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비싼 남자예요!
런던올림픽에서 선전하고 있는 한국대표팀 선수들의 스토리가 종종 이곳 신문에까지 보도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펜싱 신아람 선수가 개인전에서 심판 오심 때문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장면은 가슴이 쓰릴 정도의 아픔을 주기도 했습니다. 다행이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땄으니 신아람 선수는 올림픽 드라마를 쓰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아요.
지난 한 주 동안 전 트레이드설로 인해 곤욕을 치렀습니다. 솔직히 처음에 트레이드 얘기가 불거졌을 때는 설마 했어요. 이미 지난 번 일기를 통해 저의 트레이드는 가능성 없는 시나리오라고 말씀드렸기 때문에 클리블랜드의 선수 구성상 저를 내보내기가 상당히 어려울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어요. 그런데 조금씩 트레이드 소문이 가시화되기 시작하더니 트레이드 마감 시한을 이틀 앞두고선 텍사스 레인저스뿐만 아니라 피츠버그, 신시내티까지 여러 팀의 이름이 거론되며 상당히 흥미진진한 뒷얘기들을 만들어 가고 있었습니다.
결국엔 모든 게 없던 일이 되고 말았지만 트레이드가 무산된 가장 큰 이유는 클리블랜드에서 제 몸값을 상당히 높게 불렀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어요. 그만큼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선수라는 걸 구단에서도 내세웠던 거겠죠.
전 트레이드 거부권이 없기 때문에 구단에서 결정하는 사항에 따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신경을 안 쓰려고 마음먹었는데 시간일 갈수록 그게 잘 안 되더라고요. 급기야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한테 전화를 걸어서 현재 내 문제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보라스는 트레이드 얘기가 나오는 건 사실이지만 클리블랜드에서 요구하는 게 너무 많아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해줬습니다.
프로 무대에서 선수는 ‘상품’이잖아요. 이번 트레이드 기간 동안 절 원하는 팀이 많았다는 건 상당히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걸 증명하니까요. 그러나 만약 클리블랜드를 떠나게 됐더라면 무척 서글픈 마음이 들었을 겁니다. 워낙 오랫동안 이 팀에 몸담았고 팬들도 선수도 구단관계자들도 모두 가족 같은 관계를 형성하며 정을 듬뿍 주고받았으니까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플레이오프에서 뛰고 싶은 욕심에 ‘이기는 팀’에서 불러준다면 가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하여튼 말만 많았던 트레이드설이 결국엔 ‘설’로 끝나자, 가장 반기는 사람이 선수들이네요^^. 제가 가지 않고 팀에 남았다고 환호성을 지르고 좋아하며 박수를 치는 등 반응들이 대단했습니다.
트레이드설이 나도는 동안 팀도, 제 개인 성적도 잠시 침체기를 겪었는데요, 아직도 게임은 많이 남았고, 저를 포함해서 선수들은 플레이오프 진출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열심히 뛰어갈 겁니다. 스포츠는 이변의 종목이잖아요. 아직은 포기하기에 이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올림픽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들에게 이 말은 꼭 전하고 싶어요. 설령 금메달이 아닌 은메달, 동메달을 땄다고 해도 절대 실망하시지 말라고요. 그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세 번째로 잘한다는 걸 의미하는 건데, 어떻게 금메달이 아니라고 슬퍼할 수 있겠습니까. 올림픽에서 뛰는 태극전사 여러분들처럼 저도 가슴 속에 태극기를 달고 메이저리그에서 달리겠습니다. 대한민국 선수들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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