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멤버들 간에 ‘왕따’ 논란이 불거진 걸그룹 티아라. |
일부 아이돌 가수들에게는 ‘SNS 금지령’이 떨어졌다. 일명 ‘티아라 사태’가 멤버들의 SNS 글로 인해 촉발됐기 때문에 오해를 살 수 있는 이야기가 오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네티즌에게 작은 꼬투리라도 잡히면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질 수 있어 많은 연예 기획사가 노심초사하고 있다. 멤버 한 명의 돌발 발언 하나가 큰 파장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 말을 돌려 생각하면 어느 팀이든 문제가 될 소지를 갖고 있다는 의미다. 이 관계자는 “문제가 없는 팀이 어디 있겠느냐”며 아이돌 그룹 멤버 간 분쟁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질풍노도의 시기라 불리는 10대부터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 후 20대 전후의 혈기왕성한 멤버들이 함께 움직이다 보면 크고 작은 트러블이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의미다.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걸그룹 A도 예외는 아니다. 이 그룹은 멤버들의 출신 때문에 갈등을 빚은 적이 있다. 해외파 멤버와 지방 출신 멤버들이 쉽게 섞이지 못했기 때문. 해외 오디션을 통해 일찌감치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 멤버들은 뒤늦게 합류한 지방 출신 멤버를 좀처럼 인정하지 않았다.
출신의 차이는 빈부 격차로도 이어진다. 해외파의 경우 비교적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이들이 많다. 별다른 수입이 없는 긴 연습생 생활이 그리 배고프지 않다는 의미다. 또한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기 때문에 해외 활동을 할 때보다 많은 역할을 얻게 돼 돋보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 그룹이 속한 소속사에 몸담았던 가요계 인사는 “A는 비교적 성격이 좋은 멤버들이 모인 그룹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예민한 나이대의 여성 멤버들을 모아 놓으니 불협화음이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 A의 경우 데뷔 후 이 지방 출신 멤버가 데뷔 후 높은 인기를 얻으면서 자연스럽게 멤버들의 화합이 이뤄졌다. 하지만 언제든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소지는 갖고 있다”고 귀띔했다.
아이돌 그룹의 합숙 생활이 문제를 일으키는 원흉이라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아이돌 그룹은 일정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소속사에서 정해 준 합숙소에서 함께 먹고 잔다. 각자의 생활 습관이 다른 터라 부딪히는 건 당연지사.
해외파의 경우 합숙 생활을 더욱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 사생활을 중시하는 외국인의 정서로는 합숙이라는 개념 자체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 때문에 몇몇 외국인 멤버들은 한국에 있는 가족이나 친척과 생활한다. 이런 부분이 합숙소 생활을 하는 다른 멤버들에겐 눈엣가시처럼 여겨질 때도 있다.
하지만 멤버 간의 불화를 진화하기 힘들어지는 순간은 소위 말해 ‘뜬’ 후다. 스타의 반열에 오르게 되면 합숙소 생활을 마치고 사생활을 갖게 된다. 이때가 되면 머리가 커진 멤버들은 소속사의 이야기도 잘 듣지 않는다. 게다가 공식 연습 시간이나 스케줄이 있을 때만 모이기 때문에 한번 관계가 틀어진 멤버들끼리 관계를 회복할 기회를 얻기가 힘들다.
고참급 아이돌 그룹으로 꼽히는 B가 대표적이다. B는 한데 모여 있을 때는 누구보다 강한 응집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개성 강한 멤버들은 저마다 ‘내가 최고’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다투기 일쑤다. 각자의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함께 연습할 시간이 부족해 기대 이하의 무대를 꾸며 팬들의 빈축을 산 적도 있다.
B의 멤버들은 심지어 해외 공연 때 다른 호텔을 쓰기도 한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멤버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 멤버는 항상 자신이 원하는 조건을 충족하는 호텔을 요구하기 때문에 혼자서 다른 호텔에 묵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럼에도 B가 팀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서로에 대한 간섭이 적기 때문이다. 각자의 영역을 인정하는 셈이다. B의 관계자는 “CF 촬영 때 한 멤버가 2시간 정도 늦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별다른 불만 없이 개인 컷을 먼저 촬영하자고 했다. 뒤늦게 도착한 멤버는 별다른 사과가 없었고 다른 멤버들도 굳이 문제 삼지 않았다. 오랜 기간 함께 생활하며 우여곡절을 겪은 터라 웬만한 문제는 개의치 않고 넘길 정도로 내성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돌 그룹 중에서도 남녀 차이는 분명하다. 걸그룹은 보이그룹에 비해 소소한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소위 말해 ‘삐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 한 걸그룹의 매니지먼트 대표는 “남성에 비해 여성 멤버들의 감정 기복이 크고 연예 활동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 성향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장수하는 걸그룹이 드문 것도 이런 부분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내부 갈등을 잘 알고 있는 연예 기획사들은 티아라와 같은 극단적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 조치를 취하고 있다. 어린 나이부터 연예계라는 치열한 경쟁 사회에 뛰어든 아이돌들에게 전문 상담사를 붙여 마음을 다스리게 하고 수시로 인성교육을 실시한다. 그룹 비스트 포미닛 등이 속한 큐브엔터테인먼트는 월 1~2회가량 정기적으로 심리 상담을 받도록 하고, 그룹 애프터스쿨이 몸담고 있는 플레디스 역시 멘토 제도를 통해 문제 해결에 힘쓰고 있다.
멤버들이 스스로 앙금을 씻으려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소녀시대는 매일 손잡고 5분씩 이야기를 나누는 ‘오톡’ 제도를 유지하고, 신인 걸그룹 헬로비너스는 일명 ‘가족회의’를 통해 멤버들이 마음을 터놓고 대화를 나눈다.
또 다른 가요계 관계자는 “어느 아이돌 그룹이든 크고 작은 문제를 안고 있다. 관건은 어떻게 문제를 다스리고 풀어 가느냐다. 티아라의 경우 너무 극단적인 선택으로 사태를 빨리 덮으려다 탈이 났다. K-POP이 전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는 시기에 벌어진 일이라 더욱 아쉽다”고 한숨지었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