중인 모르가넬라 모습 캡처 사진. |
인터넷 신조어인 ‘성지순례’란 특정 게시물이나 홈페이지를 집단적으로 방문해 댓글을 남기는 것을 뜻한다. 네티즌들이 특정 장소로 몰려가서 집단적으로 악의적인 댓글을 다는 행동을 종교적 의미의 ‘성지순례’에 비유하면서 인터넷 신조어가 됐다.
한 번 성지순례 대상으로 지정된 기사나 커뮤니티 글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개수의 댓글이 쇄도한다. 그 시초로는 가수 문희준이 군 입대 전 록 음악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수많은 안티 팬을 갖게 되면서 시작됐다. 이 안티 팬들은 문희준의 기사마다 쫓아다니며 갖은 악플을 다는 성지순례를 했다. 2004년 7월 등록된 “문희준, 록 자격증이라도 따고 싶어요”라는 기사에는 악플의 수가 30만 개를 돌파하기도 했다.
최근 올림픽 시즌을 맞아 한국에 밉보인 운동선수나 심판들이 네티즌들의 비난을 사며 악플 성지순례가 이뤄졌다. 특히 박주영에게 헐리웃 액션을 감행한 스위스 축구선수 모르가넬라는 경기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 네티즌들의 악플 세례를 맞았다. 불과 몇 시간 만에 모르가넬라 페이스북에는 수백 개의 비난글이 올라왔다.
네티즌들은 그를 향해 “부끄러운 줄 알아라” “훌륭한 연기였다”라며 비난했고 “여러분 한국말로 하지 말고 영어로 합시다. 그래야 알아들어요”라며 네티즌끼리 의견을 나누기도 했다.
이를 본 모르가넬라는 분을 참지 못하고 자신의 트위터에 “정신적 지체아, 머저리 같은 한국인들을 두들겨 패고 싶다”는 글을 올려 결국 국가대표에서 퇴출됐다.
펜싱 신아람과 승부를 벌여 오심 논란 끝에 승자가 된 독일의 브리타 하이데만 선수의 페이스북 역시 마찬가지다. 독일인임을 이유로 나치까지 운운하는 악의적인 글들이 그의 페이스북에 도배됐다.
모르가넬라와 하이데만의 페이스북에 짧은 시간 동안 수많은 악의적인 댓글이 달린 것을 감안할 때 악플러들의 성지순례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만 너무 심한 악플이 많다는 점에서 이런 악플 성지순례가 인터넷 강국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추락시킬 수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높다.
김다영 인턴기자 lata13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