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신문DB |
열사병이란 장시간 햇빛 아래나 더운 곳에서 있다가 돌연 땀이 나지 않고 체온이 39~40℃까지 올라가는 현상을 말한다. 의학적으로 보면 몸의 순환 기능이 약화되고 뇌 시상하부의 체온 조절 기능이 저하되어 일어나는 온열질환이다. 탈수현상이 심하고 그대로 방치하면 생명을 빼앗길 정도로 심각한 열병이다.
열사병에 이르기 전 단계의 온열질환으로는 열실신, 열경련, 열탈진 등이 있다. 열실신은 흔히 일사병이라 불리는데 몸이 갑자기 강한 햇빛에 노출된 탓에 말초혈관이 팽창돼 혈압이 내려가는 현상이다. 뇌에 피가 공급되지 않아 어지럼증을 느끼고 쓰러진다.
열경련은 더운 날 격렬한 운동이나 힘든 작업을 하다가 발생한다. 팔과 어깨, 복부 근육에 통증과 함께 경련이 생기거나 다리에 쥐가 난다. 열탈진은 땀을 많이 흘린 후 피부가 창백해지고 두통과 구토, 권태, 어지럼증이 나타난다. 체내의 수분과 염분이 부족해 전형적인 탈수 증세를 보인다.
열사병은 한 해 중 8월이 피크이며 사망자 비율이 높은 시간대는 14~16시다. 제일 주의해야 하는 것은 고온다습한 날. 기온이 30℃ 이상 습도 70%를 넘을 때 발병하기 쉽다.
그런데 열사병은 대낮이나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실외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설사 낮 최고 기온이 25℃밖에 안 되고 흐린 날이더라도 습도가 70% 이상일 때는 위험하다. 그런가하면 열대야 때 바람이 불지 않는 실내 공간에서 자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땀이 많이 나서 탈수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노인은 집안에서도 주의해야 한다. 기온이 28℃ 이상인 날에는 방을 쓸고 닦는 등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열사병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 에어컨을 사용하더라도 공기가 건조하면 피부의 수분을 뺏긴다. 노인은 노화로 체온조절 기능이 약화되어 땀이 덜 날 수 있기 때문에 체온이 올라가기 쉽다.
특히 조심해야 할 곳은 부엌과 욕실이다. 요리 시 부엌 온도는 30℃를 훌쩍 넘는다. 찜을 하거나 국을 끓이며 가스레인지 앞에 장시간 서 있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물을 쓰는 욕실은 습도가 80%를 넘기 일쑤. 지나치게 오랜 시간 목욕하거나 청소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차 안에서는 기온이 20℃ 이상만 돼도 경계해야 한다.
▲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성별을 따져보면 남성이 여성보다 온열질환에 걸리기 쉽다. 남성 대 여성 비율이 7:3 정도다. 남성은 여성보다 근육량이 약 10%가 많아서 같은 환경에 놓였을 때 체온이 금방 오른다. 반면 여성은 남성보다 체지방이 10% 정도 많아 체온과 외부 온도를 조절하기 쉽다. 직업별로 보면 콘크리트나 아스팔트 등에서 일하느라 태양열에 지열까지 쬐고 있는 건설업 종사자, 덥고 밀폐된 공간에서 일하는 제조업 종사자가 위험하다.
일단 온열질환이 발생하면 냉방이 잘 되거나 시원한 곳에서 누워 휴식을 취하면서 목, 겨드랑이, 다리의 열을 중점적으로 식혀주는 게 좋다. 응급 시에는 빨리 병원을 찾는 게 상책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온열질환을 예방할 수 있을까? 탈수 상태를 빨리 자각하고 적절하게 수분과 염분을 섭취하는 게 관건이다.
노인의 경우 원래 체액 양이 적어서 목이 마르다고 느끼는 감각이 둔화되어 있기 때문에 목마름을 느꼈을 시점에는 이미 몸 속 수분을 잃었을 가능성이 높다. 오줌 색깔이 진하면 수분 부족을 의심해야 한다. 날씨가 더운데도 손발이 차거나 겨드랑이가 완전히 말랐다면 탈수 현상을 의심해볼 수 있다. 또 잠을 설치고 괴롭다면 몸에 탈수 현상이 일어났다는 뜻이다.
미리 물을 충분히 마셔둘 필요가 있다. 한꺼번에 마시는 것보다는 1시간에 2~3번씩 나눠 보충하는 게 좋다. 운동을 할 때는 운동 2~3시간 전부터 물을 마셔두면 좋다. 그런데 그냥 물만 마시면 오히려 위험하다. 땀으로 수분과 염분을 내보낸 몸에 수분만 공급되면 혈중 염분 농도가 저하되어 열사병을 가속시킬 수 있다. 그래서 물보다는 이온음료나 소금을 희석한 물을 자주 마시는 게 좋다. 더위에 지치는 것을 막으려면 식염수에 설탕을 함께 넣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물 1ℓ에 작은 스푼으로 소금 반 스푼, 큰 스푼으로 설탕 네 스푼을 넣고 레몬이나 귤, 오렌지를 슬라이스 해서 같이 넣으면 된다. 이런 식염수를 기상 후, 식사 전후, 목욕과 취침 전에 섭취하도록 한다.
또한 매 끼니를 챙겨먹자. 더위에 지치면 식욕이 떨어져 식사를 거르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흘러 체내 염분이 부족한 마당에 식사를 안 하면 매우 위험하다.
보다 근본적인 방법으로는 더위에 강한 몸을 만들 필요가 있다. 땀은 잘 배출되고 체온은 쉽게 오르지 않는 몸을 만드는 것이다. 효율적인 방법은 평소 운동 후에 우유를 마시는 것이다. 운동 후 우유에 포함된 단백질이 섭취되면 체내에 알부민이 합성된다. 알부민은 체내 수분을 유지하는 기능을 하는데 혈액 중 알부민이 늘어나면 수분이 잘 흡수되고 혈액량이 늘어난다.
혈액은 땀의 재료라 볼 수 있기 때문에 혈액량이 늘면 땀을 흘리기 쉽다. 혈류 증가에 따라 열을 발산하기 쉬워져 아무리 더워도 체온이 쉽사리 오르지 않는 몸이 된다. 굳이 우유가 아니더라도 단백질을 섭취하면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 65세 이상이다.
□ 심근경색이나 협심증에 걸린 적이 있다.
□ 고혈압이나 당뇨가 있다.
□ 비만이다.
□ 자주 감기에 걸리고, 걸리면 항상 열이 난다.
□ 설사가 잦다.
□ 술을 종종 마시며 담배를 피운다.
□ 음주한 다음 날에는 어김없이 머리가 지끈거리는 편이다.
□ 남보다 수면시간이 짧다.
□ 아침을 거른다.
□ 혼자 산다.
□ 바람이 잘 통하지 않는 집에 산다.
□ 건물 맨 위층에서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